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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즈챈들러/마일스챈들러) Stuck in you 上




수사를 하다보면 간혹 어딘가에 빠지거나 갇히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오늘 역시 그런 일이 벌어진, 지극히 평범한 날이었다.


"젠장. 이래 가지곤 빠져나가는 게 힘들겠어."

"제 생각도 그렇네요. 우리 위치를 파악해서 지원이 들어오기 전까진 나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마일즈가 주머니에 넣은 손을 뺄 수 없는지 바둥거리면서 대답했다. 갇힌 공간은 비좁았고 손 하나 빼기 힘들 정도로 여유가 없었다. 충분히 수상해 보였지만 서둘러 조사해야겠다는 생각에 급히 들어온 것이 잘못이었다. 두 사람 모두 급한 성격 탓에 지원 인력이 도착하는 걸 참지 못하고 수사 장소에 들어가곤 했다. 오늘은 그동안처럼의 행운이 따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챈들러는 연신 눈을 깜빡이며 침을 삼켰다.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일즈는 반장의 안색을 살짝 살피더니 말했다.


"반장님, 설마 폐소공포증도 갖고 계신 건 아니겠죠?"

"음... 불행하게도... 가지고 있어,"

"아이고... 완벽한 강박증 백화점이네요."


마일즈가 눈썹을 찌푸리며 농담을 했다.
챈들러는 간신히 이 상황을 버티고 있었지만 그 반어적 농담에 미소를 지으려 애썼다.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 ... 견디기 힘들군. 답답하고... 비좁아서 몸을 돌릴 수가 없어."

"그나마 다행인건 반장님이 언제나 향이 좋은 코롱을 뿌리고 다닌다는 점이구요."


마일즈는 지치지도 않는지 둘다 땀냄새가 났으면 금방 저 세상이었다며, 챈들러의 불평을 농담으로 받아쳤다.
챈들러는 지금 상황에 대한 불안함과 불쾌함에 몇 번씩이나 불평을 해 댔고, 그때마다 마일즈는 가볍게 농을 하여 반장의 말을 넘겼다. 챈들러는 코를 찡긋거리며 흐르는 땀방울을 흩뜨려 놓고는 마일즈를 쳐다보며 말했다.


"자네는 별로일지 모르지만... 나는 둘이 갇히게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해."

"물론이죠. 반장님 혼자 갇혔다면 벌써 졸도하고 말았겠지요. 근처에 누가 구조하러 와도 소리 한번 못 쳤을 겁니다. 어린애처럼 엉엉 울고 있을지도요."


마일즈가 특유의 조소를 흘리며 그가 우스갯소리를 했다. 챈들러도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속으로 '정말 그랬을거야.' 라며 진저리를 치면서. 이 좁고 어두운 곳에 혼자 갇히는 것은 그에게 큰 고통이 될 것임에 틀림없었다.두 명이라면 육체적으론 더 불편할지 몰라도, 혼자였을 때의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과 비교하면 무척 다행인 일이었다.


"조용하시군요."


마일즈가 자기 생각에 빠져있는 챈들러를 어깨로 툭 치며 말했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아무말없이 꽤 오랫동안 골몰했음을 깨달았다.


"미안하네. 자꾸 나쁜 생각들이 내 머리 속을 헤집고 들어오는군. 멈추기가 힘들어."

"반장님은 너무 예민하고 연약해요. 저 같은 부하가 없었다면 아마 이런 일을 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마일즈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했다. 그는 장난스레 말하고 있었지만 표정은 진지했다.
챈들러가 반장으로 부임하고 몇 번의 충돌이 있었지만, 그 후 마일즈는 부하로서 충직하게, 때로는 아버지처럼 진실하게 챈들러를 생각해주고 있었다. 챈들러 역시 그 점을 알고 있으며 마음 한 켠에서 몹시 고마워하고 있었다.
그는 마일즈의 말을 듣고는 입을 삐죽 내밀며 대답했다.


"내가 예민한 건 사실이지만... 연약하다는 건 인정할 수 없ㄴ..."

"키가 크고 건장한 건 맞지요. 제가 말하는 건..."

"아, 알았네! 좀 져줄 수도 있지 않나?"

"그럴 리가요".


둘은 캄캄하고 좁은 공간 속에서 낮게 목을 울리며 웃었다.
밖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워낙 인적이 드문데다 깊은 새벽이라 더없이 고요했던 것이다. 추가 지원은 아침에 다른 직원들이 그들이 출근하지 않은 걸 깨달은 뒤에나 가능할 것 같았다.



_____

"마일즈."

"네, 반장님?"

"너무 힘들군. 자네는 나보다 나이도 많으니 더 피곤하겠지."

"피곤한 건 사실이지만... 저는 아직 힘든 건 모르겠습니다. 정신적으로 반장님보다 스트레스는 덜 받으니까요."

"음... 솔직히 말해서 지금 여러가지가 날 지치게 만들어."


챈들러가 고통스럽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리고는 마일즈를 향해 희미한 미소를 보였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상사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되는데 말이야."

"이미 너무 많이 보여주셨는데요, 뭐. 무리하지 마시고 그냥 힘들면 힘들다고 하세요. 그게 장기전에 유리합니다."


마일즈는 눈을 감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챈들러는 그런 마일즈를 웃으며 쳐다보았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마일즈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챈들러의 경사는 나이는 많을지 몰라도 여전히 날카롭고 전투적이었다. 현장에선 보석같은 사람이었다. 경력과 연륜으로 무장한 남자였다.  
더불어 까탈스러운 자신을 이해하려 애쓰고 진심으로 조언해주곤 했다. 그는 여러모로 노련한 사람이라 서툰 챈들러에게 없어서는 안될, 많은 도움을 주는 소중한 사람이었다. 가정을 벗어나 사회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을 때 부모 또한 새로 생긴다고 가정한다면, 그에게 마일즈는 부모였다. 기댈 수 있고, 자신을 이해해주며, 때로는 모질게 혼도 내는...
수사팀 내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지만 챈들러에게 마일즈는 그 중 누구보다 특별했다.


"마일즈..."

"...."

"자나...?"

"..."


속도 편하지.
챈들러는 이런 상황에서도 잠을 자는 마일즈를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좁고 답답하고, 불편한 곳에서 잠을 청할 수 있다니. 자신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 챈들러는 막막해졌다. 파트너는 잠을 자고 있고, 불안감은 계속 되고 피로는 몰려왔다. 마일즈가 농이라도 던질 땐 잊고 있었는데 조용해지니 그의 강박증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문제는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손을 움직일 수 없으니 단추를 뺐다 끼웠다 하는 일조차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점점 초조해졌고 입술을 연신 물어 뜯었다.
다시금 배어나오는 땀이 그의 이마에서 턱으로 흘러내렸다. 불안과 초조함이 절정에 이르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 으....으..."


그 소리에 마일즈는 인상을 찌푸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왜 그러세요, 반장님?"


마일즈의 퉁명스런 목소리에 자신의 세계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챈들러가 무안한 듯 사과했다.


"아... 내가 깨웠나 보군... 미안하네.."

"네. 앓는 소리를 내시던데... 힘드신가요?"

"응.. 실은 자네가 자니까 조용해서 그런가... 또다시 강박 증세가 나오는군.."

"그냥 주무세요. 아마 새벽 네 시는 됐을텐데... 왜 안 주무셨어요?"


마일즈의 말에 입을 딱 벌리는 챈들러였다.


"이런데서 잠을 자라니? 어떻게... 자네는 가능할지 몰라도 난 아니야."


챈들러가 쓸데없이 엄중하게 대답하자 마일즈는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리 반장님은 투정도 정말 많군요."


그리고는 챈들러를 힐끗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


"어쩔 수 없네요. 이야기나 하죠."

"미안하네."


챈들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사과했다.

 

_____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때우기 시작했는데, 마일즈는 가족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반장의 연애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챈들러는 주로 듣거나 마일즈의 취조 아닌 취조에 대답하는 쪽이었다.
마일즈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하고 있을 무렵, 챈들러의 고개가 살짝 흔들렸다. 마일즈는 살짝 놀랐지만 태연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만 목소리는 조금 더 낮춰서.


"그래서 저는 생선 요리는 담백하게 만든 게 좋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켄트랑 야근을...."


순간 챈들러의 고개가 완전히 숙여지고 새근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렸다.


"이런 곳에서 자는 건 야만인이나 가능하다는 것처럼 말씀 하시더니만.... 잘만 자네."


마일즈가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리며 웃었다.
자신의 반장은 참 결점투성이에 서툰 사람이었다. 맨 처음 봤던 인상 그대로였다. 애송이에 제멋대로고, 초짜이고 빈틈이 많은. 그의 결점은 단숨에 자신의 패를 활짝 내보인다는 데 있었다. 이는 너무 위험한 행동이었다.
챈들러는 자신을 보호하는 데 서툴렀다. 모든 일을 지나치게 진심으로 대했고, 그만큼 상처 입곤 했다. 마일즈는 그런 그를 내버려둘 수 없었다. 계속 배척하고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를, 챈들러는 가지고 있었다.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쉽게 깨지는 유리처럼 아슬아슬한 사람이었다. 진실한 걱정과 애정을 보여주자 그는 잃어버린 부모를 만난 아이처럼 그에게 기대어왔다. 애 보기는 이제 질렸는데,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마일즈는 자신도 참 구제 불능이라고 생각했다.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던 마일즈가 이상한 느낌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허벅지에 무언가가 닿았던 것이다.





to be continued



글쓰기 연습하는 이너테일 입니다. 영화, 드라마, 만화 커플링 BL소설을 주로 적고 있습니다. 그림도 가끔 그려요.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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