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같은 꿈을 꿔. 같은 시각에, 같은 곳 에서 날 기다리는 너를 꿈 꿔. 그 시간이 되돌릴 수 있는 거였으면.

너와 나. 우리가 현실이 아닌 '그러나 모두 꿈이었다' 

한 문장으로 엔딩이 뒤집힐 수 있는 소설 속 인물이었다면 더 바랄게 없을텐데. 













아침일찍 일어나 옆에서 곤히 자고있는 다니엘을

확인한 뒤, 시계를 보자 7:30분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지훈은 서둘러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베이컨이 구워지고, 계란후라이를 만들며 빵을

토스트기에 넣자 얼마안가 

집안이 맛있는 냄새로 가득찼다. 

지훈은 그새를 못참고 계란을 잘라 입에 넣었다. 





다니엘이 쏟아지는 햇살에 눈을 찌푸리며 일어났다.

부엌에서 부터 흘러오는 음식냄새에 총총거리며 또 

아침을 준비하고 있을 지훈이 상상되 피슷 웃었다.


침실을 나가보니 얇은 다리로 주방을 어찌나 

뛰어다니 던지, 그 귀여운 모습에 다니엘이 웃으며 

지훈의 뒤에 섰다.





"어마 깜짝아! 기척좀 내요 형!"



"귀여워서 그래, 귀여워서"






아이-참 진짜. 쓸데없는 소리말고 씻고 나와서 

아침먹어요 빨리! 늦었어! 고사리같은 손으로 제 어깨를 

콩콩치며 말하는 지훈에 어기적어기적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머리의 물기를 수건으로 털며 욕실밖으로

나오자 늦장 부릴시간이 없다며 식탁의자에 앉아 빨리오라는 손짓을 보내는 지훈이 보였다. 지훈과 마주앉아 

아침을먹으니 드는 생각은 행복하다- 였다. 

늘 있는 일이지만 왜 지금따라 이 상황이 더 행복한건지.







"형, 잘 다녀와요. 부장이 뭐라하면 그냥 엎어버려!"



푸흐- 그 조그만 손으로 주먹을 쥐곤 위로 올리는 

지훈이 귀여워 다니엘 웃음이 터지자. 

지훈은 괜히 비웃는것 같은 느낌에 표정이 뾰루퉁해 

졌다. 그런 지훈을 눈치챈 다니엘이 서서히 웃는 걸 멈춘 

뒤 입가에 미소만 남긴채로 현관문을 열었다.




"회사 잘가요!"

"다녀올게, 집 잘지키고 있어."

"빨리 가기나 해요."





집 잘지키고 있어야해, 다녀올게. 

대답이 없는 지훈에 다니엘의 눈이 한없이 슬퍼졌다. 

꼭 다시 올게 지훈아.

힘없이 손잡이를 잡고있던 손이 허공으로 떨어지고,

문이 닫히는 틈새사이로 점점 사라져가는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않고 있다가, - 하고 닫히는 문에 눈이 떠졌다.








*





행복한 꿈을 꾸고 난 뒤 찾아오는 현실은 생각 보다 

비참했고, 시렸다. 도대체 몇번 째 마주하는 현실인지 

구분하기도 전에 다니엘이 팔을 뻗으면 바로 잡히는

흰 통에서 갯수를 셀 틈도없이 알약들을 손에 털어넣고 

입에 우겨넣었다. 다시 감겨오는 눈을 감은 윤기의 

주변엔 온통 약들과 약통들이 난무했고, 

그것들은 전부 -수면제 였다.









*











"다녀왔어, 지훈아"




시계를 보니 시간은 벌써 퇴근시간이었고, 자연스럽게 

도어락 번호를 누른 뒤 집으로 들어온 다니엘의 말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불안해진 다니엘이 집안의

불을켜자 소파에 웅크려앉아 있는 지훈이 보였다.





"왜 이러고 있어, 지훈아"

"형.."

"무슨일 있어?"



"...형, 이제 더이상 못보겠어.."





그만, 정신차리자 우리. 

나 더는 형 붙잡고있을 자신이없어.

말을 끝으로 다니엘에게 와락 안겨 울음을 터트리는

지훈에 다니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안돼 지훈아..내가 내가,






"널 어떻게 다시 보게됐는데"





널 놓을수가 있겠어.. 

다니엘의말에 지훈이 형이 점점 망가져가는 모습이

무섭다며 눈물을 떨어뜨리며 말을이었다.





"죽은사람은 죽은사람이고, 형은 행복하게 살아야지 

응?"

"지훈아"

"형, 내 마지막소원이야... 행복하게 살아. 

나 이제 놓아버려 제발"





다니엘의 대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지훈이 현관을 향해

걸어갔고, 그런 지훈을 붙잡기 위해 현관으로 

향했을 때는 이미 지훈의 손에서 손잡이가

떠난 뒤 였다. 점점 사라져가는 서로의 얼굴에 다니엘과

지훈의 얼굴이 슬픔으로 일그러졌다. 쿵- 하고 닫힌

문이 다니엘을 다시 현실로 내몰았다.









*








다니엘이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린 눈물을 닦으며 일어났다.  눈의 초점이 흐린듯 멍하니 깜박이다 점점 잡히는

초점에 고개를 돌려보니 저를 둘러싼 건 온통 약뿐이었다. 

그래- 이게 현실이구나. 

지훈이는.. 내 소중한 아이는 내 곁에 없는게 맞구나. 

현실을 자각한 다니엘의 머릿속으로 지훈의 마지막모습이 

스쳤다.










*











"혀엉- 조금만 더 있다가면 안돼요?"



안돼. 

단호히 말하는 다니엘의 말은 무게가 전혀 실려있지않았다. 지훈이 다니엘의 팔에 조금 더 매달려있다가 울려오는 제 전화에 입을 삐죽 내밀었다.





"거 봐봐, 집에서도 빨리오라고 전화하잖아"

"아 미워! 하필 이때!" 




입을 내밀며 겉옷을 챙겨 입는 지훈의 모습이 그저 

귀여워 다니엘은 몰래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목도리를 칭칭

두르는 손길이 서툴어 지훈에게 이리오라 손짓한 뒤 목도리를 다시 매어줬다.





"지훈아, 오늘은 집에 못데려다 줘."

"알아요, 일 많이 밀렸잖아."





나도 열아홉인데 집정도는 혼자 가거든요?

집에 벌써가는게 불만이 많은지 여전히 불평많은 얼굴

을 한 지훈의 입에 가볍게 입을 맞추니 금새 좋다고

 웃고있는 지훈이다. 





"형! 나 그럼 갈게요!"

"그래, 집가서 꼭 연락해 잘들어갔다고"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알았어요! 사랑해요!"





현관앞에 선 다니엘과 복도에 서있는 지훈의 사이에 있던 문이 쿵- 하며 닫혔다.  해맑게 웃던 그 문 사이로 마주한 지훈의 얼굴은 마지막이었고.  

집에 도착했다는 연락은 오지않았다. 교통사고. 집에 

가던 중 사고가 났다고 했다. 지훈을 보지 못한 트럭운전

기사가 그대로 지훈을 트럭으로 받아버렸고, 지훈은 손 쓸틈도 없이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내 천사는 그렇게 한순간에 하늘로 올라갔다. 




그 후 꿈을꾸면 지훈의 모습이 계속해서 보였다.

마치 살아있을 때- 처럼. 그래서 미친듯이 꿈만꾸려 

잠을 잤다. 조금이라도 널 더 보기위해서였다. 

꿈에서 지훈이가 남긴 마지막말을

 천천히 곱씹어 생각해봤다.

 너를 잊고 행복하게 살으라니, 마지막소원 못 들어주겠다 지훈아.

꿈이어도 좋으니 너와 평생이고 싶다. 


다니엘이 다시 지훈을 만나러 눈을감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다니엘은 눈을 뜨지않았다. 













* * *

녤윙 연인관계 > 지훈이 사고로 사망 > 그 후 다니엘의 꿈에 지훈이 나옴 > 꿈인걸 알지만 깨고싶지않던 다니엘 > 영원히 꿈을 꾸는 길을 택함(자살)

anéantir éden

고담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