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드릭과 의형제를 맺고 난 다음 날 아침. 드레이코는 평소보다 기분 좋게 풀어진 낯으로 연회장에 갈 준비를 마쳤다.



“컹… 컹. (너… 뭔 일 있냐?)”


“오, 스누플즈. 오늘따라 기분이 정말 좋은 것뿐이야. 시어도르가 팔을 다쳤다는 건 안타깝지만, 그 안타까운 소식을 덮어버릴 매우 기쁜 일이 있었거든!”



드레이코는 평소 입꼬리를 올려 짓던 능글맞거나 말포이스러운 웃음이 아닌 생글거리는 미소를 얼굴 만면에 띄웠다.



“므웅…. (미쳐버린 건가…)”


“하하! 스누플즈 오늘 입고 싶은 옷 있니? 네가 원하는 걸로 입어보자.”


“켕, 왕왕! (진짜? 그럼 스카프 하나만 할래!)”


“그래.”


“뭉?! (진짜?! 좋아, 그럼 저 파란색 레이스 없이 깔끔한 걸로!)”


“그래!”



싱글벙글한 드레이코가 시리우스의 털 색을 오트밀 색으로 바꾸고 목에 진한 푸른색의 스카프를 묶어주었다.


레이스가 단 하나도 없는 스카프를 말이다! 저 레이스 덕후가!


시리우스는 저 녀석이 드디어 미쳤나 싶었지만 좋은 게 좋은 거였다. 나도 가끔은 레이스 없이 깔끔하게 입고 싶다고, 레이스 가득한 드레스 말고! 물론 보기엔 예쁘지만… 진흙탕에서 뛰어놀기엔 아깝잖아. 저 녀석은 그래도 뭐라 안 하지만 말이야.


스누플즈의 목에 스카프를 묶어준 드레이코는 거울 앞에 서서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빳빳한 흰 셔츠, 각진 셔츠 깃과 바짓단, 목 끝까지 올린 넥타이와 반듯이 끼워진 넥타이핀, 오른손 약지에 낀 가문의 반지-개학 하루 전에 간 집에서 루시우스에게 받았다-.


흠 하나 없이 깔끔한 차림새 확인을 마치고 드레이코는 연회장에 향했다.


시리우스는 평소처럼 연회장에 들어서자마자 쌩하니 해리에게 가버렸고 드레이코는 조금 뜸을 들이며 후플푸프 테이블을 눈으로 빠르게 훑었다.


일부러 매번 일찍 오던 것을 평소보다 조금 늦게 들어왔는데 세드릭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오지 않은 것일까. 드레이코는 아쉬움을 속으로 삼키며 슬리데린 테이블로 가려 했다.



“드레이코!”



등 뒤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목소리는 드레이코가 기대하던 세드릭 디고리의 것이었다. 드레이코는 슬금슬금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막지 않았다. 그야 세드릭이니까!


드레이코를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은 스네이프와 해리, 몇몇 슬리데린생들 정도밖에 없었기 때문에 연회장에 있던 학생들은 시선을 둘에게로 집중시켰다.


디고리가 원래 말포이랑 친했었나…?


둘이 서로 인사하는 사이긴 했어.


하지만 지금 이름으로 불렀지?


수군거리는 소리가 점점 퍼지고 슬리데린 테이블은 고학년생들이 드레이코의 눈치를 살펴 저학년을 입단속 시켰다.



“세드릭,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이야, 드레이코. 평소에는 엄청 일찍 나오더니 조금 늦었네?”



세드릭이 씩 웃으며 드레이코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가만히 쓰다듬는 손길에 머리를 맡긴 드레이코는 무뚝뚝한 평소의 얼굴과 달리 상당히 풀어진 낯을 했다. 입꼬리는 느슨히 풀려 호선을 그리고 눈꼬리도 그에 맞춰 슬쩍 휘어 있었다.


언제나 무뚝뚝한 낯에 미소를 지어도 비웃음이나 작은 미소뿐이던 드레이코의 처음 보는 모습에 1, 2학년들은 경악했고 2년 전 핼러윈의 사건을 아는 이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설마, 2년 전의 일이 되풀이되는 것인가…!


토니어스 쌍둥이 어딨어. 물약 더 사야겠다.


그때 일이 또 벌어질 것 같네. 이런, 벌써 물약값이 올랐잖아!


치사한 슬리데린들. 얌전한 척 지들이 제일 먼저 사 갔네!


토니어스 쌍둥이는 재빠르게 장사판을 열어 공간확장 주머니에서 물약들을 꺼내 팔기 시작했다. 기절 방지 물약, 피를 멎게 하는 물약, 호흡을 잘 할 수 있게 돕는 물약, 심장 박동을 느리게 하는 물약 등등의 물약이었다.


토니어스 쌍둥이는 드레이코가 풀어진 낯을 했을 때부터 낌새를 눈치채고 바로 슬리데린 테이블로 갔는데, 슬리데린의 귀족 출신들이 더 많은 값을 지불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슬리데린에서 적당히 판매를 마치고 난 쌍둥이는 바로 후플푸프 쪽으로 가서 제대로 판매를 시작했다.



“어제 책을 읽느라 조금 늦게 잠들었거든.”


“못 말려. 그래도 잠은 일찍 자 피곤하잖아.”


“응, 그럴게.”



세드릭의 부드러운 걱정에 드레이코가 볼을 발그스름하게 물들이며 해사하게 웃었다. 무뚝뚝하던 눈꼬리가 둥글게 휘고 옅은 속눈썹이 불빛을 받아 반짝이며 살랑였다.


젖살이 안 빠졌던 1학년 때와 달리 방학 동안 키가 쑥 크고 몸도 만들어진 드레이코는 귀여운 아이라기보단 잘생긴 소년에 가까웠다.


예쁘장한 생김새의 소년이 볼을 붉히며 환하게 웃는 모습은 2년 전 핼러윈 사건 때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타격이 컸다.


후플푸프에서는 토니어스 쌍둥이의 물약을 사재기하기 시작했고 그리핀도르에서도 어서 빨리 물약을 사려 성화였다. 이미 피해자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물약을 구비한 덕인지, 후플푸프가 아닌 그리핀도르에서 가장 먼저 혼절하는 사람이 나왔다.



“아침 맛있게 먹어.”


“세드릭도.”



세드릭이 방긋 웃으며 인사하자 드레이코도 그를 따라 환하게 웃었다. 반짝이는 그 미소에 가까스로 버티던 이들도 ‘뒤에서 후광이…!’라거나, ‘천사다, 천사가 여깄어!’라며 기절하기 시작했다.


아침 시간이라 교수진에는 스프라우트와 플리트윅, 맥고나걸, 덤블도어만이 있었고 맥고나걸은 아이들이 혼절하기 시작하자 2년 전의 일이 재개된 것을 눈치채고 다른 교수들과 함께 빠르게 대처했다.


상태가 심각한 이들을 병동으로 옮기고 치료할 수 있는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마법으로 치료하였으며 스네이프도 인정한 효과 좋은 토니어스 쌍둥이의 물약을 처방하기도 했다.


주변에서 심해지는 소란에 세드릭과 드레이코는 어리둥절해하며 각자의 기숙사 테이블로 갔다. 


세드릭은 그에게 달려들어 질문하는 학생들과 알아듣기 힘든 꺅꺅거림만 반복하는 팬클럽 회원들에 둘러싸여 버렸고, 드레이코는 시어도르가 맡아놓은 빈자리에 앉아 따갑도록 반짝이는 시선들을 무시하며 얼굴에 철판을 두르고 식사했다.



“켕… (이게 뭔 개판이야.)”


“세상에….”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아 있던 헤르미온느와 론, 해리는 순식간에 개판이 된 연회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2년 전과 똑같아. 아니, 그때와 다르게 대처가 빨라서 전보단 낫지만.”


“저 둘이 사귀어? 쟤 누구한테 저렇게 웃는 거 처음 봤네.”


“… 그러게. 처음 봤어….”



어딘가 시무룩해 보이는 해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시리우스는 지금 충격에 빠져 있었다.


저 녀석, 저렇게… 그, 환하게 웃을 줄 알던 놈이었어? 나랑 깜찍이(?) 녀석이랑 있을 때는 한 번도 그런 적 없으면서. …마음에 안 들어.


기분이 언짢아진 시리우스는 대자와의 식사 시간을 포기하고 드레이코가 있는 슬리데린 테이블로 향했다.



“스누플즈? 해리랑 밥 안 먹니?”


“므웅. (됐어.)”


“이런, 삐졌어? 우리 스누플즈가 왜 기분이 나빠졌을까….”



드레이코는 식기를 내려놓고 발치에 온 스누플즈를 쓰다듬으며 다정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 목소리는 근처에 가서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아서 드레이코의 가까이에 있던 슬리데린들만이 들을 수 있었다.


티나게 드레이코 쪽을 보거나 몰래 소곤대던 슬리데린생들은 시어도르의 눈총으로-시어도르가 드레이코의 오른팔인 건 슬리데린에서 공공연해졌다- 다 정리되었다.



“개는 원래 주인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법이니까. 주인의 관심이 다른 곳에 가버려서 질투하는 거겠지.”


“흐음, 그런가? 그러니 스누플즈?”


“… 왕. (… 아니거든.)”


“그래. 밥 다 먹고 나면 같이 산책이라도 하자. 관심이 필요해 보이니까 말이야.”



드레이코는 시리우스에게 그가 먹을 양의 고기를 그릇에 덜어 주었고 그를 흘긋 거리는 시어도르에게 입꼬리를 올려 씩 웃어주었다.



“너도 마찬가지야, 시어도르. 같이 산책하자.”


“응.”



*



드레이코는 저녁 식사 후 시리우스와 함께 산책에 나섰다. 아침에도 같이 했지만, 그때는 시어도르도 같이 하여서 둘만 산책하기 위해 저녁에도 나온 것이다.



“스누플즈, 삐진 건 풀렸어?”


“켕! (안 삐졌어!)”


“호오, 대놓고 삐진 티를 그렇게 냈으면서?”



하루 종일 눈도 안 마주치고 말을 걸어도 웅얼웅얼 거리던 모습은 누가 봐도 삐진 게 분명한 모습이었다. 


시리우스는 드레이코가 잘 알지도 못하는 녀석에게 그한테도 안 지어준 환한 웃음을 지어 준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절대, 질투가 아니다. 이건 그냥 저 잘 알지도 못하는 놈이 뭐하는 놈인 줄 알고 헬렐레하는 드레이코가 마음에 안 든 것뿐이다!


시리우스는 속으로 씩씩거리며 변명했고, 그런 생각이 행동으로도 잘 드러나서 드레이코는 시리우스가 지금 삐진 걸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게 웃겼다. 


명백히 삐졌으면서 말이다.



“스누플즈- 나 좀 봐봐.”


“멍.”


“스누플즈, 진짜 안 볼 거야? 나랑 평생 눈 안 마주칠 거야?”


“므웅….”



드레이코가 시리우스의 앞에 앉아 그를 불렀다. 여전히 시선을 안 맞추려 하는 시리우스는 고개를 휙 돌려 드레이코의 눈을 피했다.



“스누플즈, 정말? 난 스누플즈 보고 싶은데.”



시무룩한 목소리에 찔끔한 시리우스가 슬쩍 드레이코를 보았다.



“이제 좀 봐주네.”



그와 같은 은회안과 시선이 마주치자 드레이코는 눈꼬리를 부드럽게 휘며 시원스레 웃었다.


눈앞에서 웃는 얼굴을 보자 꽁해져 있던 게 풀린 시리우스는 드레이코와 시선을 맞추며 이제는 익숙한 다정스런 쓰다듬을 받았다. 


쓰다듬을 받을수록 빠르게 흔들리는 꼬리에 드레이코는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세드릭과 의형제를 맺었어.”


“왕?! (의형제?!)”


“그래서 좀 풀어졌던 것 같아. 난 외동이라 형제가 없잖아. 전부터 형을 가지고 싶었거든.”



전생에 있던 혈육은 취급하지 않는다. 이 시간부로 형은 세드릭 하나뿐이다. 아… 내가 형제가 있었던가? 무슨 소리! 난 전생에도 외동이었다! 응, 그런 거야. 세드릭 있으니까 그 녀석들 다 필요 없어.



“그렇다고 네가 안 중요해지는 건 아니야, 스누플즈.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드레이코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시리우스와 눈을 맞추며 그를 향한 애정이 여전히 변함없음을 피력했다.



“네가 날 좋아하는 것처럼, 나도 널 좋아해.”


“케웅… (딱히 너 좋아한 적 없거든…)”


“이런, 나만 좋아한 거야? 짝사랑은 힘든데.”



시리우스가 꿍얼거리자 드레이코는 잔잔히 웃음 지었다. 부드러운 오트밀 색의 털을 쓰다듬다 개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드레이코는 스누플즈를 끌어안았다.



“그러니까 네가 질투할 필요 없다는 거야. 넌 세드릭보다 훨씬 전에 내 가족이 됐는걸. 내가 키우는 개니까 말이야. 난 네가 좋아, 스누플즈.”


“…”



시리우스는 처음 봤을 때보다 조금 더 덩치가 커진 아이의 품에서 가만히 침묵했다.


넌 지금껏 예뻐하던 너의 개가 사실은 아즈카반의 탈옥수라 하면 어떤 반응을 할까. 내가 무죄라는 걸 너는 믿어줄까, 아니 애초에 스누플즈의 정체가 시리우스 블랙이란 걸 알고 나면 날 밀어내지 않을까.


시리우스는 그것이 불안했다. 이미 마음 한가운데에 자리 잡아버린 아이가 그를 밀어내지 않을까,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요즘 들어 심해지고 있었다.


세드릭이란 녀석을 질투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정체가 밝혀지면 다시 이 관계가 깨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위치인 그와 다르게 그 녀석은 드레이코와 어느새 친해져 의형제라는 자리까지 얻었으니까.


그러니 시리우스는 조금만 더 침묵하기로 했다.


그를 이유 없이 사랑해주는 이 아이의 애정을 아직은 더 받고 싶었다. 아직은, 이대로 조금 더 있어도 괜찮을 것이다… 그래. 괜찮을 것이다.



*



“우리는 쓰다듬는 거 허락해준 적도 없으면서!”


“이름도 허락한 적 없으면서-!”


““치사해!””



드레이코는 찡찡대는 조지와 프레드의 칭얼거림을 지금 1시간째 듣고 있었다. 이쪽도 미남들이라 보기엔 좋지만, 대화도 즐겁지만… 가끔 이렇게 상대하기 귀찮을 때가 있다.



“하….”


“너무해! 우리에 대한 애정이 식었어!”


“흑, 우릴 이렇게 버리고 디고리한테 가버리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드레이코는 더는 참지 못하고 둘의 입을 찹 손으로 막았다. 둘의 눈은 분명 장난기로 가득했지만 질투나 서운함도 있었다. 


입을 막은 건 좀 다물라는 표시의 행동이었다. 둘이 어깨를 으쓱이자 드레이코는 한숨을 쉬며 손을 떼어냈다.



“일단, 세드릭과 내가 의형제 관계를 맺었다는 걸 알려줘야겠네.”


““뭐?!!””



프레드와 조지가 진심으로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렇게 됐어. 난 세드릭 같은 형을 원했고, 세드릭은 나 같은 동생을 원했으니까.”


“우리는?! 우리도 네 형이 되어 줄 수 있어…!”


“멋진 형이 되어 줄 수 있다고, 한 번에 두 명의 형이 동시에 생기는 멋짐!”



자기들도 멋진 형이 되어줄 수 있다며 날뛰는 두 위즐리에 드레이코는 상당히 피곤해졌다. 내가 왜 이것들을 계속 받아줬지. 젠장, 얼굴에 홀려서지.


장난이라 하기엔 형이 되어줄 수 있다는 발언은 진심인 것 같았다. 저 쌍둥이가 장난만 가득 치긴 해도 의외로 생각은 깊으니까.



“필요 없어.”


“이름은…! 걔보다 우리가 더 먼저 친해졌는데 지금까지 이름도 허락 안 해줬으면서!”


“맞아! 우리가 친하게 지낸 시간이 더 긴데!”


“이름… 딱히 너희라면 이름으로 불러도 상관없어. 너희가 먼저 말 안 하길래 그냥 둔 것뿐이지.”


“1학년 때 물어봤거든!”


“그때마다 거절했으면서?”


“1학년 때는 별로 너희랑 친해질 생각이 없었으니까. 귀찮아질 것 같아서 그랬지. 지금은 이미 꽤 친해졌고.”



드레이코의 솔직한 발언에 프레드와 조지가 눈을 반짝였다. 



“그럼 너도 우리를 프레드랑 조지라고 불러.”


“아니면 형도 좋아!”


“아니면 형아도 좋아!”


“프레드랑 조지로 할게.”



드레이코가 칼같이 답하자 프레드와 조지가 눈썹을 팔자로 휘며 서운하다는 얼굴을 했다. 입술을 삐죽이며 어깨에 팔을 걸치는 둘이 귀찮아 드레이코는 미간을 찌푸렸다.



“디고리한텐 어리광도 부리더니.”


“맞아~ 막 머리도 쓰다듬게 하고 방긋방긋 웃어주고~ 우리도 형 노릇 해줄 수 있는데-”



이럴 순 없다며 한탄하듯 말을 주고받는 둘에 드레이코가 냉정한 얼굴로 코웃음 쳤다.



“웃기는 소리. 너희가 론에게 하는 꼴을 봐온 게 몇 년인데.”


“우리 아기 돼지랑 아기 뱀은 다르지!”


“그럼~! 아기 뱀은 더 소중하게 다뤄줘야지!”


“그런 건 너희 진짜 동생한테 가서 해.”



냉랭한 드레이코의 말에 프레드가 훌쩍이는 척을 했다.



“흑흑, 조지. 우리 동생이 사춘긴가 봐, 형들을 멀리하네.”


“프레드, 이 나이면 사춘기가 올 때도 되었지. 형들을 이렇게 매몰차게 대하다니 상처야.” 



옘병. 지랄하고 있네. 


삐진 건 풀린 것 같았고, 지금은 장난기만 가득한 둘에 드레이코는 더 지체할 것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서로 이름 깠으면 된 거지. 



+)



“또… 연회장에서 소란을 일으켰다고 들었다.”



드레이코는 연회장에서의 일로 스네이프의 사감실에 불려 왔고, 왜 그가 불려 온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낯을 하고 있었다.


2년전과 마찬가지로 혼내기도 모호하지만, 주의를 시키긴 해야 하는 이 머저리 같은 상황에 스네이프는 진심으로 짜증이 났다.



“그, 전 그냥 웃은 것뿐인데요…?”


“그래. 하지만 그 탓에 머저리같이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겨우 웃은 거 가지고요?”


“하…. 딱히 징계는 없다. 그냥 다음부턴 주의하도록.”


“네엡.”



드레이코가 시무룩하게 눈꼬리를 늘어뜨리고 입을 삐죽였다. 1학년 때나 3학년인 지금이나 시무룩한 모습이 기운 없는 개 같아서 스네이프는 아이의 어깨를 툭툭 토닥였다.



“네가 잘못한 건 없다.”



무뚝뚝하기만 한 위로였지만 스네이프가 나름 신경 써주는 거란 걸 알아서 드레이코는 활짝 웃었다. 축 처져있던 귀와 꼬리가 살아나 프로펠러처럼 붕붕 돌아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네, 교수님!”


“이제 그만 가라.”



괜히 이 녀석을 사감실에 더 뒀다간 본인만 피곤해질 거라 예상한 스네이프는 드레이코에게 사탕 몇 개를 쥐여주고 사감실에서 쫓아냈다.


드레이코는 손에 쥐어진 딸기 맛 알사탕을 내려다보며 킥킥 웃었다.


사탕이나 군것질을 질색하는 스네이프의 사감실에 약간의 사탕이 있는 건 전부 드레이코에게 주기 위함이었다. 


드레이코는 눈치 빠르게 그것을 알아채었고 그래서 더 이 사탕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 교수님 귀엽기도 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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