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과 전체가 떠들썩 했다. 1학년 수업 출석률이 심각하게 저조하다고 3학년 과대가 대표로 학과장에게 불려가서 한소리 들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과대가 조교에게서 1학년 출석부를 빌려 스스로 생각하기에 셀프공강이 너무 많은 1학년을 따로 불렀다는거다. 웬만해서는 크게 후배를 잡지 않고 허허실실 웃고 다니기만 하던 과대가 오늘 오전 직접, 1학년 한명한명 이름 지목해서 과톡에 딱딱한 공지를 내린건 1학년뿐만 아니라 과 전체에 큰 이슈거리였다.


"나는 들어가자 마자 무릎부터 꿇으려고."

"나는 무릎 꿇고 손도 들거야."


지목당한 학생들은 긴장을 농담으로 승화시키려는 듯 저들끼리 장난을 쳤다. 그 속에서 한빈만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그리고는 이제 습관처럼 다시 과톡에 들어가서 과대의 공지를 확인했다.


「김한빈, 유성연, 강해인, 김준성, 전세계, 정호승, 정유리, 김 후, 김지수, 지단비.
   이 중 남학생들은 이번주 내로 기숙사 A동 302호로 각자 오세요. 면담 있습니다.」


멀리 갈것도 없었다. 한빈은 제일 앞에 호명되어 있었다. 그게 제일 큰 죄를 저질렀다는 뜻이라도 되는 것 마냥 한빈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야 한빈아. 딴 애들이야 워낙 과 생활 대충 하니까 그렇다 쳐도 너는 왜 불려가는거냐?"

"나 저번주 금요일에 빠진거때매 그러나..."

"설마 수업 하나 때문에 그럴까. 너 학년 과대라 괜히 데려다 군기 잡아놓으려는거 아냐?"

"그러실 분은 아닌 거 같은데... 모르겠다."


긴장이 되는 듯 제 가슴 언저리를 탁탁 치는 한빈을 보던 지원이 그의 어깨를 툭 쳐줬다. 오늘 김한빈 하루종일 정신 빼놓고 있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 * *



"너 미쳤지?"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한빈은 3학년 과대, 지용의 앞에 열중쉬어 자세로 고개를 푹 숙이고 섰다. 지원의 예상대로 한빈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오늘 정신 차리고 제대로 한 게 하나도 없었다. 조교가 1학년에게 공지 하라고 시킨 내용을 잊어버리고 공지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동기들에게서 걷은 제출 기간이 오늘까지인 레포트를 제 사물함에 넣어놓고 교수님께 제출하지도 않고 심지어 요일을 착각해 학생회 회의에 지각하기까지 했다. 모든 일에 철두철미한 한빈이 하루 안에 한 실수라고는 과 내 누구도 믿기 힘들 정도였다. 한빈은 제 나름대로 스스로가 답답하고 화가 났다. 그간 잘 해오던 일들을 왜 이렇게 밖에 처리하지 못 하나 싶었다.


"죄송합니다."

"내가 과 공지에 학교 잘 다니고 있는 네 이름 넣었다고 반항하냐?"

"그런거 아닙니다."


공지에 적힌 A동 302호는 3학년 과대 지용의 방이기도 하지만 그의 직속 후배인 1학년 과대 한빈의 방이기도 했다. 필드가 좁고 소문이 빠른 과 특성상 한빈의 무수한 실수를 지용이 모를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그걸 빤히 아는 한빈은 자신의 방임에도 불구, 방 안에 들어가기가 무서워 방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그런 그를 끌고 들어온 사람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던 지용이였다.  


"아닌놈이 일을 이따위로 해?"

"...죄송합니다."

"그럼 엎드려. 뭘 잘했다고 서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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