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민. 영원한 나의 소울 메이트.

태형은 지민을 생각 할 때면 단 하나의 단어를 떠올렸다. 빛. 지민은 저물녘 아름드리 쏟아져 들어오는 따뜻한 빛이었다. 사랑받고 싶어서 뒤를 종종 따라 다니던 모친에게 언제나 외면 당하며, 정작 외면하고 싶었던 부친에게는 삐뚤어진 관심과 과한 구애를 받고 자란 열여섯의 김태형을 구원한 건 박지민이었다. 사랑받지 못해 삐뚤어졌다는 걸 과감하게 드러내고 다니던 철없던 어린 시절이었다. 골목 안 쪽 후미진 곳에 쭈구려 앉아 진짜의 맛을 알지도 못하면서 담배를 입에 물고 인상을 쓰던 태형의 뒤를 밟은 건 의외의 인물이었다. 이름이 뭐더라. 새학년이 되며 같은 반이 된 아이였다. 새학기였음에도 아이들에게 둘려 쌓여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웃던 걸 태형은 기억했다.

너 왜 그러고 살아? 못된 말이 날아 온 건 그때였다. 날아 온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지민이 손에 들고 있던 검은색 비닐 봉지 꾸러미를 태형에게 툭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 온 봉지를 얼결에 받아 든 태형이 인상을 피지 않은 채로 속 안에 든 것을 확인했다. 슈퍼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박하사탕 두 봉지였다. 황당한 얼굴로 박하사탕과 지민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지민은 전혀 개의치 않은 얼굴로 태형의 코앞까지 다가와 입에 물고 있던 장초를 손으로 가져가 그대로 반으로 꺾었다.

나는 있지, 아버지가 둘이야. 농담처럼 뱉는 말에 진지함은 전혀 없었다. 그제야 태형은 아침 나절 반 학생들 앞에서 담임 선생이 내뱉은 말을 기억했다. 의원님께서 너를 잘 봐달라고 이런 걸 주시더구나. 그런데 어쩌지. 선생님은 모든 학생을 다 똑같이 보고 있는데. 다시 갖다 드리렴.

대쪽같이 생긴 담임은 생긴 것처럼 청렴했고 또 예의가 없었다. 봉투를 받아 드는 태형의 얼굴이 화드득 달아 올랐다. 씨발, 쪽팔려…. 질끈 깨문 입술이 덜덜 떨렸다. 봉투를 꽉 쥐고 자리로 돌아 오며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드는 순간, 이 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매끈한 눈매가 묻는다. 괜찮아? 태형은 먼저 시선을 피했다. 그로 부터 반나절. 태형의 부친이 나라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여당의 의원이라는 것과 함께 자식을 위해 교사에게 거액의 촌지나 주는 사람이라는 것이 교내에 퍼지는 데까지는 딱 반나절이 걸렸다. 

 그래서 뭐. 

공격적으로 말이 튀어 나갔다. 모친은 어릴 적부터 무표정하게 상대를 쏘아 보는 얼굴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쩜 이런 것도 너는 네 애비를 닮니. 태형 역시 제 얼굴을 좋아하지 않았다. 엄마가 싫어하니까. 그러나 싸납배기처럼 보이는 데엔 이만한 얼굴이 없었다. 벽을 치고 욕을 하고 비웃어 주면 너도 침을 뱉고 가버리겠지. 여태 모든 사람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그러나 지민은 아니었다. 지민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자신이 반으로 꺾어버린 담배를 손에 쥐고서는. 보통의 아이라면 이미 땅에 던져 버렸을 텐데. 소중한 것처럼 손에 쥐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버릴 곳이 마땅치가 않다는 것을 깨닫고는 곧장 자신의 교복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래서였다. 태형이 찌푸렸던 미간을 풀었던 건.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나는… 아빠가 싫어. 울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토로하듯 뱉어 낸 것은. 땅으로 고개를 처박는데 눈물로 흐릿해지는 태형의 시야 안으로 지민의 운동화 앞창이 불쑥 튀어 들어왔다. 아. 하고 놀라며 고개를 들자 어느새 코 앞까지 다가온 지민이 그대로 쭈구려 앉아 시선을 맞췄다. 나도 아버지가 둘인 건 싫어. 아무렇지 않게 대꾸한 지민이 좀 전 자신이 던져 준, 태형이 들고 있는 비닐봉투 속 박하사탕 한 봉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양손으로 어렵지 않게 봉투를 뜯어 손가락 한 마디 만한 박하사탕을 한 움큼 쥐어 앞으로 내밀었다. 멍하니 보고 있던 태형이 손바닥을 펼쳐 내밀었다.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재혼한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난 아직도 새아버지와 친하지 않거든. 성도 달라. 그렇지만 좋은 사람 같아….

손바닥으로 와르르 떨어지는 박하사탕을 보며 웃던 지민이 그 중 하나를 다시 집어 제 입에 넣었다. 껍질 채 입 안에 다 집어 넣는 줄 알고 태형의 눈을 동그랗게 뜨는 순간,  껍질이 손가락에 딸려 쭉 다시 입 밖으로 나왔다. 입 안에서 사탕을 몇 번 굴린 지민이 오른쪽 볼 안으로 사탕을 밀어 넣고 말했다. 

새아버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 좋아. 할머니, 친척들, 그리고 우리 형… 아, 우리 형은 검사야. 엄청 똑똑해. 나도 우리 형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시큰한 코를 훌쩍이며 지민의 자랑을 가만히 듣던 태형이 고개를 숙여 지민의 가슴팍을 바라봤다. 이름. 이름이 알고 싶었다. 자신의 일도 아니면서, 학교 선생과 아이들에게 받은 시선을 신경 쓰고 또 이상한 위로를 해대는 이 아이의 이름이. 태형은 알고 싶었다. 

박지민. 세 글자를 눈에 새기는 순간, 지민이 먼저 김태형. 하고 불렀다. 그것은 바람 같았고 오후 다섯 시의 마모된 햇살 같았다.

 나는 사람을 볼 줄 알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내 친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었어. 그리고 너는…
 …….
 너는 좋은 사람 같아. 그러니까 태형아,
 …….
 우리, 친하게 지내자. 












   fiat lux
   05








먼 곳에서 터지는 와글거리는 티비소리와 함께 뒷덜미에 닿는 축축한 기운에 태형이 어렴풋이 눈을 떴다. 반쯤 열린 문 사이로 쏟아지는 환한 빛이 어두운 침실 안을 반으로 갈랐다. 태형은 그 빛에 눈을 적응 시키며 몸을 추스렸다. 꿈에서 어딘가를 한참 헤매기라도 한 건지 몸이 맞은 것처럼 아팠다. 손목에 찬 시계의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팔을 들어 올리다 으으 신음을 뱉었다. 근육통이 또 도진 것 같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을 얻은 건, 사고 이후였다. 몸에는 이상이 없는데. 아직도 아프신가요? 의아한 얼굴로 반문하는 의사에게 태형은 차마 이 모든 것이 갚지 못한 자신의 죄 때문이라는 것을 말하지 못했다. 아무도 원인을 찾을 수 없지만 어쩌면 이것은 합당한 고통일지도 몰랐다. 죽을 때 까지 아프다 갈 수 있다면. 그럼 그것은 죄를 지었으나 갚지 못한 이에게 축복이 아닌가. 태형은 그마저도 분에 넘치는 생각 같아서 애써 떨쳐냈다.

겨우 들어 올린 팔에 감긴 시계를 확인한 태형이 훌쩍 가버린 시간에 놀라 상체를 일으켰다. 한 것도 없는데 밤 열 시였다. 이건 옳지 않은 일이었다. 어제 저녁 집에 가지 않은 자신에게 차갑게 말하던 집주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태형이 허리춤까지 덮고 있던 이불 사이에서 슬그머니 몸을 빼 내어 바닥으로 발을 내딛던 때였다. 태형이 잠에서 깨 뒤척이는 것을 들었는지 정국이 침실 안으로 들어 왔다.

“괜찮아요?”
“…헉!”
“꽤 오래 쓰러져 있었어요.”

딱 갖춰 입고 있던 재킷과 베스트는 어디로 던져 놓은 건지, 몇 시간 정신을 잃고 깨어나 다시 본 정국은 셔츠만 입고 있었다. 그와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정갈했던 패턴 모양의 넥타이도 오간데없이 사라지고 단추는 두 개나 풀려 있었다. 정국은 형광등을 키는 대신 침대 옆 전등을 켰다. 그제야 태형은 노곤한듯 지쳐있는 상대의 얼굴을 온전히 볼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나한테 죄송할 건 없고. 쓰러진 건 그쪽 이잖아요.”

떨어진 고개를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태형은 입술만 깨문 채로 바닥을 막 딛고 있던 자신의 발 끝만 봤다. 한참이나 그러고 있는 게 답답했는지 정국이 입을 열었다. 손가락은 괜찮아요? 약도 발랐는데. 그제야 신경 쓰지 못했던 제 검지가 눈에 들어왔다. 손가락에는 병원에서나 쓰는 방수 밴드가 제법 모양있게 붙어 있었다. 이런 건 어디서 나는 거지. 손가락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 정국의 얼굴을 한 번 보는데. 뭘 묻고 싶어 하는 건지 한 번에 파악한 정국이 보다 가볍게 대답했다. 

“이 집 주인이 뭘 잘 때려 부수고 또 다치고 그러거든요.”
“…….”
“병원은 안 간 다고 하지, 그렇다고 정원장이 매번 올 수도 없는 노릇이라. 갖다 놓고 쓰라고 줬어요.”
“…….”
“꼴에 주치의도 있거든요.”

태형은 입을 다물었다. 이틀 새에 윤기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흔적을 참 많이도 밟는다. 전부 아프고 고통스러운 것들 뿐이다. 그것은 태형의 가슴을 옥죄게 했다. 눈 뜨고 술을 마시고, 그리고 잠이 드는, 24시간의 1분 1초, 그 1초의 또 1. 괴롭지 않은 순간이 없는 이 남자. 남자는 사랑하는 연인을 잃었다. 그 연인을 잃게 만든 건….

“남의 침실에서 뭐하는 거야.”
“아.”
“일어 났으면 가.”
“…….”

정국의 등 뒤에서 칼칼한 목소리가 터졌다. 윤기가 침실을 바라보며 삐딱하게 서 있었다. 아, 침대. 태형이 재빨리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대로 몸을 숙여 헝클어진 침대 시트를 정리하려는 순간, 정국을 밀치며 들어 온 윤기가 그대로 침대 위로 몸을 뻗었다. 잡아 쥔 시트 자락이 윤기의 몸에 말려 들어갔다. 이거 정리 해야 하는데. 애처롭게 시트 모서리를 잡아 쥔 태형의 팔을 부드럽게 잡아 챈 건 정국이었다. 

“괜찮으니까 그냥 둡시다. 술 많이 마셨어요.”
“그, 그래도 제가 사용한 건데…”
“늦었어요. 집에 데려다 줄 테니 이만 가요.”

전등의 불을 다시 끈 정국이 발 소리를 죽이며 침대 밖을 빠져 나갔다. 찾아 든 어둠이 낫다고 생각 한 건지, 윤기가 이불을 제 어깨치만큼 끌어 올렸다. 시트의 서걱거리는 소리와 길게 터지는 숨소리. 진동하는 술냄새와 애처롭게 굽은 등.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 발 아래에 무릎을 꿇고 이마를 짓찧으며 죄를 빌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당장은 저 굽은 등을 끌어 안아 주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비겁하고 삿된 마음이었다. 그 마음을 여봐란듯이 잠잠했던 몸의 고통이 다시 날 뛰기 시작한다. 심장이 쥐어 짜는 것처럼 아파 숨을 쉴 수가 없다. 태형은 다시 깨달았다. 죄를 갚지 않고 살아가는 인간에게 발병하는 고통은 그저 축복일 뿐이라는 것을. 








*






“이름이 뭐예요?”
“…네?”
“그쪽 이름이요.”

나는 전정국인데. 정국. 내 이름 멋있죠? 핸들을 부드럽게 돌리며 하는 말에 태형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김새와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다부지면서도 여유가 있고 또 이렇게 능청스러운 면모가 딱 그랬다. 분명 손에서 난 피를 보고 쓰러진 자신에게 궁금할 것이 많을 텐데. 정국은 혼자 가도 된다는 태형을 기어코 주차 된 제 차에 태웠다. 어디로 가면 되냐는 물음을 세번이 넘게 하고 나서야 태형에게 목적지를 들을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는지 데려다 주는 지금까지 가벼움으로 속엣 말을 가리는 중이었다.

“저는 김태형입니다.”

태형. 이름 기억해 둬야겠다, 태형씨. 두어 번 곱씹던 정국이 틀어 놓은 라디오의 볼륨을 조금 낮추더니 이번엔 꽤 사적인 것을 물어 왔다. 나이는 몇 살 이예요?

“나이는 왜….”
“이런 일을 하기에는 생각보다 어려 보여서?”
“그렇게 어리지는 않아요.”
“사실 내가 관심 있어서요.”

상대가 부담스러워 하는 것을 드러내는 상황 속에서 정국은 의외로 솔직했다. 빙빙 돌려 말하는 것이나 예의상 하는 말 보다는 솔직함이 보다 더 잘 먹힌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서른하난데. 태형씨는 나보다 어리죠? 어려 보이는데. 생각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정국은 자신의 나이를 먼저 까발렸다. 청소 대행업체에 연락해 정보를 아는 것이 어쩌면 더 쉬운 방법이기도 하겠지만 요즘 세상에 그런 올드하고 매너 없는 답습은 끊어야 할 때였다.

“스물다섯 입니다.”
“스물 다섯살?! 와, 나는 더 어리게 봤는데.”
“…….”
“미안해요. 방금은 내가 너무 나갔어요.”

혀를 빼 물며 씽긋 웃는 남자의 눈가가 매끈하게 휘어지며 보기 좋은 주름이 졌다. 가볍게 던지는 목소리와 어울리게 잘 웃는다. 그러고 보면 현관 앞에서 처음 부딪쳤을 때부터 그랬다. 진중하진 않지만 그것은 진중하지 않은 척일뿐이다. 사람을 편하게 만들고 원하는 것을 얻는 사람. 태형은 이런 스타일의 또 다른 남자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너는 좋은 사람이야. 하는 달콤한 말로 구원하려던 유일한 사람.

틀렸어 박지민. 그 곳에 있으면 안 되었던 건 내가 아니라 너 였어. 고개를 숙인 태형이 밴드가 감겨 있는  검지를 다른 손으로 꾸욱 아프게 눌렀다. 아릿한 통증이 손등을 타고 팔로 번졌다. 입에 고이는 핏물을 내뱉으며 차 밖으로 기어 나오다가 겨우 뒤를 돌아보았을 때, 지민은 차 안에 거꾸로 매달린 채 웃고 있었다. 오후의 햇살 같은 눈 웃음이 눈 앞에서 흐릿해지는 순간 하늘을 찢는 듯한 폭발음이 터졌다.

바보같이….

암전처럼 꺼지는 기억은 가보지 못한 심해 같았다. 두렵고 무서웠다. 그 심해 속에서 천천히 올라와 모습을 드러낸 건 우습게도 민윤기의 얼굴이었다. 감아 놓은 밴드 겉으로 피가 뻘겋게 비출 때 쯤. 태형이 물었다.

“혼자 둬도 괜찮을까요.”
“…….”
“그 분이요. 혼자 두면…”

더 아프지 않을까요. 외롭고 추울 텐데. 차마 뱉어 내지 못하고 삼킨 말은 무겁기 그지없어 태형의 명치와 심장을 내리눌렀다. 뜬금없는 질문인데다 그것도 윤기의 관한 것이라는 데에 정국이 조금 당황했으나 윤기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물음이기도 했다. 정국이 한숨이 섞인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힘들겠죠.”
“…….”
“그런데. 그건 삼촌 인생이죠.”
“…….”
“사람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뇨. 바뀌는 것도 다 각자의 의지예요.”

물론 이선우가 죽은 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지만. 그것도 어쨌든 인생의 한 축이죠. 죽은 이선우의 인생에서도. 남은 민윤기의 인생에서도. 그리고 내 인생에서도. 들릴 듯 말 듯 내 뱉는 정국의 말은 상대가 애매모호했다. 질문을 한 태형에게 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인지. 혹은 민윤기인지. 

“다 삼촌 의지예요.”
“…….”
“민윤기는 아마 다시 살고 싶어지면.”
“…….”
“또 열심히 살 거예요.”

다만 그 날이 좀 빨리 왔으면 좋겠지만, 모르죠 뭐. 아쉬운 듯이 뱉는 말에 태형의 손이 바르르 떨렸다. 사람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묻는 말에 고개를 젓고 싶었다. 당신은 모른다. 나의 사고로 내가 얼마나 사람들을 바꿔 놓았는지를. 태형은 당장에라도 말해 주고 싶었다. 당신의 혈육을 저렇게 망가뜨린 건 그것이 그 남자의 인생이라서가 아니라고. 그저 돼먹지 못하게 자라온 철부지 하나가 술을 마시고 만취해서는 운전하는 것을 만류하는 친구를 옆에 태운 채로 차를 몰았던 거라고. 그리고 차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다른 차를 들이박았으며 그대로 전복이 되어 가드레일 너머 절벽으로 추락하는 순간, 자신의 의지와 인생의 축.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그저 그 사람, 그 사람과 얽힌 삶이 박살이 나 버린 것이라고. 

“…괜찮아요 태형씨?”
“……틀렸어요.”
“네?”
“…….”

말을 미처 끝내지도 못하고 태형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죄를 빌며 울고 싶은 생각만 간절할 뿐이었다.

















새 연재 괜찮나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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