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삼프로에서 요즈마 그룹에서 일하는 한국인이 나와서 이스라엘의 기술 기업들이 속속 나스닥에 상장되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유대인의 금융 문화에 대해서 소개하여 흥미롭게 보았는데, 마지막에 그 성공 사례로 나녹스라는 기업을 들어 SK 텔레콤을 비롯해 폭스콘, 후지필름과 같은 아시아 굴지의 기업들이 투자한 기업이라고 소개하면서, 엑스레이와 CT 스캔 머신을 간소화하고 가격을 떨어뜨려 누구나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회사의 비전이라고 했다. 이후에 시트론과 머디 워터스와 같은 공매도 리서치에서 "나녹스는 사기다"라는 공격을 받아 논란이 되자 해당 영상은 삭제되었다.

시트론의 리포트

머디 워터스의 리포트

나녹스는 아직 사기로 판명되지는 않았고 진실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이하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는 크게 위험한 투자는 하지 않기 때문에 애초에 이런 매출이 나오지 않는 회사에 투자를 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은 방송에서 이 기술이 원래 소니의 것이였으며 티비 이미징에 쓰이던 기술의 가치를 창업자인 폴리아킨이 꿰뚫어보고 홀랑 가져갔다는 것이었다. 근데 일단 내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은 어떤 티비 이미징 기술이 엑스레이에 응용될 수 있는지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이었다. 티비의 이미징 기술이라봤자 입력된 신호를 스크린에 뿌려주는 것이고 기본적으로 다 신호 형태로 입출력이 이루어지는데, 어떤 이미징 디바이스가 물리적으로 방사선을 휙휙 뿌려서 엑스레이 촬영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론적으로 이해가 안 되었고, 뭐 내가 천재 엔지니어도 아니니 내가 모르는 기술이 있다고 쳐도 소니의 엔지니어, 연구진들이 알아보지 못한 진정한 가치를 이미지 프로세싱이나 의료에 대한 백그라운드가 전혀 없다고 하는 폴리아킨이 그걸 알아볼 수 있었을까? 소니가 그정도로 망충한 회사일까? 이부분은 의문이 남았다.

나녹스는 세계 최초로 반도체 나노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X선이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과 비교해 화질, 촬영 속도, 방사선 노출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특히 촬영 가격을 기존 제품 대비 100분의 1로 낮췄다. 미국 증시에서는 나녹스 의료영상 기술이 컴퓨터단층촬영(CT)을 대체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폴리아킨 창업자는 기존 X선이나 CT가 백열등이나 형광등 같은 것이라면 나녹스 디지털 영상기기는 발광다이오드(LED) 같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 매일경제

"반도체 나노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X선"이라니 결국 방사선은 아날로그로 튕겨야 될 거 아니에요 이거 나만 이해 안되는건가???

또 한가지 쌔하게 느껴졌던 점은 한국인들이 나녹스를 너무 많이 샀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개인들이 1300억씩이나 나녹스를 사서, 해외 주식 보유 규모 총 35위라고 하는 것이었다. 유튜브 채널 더밀크를 보면 미국 현지의 기관에서 일하는 데이비드 리가 "이건 잡주에요"라면서 단호하게 잘라버렸다. 당연히 매출이 안 나오니 밸류에이션을 할 재간이 없는 것인데, 다른 매출 잘 나오는 수많은 회사를 놔두고 한국인이 이런 회사들에 자꾸만 크게 투자하는 이유는 유튜브를 포함한 미디어에도 어느 정도 그 책임이 있다고 본다. 삼프로TV도 출연하는 모든 사람들이 말하는 것들의 진위를 가려낼 방법은 없겠지만, 이것을 계기로 조금 더 상장된 기업을 소개할 때는 주의를 기울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폴리아킨이 한국을 직접 방문해서 인터뷰나 간담회 등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사람들의 호감을 사려고 한 것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CEO들은 바빠서 그런거 할 시간 별로 없지 않나? 주코노미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채널이지만, 그들이 폴리아킨을 친근하게 소개했기 때문에 나녹스에 투자한 한국 개미가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해보면 언론이 조금 더 신중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니콜라도 그랬지만 특히 한국인에게 어필하는 테크 기업들이 있는데, 가치 평가 측면에서 봤을때 명확한 잡주라면 언론에서 너무 잦은 노출을 해 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내가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상품을 만들고 싶다면 현실적으로 무엇부터 해야하나? 당연히 Pre A든 Pre Pre A든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투자받은 돈으로 시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이 믿을만 하다면 다음 라운드의 투자를 받아서 기계를 몇 개 더 만들고, 영업을 해서 병원에서 직접 사용을 하고, 그 실적을 가지고 또 다음 라운드의 펀딩을 받지 않겠는가? 그런데 지금 상황으로는 제대로 움직이는 프로토타입조차 존재하지 않는데, 상장을 해버린 것이다. 이런 기업에 과연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넣어 주어야 하나? 이런 위험한 일은 벤처 캐피털이나 다른 갑부 앤젤 투자자에게 맡기고 우리는 그냥 우량주 투자를 하자. 매출 나오는 기업에 투자해도 먹을 거 많다.

SK 텔레콤이 투자했으니까 괜찮을거야, 이렇게 국내 대기업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도 많을텐데, 그게 대기업이든 옆집 아저씨든간에 다른 사람이 투자했다고 따라 투자하는 것의 결과가 좋을 리가 없다. 다들 좀 더 남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줄이고 스스로가 기업 공부와 가치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내가 이런 일화를 들으면서 자꾸 느끼게 되는 것은 한국인의 조급증인데, 일년에 8%씩만 수익을 내도 복리로 9년만 굴리면 두 배가 되는데 왜 그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단기 급등 종목을 노리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 이런 투자를 했다가 초기에 큰 돈을 잃으면 정말 다시 일어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알아서 자유롭게 투자하시고. 비혼 여성들은 그냥 시가총액을 보고 상위에서 500위 안에 있는 우량한 걸로 샀으면 좋겠다. PER도 보고, 아직 흑자 못 냈으면 PSR도 보고, 너무 허무맹랑한 투자는 안 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안 잃고 부자 되어야 다음 세대 여성들도 잘 살 수 있잖아요.

일본을 거쳐 홍콩에서 디자이너 일을 하고 있는 비혼 여성. 재미있고 영양 많은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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