꼭두새벽부터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나라를 구한 용사가 거리 행진에 나온다나 뭐라나. 소시민인 나로써는 그냥 그러려니 할 수밖에. 옆집 엠마는 조금전 네 바구니 가득 꽃을 채워 길을 나섰다. 대관식, 기념일, 축제, 그리고 오늘같은 특별한 날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꽃을 찾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이 바구니가 전부 비어오는 기적을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하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런 날이면 동정을 베푸는 귀족 나으리들이 아니더라도 용사님이 밟을 길에 꽃 하나 뿌려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얼굴 하나 모르는 용사가 불러온 변화는 어마어마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용사를 찬양했고, 어린 꼬맹이들의 칼싸움 배경은 전쟁이 아닌 용사님의 대모험으로 바뀌었다. 상인이나 장인들에게 미친 영향은 말할것도 없다. 당장 내가 나가는 작업장만 해도 그랬다. 평소 값이 비싸 귀족 나리들이나 찾는 가죽 주문이 감당 못할만큼 쇄도중인 것이다. 윗사람에게 물으니 용사의 허리춤에 달린 가죽가방이 유행이라 그렇다나. 그 외에도 생각나는 걸 읊자면 끝이 없으니 그만두기로 했다.
   문득 용사는 자신이 파급력을 알고 있을까 싶었다. 자신의 겉모습, 행동, 말투. 그에게서 나온 것은 어느것 하나 조용히 넘어가지 않는것이야 둘째 치고, 그의 움직임 한번에 무고한 시민 여럿이 죽어나간 다는걸 알고나 있을까. 그가 한번 움직이면 도성의 사람들이 마법에 걸린 것처럼 쏟아져 나왔다. 용사가 거리 밖으로 나오는 날 저녁엔 다친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일 정도로. 다치기만 하면 다행이지, 개중엔 깔려 죽은 사람도 있었다. 사실 나도 죽은 사람까지 있는 줄 몰랐다. 옆자리 블랑이 어이없이 간 동생을 묻어주지도 못하고 울면서 작업장에 나오기 전까지는.
   용사. 용사. 용사. 아마 내가 죽을때까지 술안주가 될 화제였다. 정작 용사 본인은 모르겠지만. 아니, 알까? 알아도 어쩌겠어. 세상을 구해버렸으니 그정도는 감수해야지. 잘못된 논리 같았지만 생각은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멀리서 선임의 발소리가 들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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