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exo 빙의글/엑소 빙의글/변백현 빙의글] 경계태세 01 ~ 03 

(앞 부분은 비슷하지만 뒷부분 내용 변경 예정O)



w. 리얼19윤재

[변백현 빙의글] 경계태세

01. 착한일



이어폰에서 나오는 노래에 맞춰 지하철 계단을 내려왔다. 이때 주의할 점은 내가 내리는 에스컬레이터와 가까운 곳인 플랫폼에서 지하철을 타야한다는 것이다.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재빠르게 복잡한 지하철에서 내릴 수 있는 바로 그 곳을 나는 노린다.

노래를 두 곡정도 더 들었을까 전철이 들어오고 있다는 소리에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는 사람들과는 달리 나는 내리는 사람들로 인해 이리저리 치이지 않도록 한쪽으로 비켜섰다.


-지금 들어오는 지하철은 청량리, 청량리행입니다....


청량리던 성북행이든 그 전에 내리니 상관없었다. 그저 얼른 가야할 곳에 빨리 도착하길 바랄 뿐이었다. 지하철에 타고, 자리가 비어있는 곳이 많았지만 그쪽으로 잠깐 눈길을 주다가 그냥 문 옆에 서서 괜스레 핸드폰에 있는 노래를 바꿨다.

거의 시끄러운 비트 음악들뿐이었지만 뛰어가기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선곡들이었다.

5~6정거장 쯤 되서야 나는 전철에서 내려 제일먼저 에스컬레이터를 거의 뛰듯이 내려왔다. 원래 이렇게 하면 않된다는 걸 알지만 그냥 본능에 가까운 습관이었다.

그렇게 내려와서도 후드 모자를 쓰고선 재빠르게 사람들을 피해 카드 찍는 곳까지 달려갔다.

카드를 찍고 다시 뛸 준비를 하는데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붙잡았다.


"저, 저기요"


나는 나를 붙잡은 사람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이어폰을 뽑았다. 


'남자다...왜 부른거지?? 왜...내가 뭐 잘못했나?'


"여기까지 어떻게 가는지 아세요?"


남자의 얼굴은 쳐다보지 못했지만 그 남자가 검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종이에는 내가 아는 곳이었다. 


"4번 출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계속 가면 나와요"


원래 사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나는 남자의 얼굴을 잘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웃었던 거 같다.


"고마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내 갈 길을 가려했지만 그 남자 주변의 짐들을 발견하니 고민되었다. 


'저거.. 혼자 어떻게 거기까지 들고 가려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어색했다. 그런데 미간이 찌푸려졌는지 그 남자가 내 미간으로 손으로 만지려는 남자를 피해 뒤로 한걸음 물러서니 그 남자는 또 웃었다.


"미안해요" 


고개를 저으며 안가고 남자의 짐들을 쳐다보자 남자도 그런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내가 내린 결론을 남자에게 말해주었다.


"도와..줄까요?"


남자는 안 그래도 된다고 하다가 내가 짐을 이미 들고 있자 고맙다면서 내려둔 짐을 들어올렸다.


"그런데 바쁘신거 아니에요?"


바쁜 건 아니었다. 항상 강의시간보다 두 시간 일찍 나왔으니까..

고개를 저어주자 다행이라며 남자는 정말 고맙다고 말을 한 거 같았다. 내 이어폰 한쪽에서는 계속해서 시끄러운 노래가 나와서 사실 남자가 무슨말 하는지 집중하지 않으면 잘 몰랐다.


"학생이에요?"


남자는 나에게 말을 계속 시키고 싶은지 계속해서 말을 시켰지만 나의 대답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젓는 것뿐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걷다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짐을 내려놓자 그 남자는 고맙다며 사례를 하겠다고 했지만 그냥 처음으로 착한일 한 거라고 생각하기로 해서 했던거라 그냥 고개만 까딱하고 학교로 향했다.


"고마워요!!"


남자가 마지막에 뭐라고 했던 것 같았지만 이미 내 귀엔 세상과 차단시켜주는 이어폰이 꽂혀 있어서 들리지 않았다.





*그남자

"변백현!"

"어,어?"

"뭐야, 왜 멍때리고 있어"


멍때린거 아닌데..

찬열이 녀석을 보다가 그 여자가 가버린 방향쪽을 보니 이미 그 여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얘가 왜 이래??"

"아오.. 박찬열 내 인생에 도움이 안되요"


그러면서 찬열이 녀석의 목에 헤드락을 걸자 항복을 외치며 살려달라며 소리쳤다.


"얼른 들어가자, 애들 기다리겠다."

"그래"



다음날, 길치인 나는 또 어디인지 모를 어제와는 다른 출구로 올라갔다가 다시 지하철 카드 찍는 곳으로 내려왔다. 애들이나 준면이 형은 전화도 안 받는다. 아... 어떡하지... 어쩔 줄 몰라하며 어제의 종이를 가방까지 뒤져서 찾는데 없다. 아... 다커서 미아가 되다니.. 

어? 어제 그여자다..


"저기.."


그 여자는 어제와 같이 후드 모자를 뒤집어쓰고 뛸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제같이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아이같이 나를 쳐다보며 이어폰을 한쪽을 뺏다. 


"아... 저..어제 길 알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내 말에 내가 누군지 기억 못하는지 한참 말이없다가 이내 앞에 있는 이가 누군지 알아차렸는지 고래를 살짝 숙이고 인사해왔다.


"죄송한데.. 저 어제 그곳을 다시 가야하는데 제가 길치라서.."


그 여자는 내 말뜻을 이해했는지 나에게 따라오라며 앞서 갔다.

여자의 뒤를 쫓아가는데 후드모자 사이로 염색된 머리가 살짝 보였다.


"염색하셨나봐요"


그 여자는 여전히 어제처럼 말이 없었다. 



*

"손가락에 점이 있어"

"뭐야, 얘 왜이러냐? 진리야"

"몰라, 아까부터 계속 저 말만해"





경계태세

02. 몽글몽글



"오빠~저희 왔어요!"


학교 끝나고 바로 집으로 가려했지만 진리와 수정이로 인해 차단당했다. 둘은 내가 이상한 말을 하는 이유가 답답하게 학교와 집만 오가서 그런 거라며 역 근처 카페로 나를 데리고 왔다. 둘다 자주 와봤는지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한테 인사를 했다. 카페에는 사장이 많은 여자 손님들의 주문을 손수 받고 있었다.

알바생은 없나..


"너희 뭐 마실래"

"난 아메리카노~"

"나는 카라멜마끼야또"


주문하는 말에 진리와 수정이는 대답을 했지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런 나를 아는지 거의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올 때라 추워서 사람들이 잘 안 시킬거 같은 딸기 스무디를 시켜주었다. 수정이와 진리가 하는 이야기를 듣다가 흥미가 떨어져 가는 도중에 사장이 직접 주문한 걸 들고 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몇몇 손님 말고는 없어서 이런 서비스를 하는 것 같았다.


"이 친구는 처음 보는 친구네??"

"아~ 얘가 워낙 학교 끝나며 칼같이 집에 가서."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사장이 부담스러워서 옆에 앉아있던 수정이의 뒤로 숨었다. 숨어봤자 얼굴만 가려질 뿐이었지만...;;


"나여주 너 얼른 수정이 뒤에서 안 나올거야!?!?"


진리의 말에 찍소리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내 앞에 놓인 스무디의 빨대만 만지작거렸다.


"어후!! 이 답답이"


진리가 날 칭하는 저 말은 딱히 반박할 수도 없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못하고, 다가오려 하면 도망치는 게 바로 나였으니까.


"최진리 진정하고, 오빠가 이해하세요. 워낙에 낯을 가려서 그래요"

"아... 그럼 수정이, 진리 친구 맛있게 먹어요^^"


사장이 자리를 뜨면서도 연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카운터로 돌아갔다.


"여주야, 여기 괜찮지?"

"응"


나의 할말없게 만드는 답에도 항상 물어봐주고 내 반응을 살피는 수정이 싫은지 진리는 "나여주 엄마 노릇 여기서도 하고 싶냐?" 라며 빈정대는데, 다른 사람이 보면 빈정대는 말투라며 오해할지도 모르는 말을 내뱉는 진리였지만 내가 걱정 돼서 하는 말인걸 알기에 나는 살짝 웃어보였다.


"어휴~ 내가 널 어떻게 이기겠냐"


수정이와 진리의 수다가 장시간이 되자, 지루해서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 꼽고 음악을 재생했다.

답답했던 숨통이 조금 트였다.




+그남자

준면이 형 보러 사장이 없고 알바생만 있어서 그냥 나가려다가 그여자를 발견했다. 두 번의 만남에서도 이어폰을 끼고 있더니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그 여자의 주변에 친구로 보이는 두 명의 여자가 더 있다는 거? 그런데 그 여자는 보통 여자들이 그렇듯 카페에 오면 수다를 떨기에 바쁠텐데 전혀 대화에 관심 없다는 듯 엎드리다가 창밖을 나른하게 쳐다봤다.


"왔냐?"

"아, 어."


준면 형이 언제 왔는지 와서 나를 자리에 앉히고 커피를 건넸다.


"뭘 그렇게... 아~ 왜?"


내가 계속 시선이 가 있는 쪽을 보더니 형이 물었지만 사실 나도 왜 저 여자를 계속 보는 건지 몰라서 그냥이라고 대답했다.


"셋 중에 저 이어폰 꼽은 여자 좀 특이하지 않냐?"

"그런가?"


아무렇지도 않게 무심히 말하자 형은 묻지도 않은 말을 술술 털어놨다. 


"오늘 처음 왔는데 저 두 명이랑은 달리 말이 없어. 아까 내가 가서 서빙 직접 하면서 말시켰는데 친구 등 뒤로 숨고ㅋㅋ"


준면형의 말을 들으며 아까 있었던 일을 듣는데 왠지 특이해서 이상하기보다 귀엽다. 사람들과 한 발짝 떨어져서 자신만의 공간에 있는 그 여자가 신경이 쓰인다.



*

어제 늦게 자서 그런지 졸려서 눈을 비비며 겨우 뛰어서 지하철을 탔다. 원래 좀 더 천천히 다음 것을 타도 되지만 그냥 조금만 뛰면 빨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뛰었다. 그랬더니 역시나 열 알레르기가 올라와서 가렵다 못해 따가웠다. 결국 반발 티셔츠만 입고 겉옷은 가방에 집어넣었다. 겨울이라 사람들의 시선이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몸의 열을 내리기 위해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지하철에 내리고선 나름 천천히 걸어서 카드 찍는 곳을 통과했는데, 


"저기!!"


날 뒤에서 부른 사람을 쳐다보니 남자가 내게 손가락을 보여주며 아는 체를 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 남자의 입술을 보며 다음에 나올 말을 예상했다.


'또 길을 까먹었어요'


"고마워서..이거!"


나온 말은 내가 예상한 말이 아니여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나에게 건넨 별모양 커피를 나는 받지도 못하고 안 받을 수도 없었다.


'난 커피 못 마시는데...'


내가 그 남자의 손에 들린 커피만 보자, 남자도 이상한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상한 뜻에서 주는 거 아니라, 진짜 고마워서 주는 건데..."


남자의 말에 오해하지 않았지만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게 받으면 저 새 거를 먹지도 못하고 버려야 할 거 같아서 사실대로 말하려하는데, 갑자기 나를 뒤에서 치고 가는 아주머니로 인해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정신 차리고 있던 게 아니라 꼼짝없이 엎어지는 줄 알았지만 앞에 있던 그 남자가 잡아줘서 다행이도 넘어져 쪽팔리는 꼴을 면했다.


"고맙습니다.."


남자가 연신 심각한 얼굴로 괜찮냐고 물어와서 나는 그 남자에게 충동적으로 말했다.


"같이 차 마실래요?"


내가 내뱉고 나서도 놀래서 어버버 거리는데 그 남자도 처음엔 당황하다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었다. 충동적으로 말해서 거절당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혹시나 거절 당할까봐 불안에 떨었었는지 그 남자의 그러자는 말에 다리가 풀릴뻔했다.

역 근처 카페에 다시 왔는데 어제 그 사장은 보이지 않았다. 사실 사장이랑 진리, 수정이가 친해보여서 사장이 나와 내 앞에 앉은 남자에 대해 오해해서 두 친구에 알릴까봐 걱정했다.


"뭐 마실래요?"

"아...레몬 아이스티요...제가 살게요"

"아니에요"


남자는 내가 지갑을 꺼내기도 전에 카운터로 가서 주문을 했다.  이런 건 처음이라 어떻게 반응을 보여야할지 몰라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남자랑 단둘이 카페에 와본 적도 차를 마셔본 적도 없는데.. 혹시나 이 남자가 이상하게 볼까봐 남자가 가져온 아이스티만 홀짝였다. 그러다가 남자 옆에 보이는 별모양 커피를 보고 해명도 못해 식어버린 커피가 미안했다.


"미안해요.."

"ㄴ,네?... 쿨럭쿨럭"


나의 갑작스런 말에 놀랐는지 기침을 하며 나를 무슨 소리냐며 쳐다보길래 커피를 가르키며 아까 넘어질 뻔해서 하지 못한 말을 했다.


"커피.. 못마셔요. 마시면 몸에서 열이 나서.."


남자가 내말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반팔차림에 대해서 물었다. 하긴 여름 다 지나고 반팔만 입고 다니는 게 흔치 않아서 이상해 보일만도 하다.


"열 알레르기가 있어서 몸에서 열나면 가렵고 따가워서 열 내리려면 밖에서는 이 방법 밖에 없어서.."


아마 내가 남자랑 했던 말 중엔 제일 긴 거 같다. 그러고 보니 이 남자에게는 처음 하는게 많은 거 같다. 조금은 그런 내 모습에 불안해서 앞에 있는 아이스티 컵을 만지작거렸다.


"난 변백현이에요"


남자의 갑작스런 소개에 우리가 아직 서로 통성명도 안하고 카페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구나 싶어서 나도 내 이름을 말해주었다.


"내가 한살 더 많네?"


나는 빠른 생일인데... 말할까 말까 하다가 그냥 생각만 하고 백현의 질문에 어느 정도 대답을 해주었다.


"여주야, 나 너한테 앞으로도 연락하고 싶어"


내가 아이스티를 다 먹고 핸드폰을 집었을 때 백현이가 말했다.  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결국 난 내 호기심을 더 충족시켜주기로 했다. 


그 남자와 있으면 아까부터 마음이 몽글몽글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유를 알고 나면 다시 돌아갈 수 있겠지? 그 남자 알기전의 내 모습으로...






경계태세

03. 소문


[일어났어?]


얼마 전 전화번호를 주고받은 뒤로 백현은 아침에 이렇게 날 깨워줬다. 덕분에 오늘도 기분 좋게 일어나서 답장으로 [응, 너는?] 이라고 하자 나보다 긴 문자로 [나도^^아침 꼬옥 챙겨먹고, 수업 잘들어] 이렇게 보내왔다.


'원래 아침 잘 안먹는데..'


아침을 귀찮아서 안 챙겨 먹을거 같은 백현은 아침 인사중에 매일 빠지지 않는 게 바로 "밥 먹었어?"여서 처음에는 솔직하게 말했다가 편의점에 데려가서 몇 번 억지로 먹은 뒤로 거짓말을 한다. 




[오늘 날씨 좋다~이럴땐 밖에서 바람 맞아줘야하는데]


쉬는 시간마다 수업 중에 와있는 백현의 문자를 보고 답장을 해주는데, 옆에서 수정이와 진리가 둘이 나를 주제로 떠든다.


"쟤 며칠전부터 왜저래?"

"우리 여주 애인생김??"

"촉이와~"

"저것 봐, 또 웃네?"


백현과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나도 모르게 혼자서 핸드폰을 보며 웃음을 짓는 경우가 많아진 걸 느끼는데 옆에서 그렇게 말하니 뻘쭘해져서 입꼬리를 억지로 내리려하지만 또다시 울리는 진동에 다시 웃을 수밖에 없었다.


"너 뭐야~ 나여주 빨리 이 엄마, 아빠한테 고하지 못할까!"


내가 평소와 다른 모습이 계속 되 궁금한지 오늘만큼은 말할 때까지 안 넘어갈 거라며 쫓아오는데..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내가 몽글몽글한 이유를 둘은 알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헐....!"

"변백현이라고??"


둘의 반응은 내 생각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나는 적어도 "올~ 나여주" 이럴 줄 알았는데 둘은 심각하게 뒤를 돌아서 상의를 하다가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여주야, 연락 하지마"

"그래, 내가 다른 사람 소개시켜줄게"


대체 왜 그러는 건지 말도 안 해주는 친구들이 이해가 안가서 수업이 끝날 때까지 나름 말을 안 해서 시위를 벌였지만 친구들은 끝까지 말해주지 않았다.





* 그남자

오늘도 여주에게 문자를 보내고 하루를 시작했다. 룸메이트인 종인이가 요즘 나 때문에 일찍 일어난다며 이어폰과 안대를 하고 자는데 그래도 오늘 아침에 수업이 있으니까 씻고 빨리 깨워야겠다.


씻고 나오자 여주의 문자가 와있었다. 간단히 [응, 너는?]이라고 보내왔지만, 아마 여주의 성격상 이 문자를 보낼 때 몇 번이나 어떻게 보낼까 고민한 것 같아서 그냥 웃음이 나왔다.


"너 요새 병 걸렸냐? 광.견.병"


나 때문에 일어났는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일어나는 종인이었다. 종인의 말에도 나는 웃으면서 아침인사를 건네니 일어나면서 "미친놈" 이라고 말하며 욕실로 들어간다. 원래 같았으면 저 욕에 나도 맞대응 했지만, 


'오늘은 여주 때문에 참는다. 김종인, 넌 여주한테 고마워해야 되'


시간이 없어도 아침을 항상 챙겨먹는 나는 토스트를 한개 입에 물고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려다, 나가기 전에 여주가 또 아침을 거를까봐 문자를 보내서 먹으라고 했다.

여주는 아침을 안 먹는 듯 했다. 처음 며칠간은 안 먹었다는 여주의 말에 편의점에 데려가서 사먹였더니, 그 뒤로는 먹었다며 거짓말을 하는데, 자신은 거짓말을 잘하는 줄 알지만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급격히 말수가 적어지며 손가락을 만져대서 귀엽다.


"똥백, 또 쳐웃네"

"쟤 요새 맨날 저렇게 웃더라"


뒤에서 종인과 종대가 말하는게 다 들렸지만 별로 상관없었다. 


'아... 여주 보고싶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디서 여주 이름이 들렸다. 나도 모르게 여주를 언급한 애들의 말을 들었다.


"경영학과 나여주 아냐?"

"아... 그 병신?"


순간적으로 달려가서 그 새끼들의 멱살을 잡고 싶었지만, 일단 잠자코 듣기로 했다. 사실 여주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궁금한 게 더 컸다. 내가 묻지 않으면 여주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도, 질문같은 걸 하지도 않았다.


"걔 근데 진짜 좀 모자르데?"

"그건 아니라는데?"


그래, 여주는 단지 낯을 많이 가리고 말이 별로 없을 뿐이란 말야.

내 표정이 굳었다가 풀어지는 걸 반복했는지 종대가 내 앞자리에 앉더니 내 볼을 잡고 늘렸다.


"느라(놔라)"

"너 누구야! 우리 백구 내놔"

"ㄴㄴ쟤 그냥 미친듯"


내 볼을 잡아당겨서 발음이 계속 샌다. 

아오.. 김종대, 김종인 왜 시비야,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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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말고 다 썸썸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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