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참 조용한 공간이었다. 그건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오후도, 그리고 어둠이 깔린 밤도 마찬가지였다. 분위기를 따진다면 낮보다는 밤이 더 무섭고 으슥했지만. 쨌든 도서관이라는 곳은 사람의 숨소리조차 쉽게 내기 힘든 곳이었다. 지금의 나루토도 그러고 있고.

“사스케.. 빠, 빨리 나가자니깐..!”

 .. 정정하겠다.


[나루사스] 도서관

*판타지 AU

 

선천적으로 마나의 사랑을 받는 나루토는 아카데미 안에서도 톱클래스의 반에 들어갈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결점이 있다면 그것은 전투에 관련한 거나 공격형 마법에서만 특화된다는 것이었다는 건데, 즉 그는 회복계와 방어계, 정신계 마법에는 약했다. 복잡한 수식과 마나응집 방법, 응집한 마나를 방출시키는 방법이 공격형 마법과는 전혀 달라 선천적인 능력만이 우수한 나루토 그의 힘만으로 어찌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에 비해 사스케는 모든 것이 뛰어났다. 체내에 모아둘 수 있는 마나의 양도 뛰어났고, 이를 통하여 다양한 계열의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것도 꽤 상급수준으로. 마법 해독 능력도 뛰어났고, 수식해제능력과 다양한 응용방법을 통하여 두 개의 마법을 동시 진행하는 것은 그의 특유의 장기이자 능력이었다. 그리고 우치하 라는 특별한 혈족능력 덕분인지 타인의 마법을 금방 간파하고 심지어는 파훼(破毁)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 둘이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루토가 일방적으로 사스케한테 관심을 가졌다. 한없이 뛰어난 사스케의 능력이 질투나기도 하고, 뭇 여성들에게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이 짜증나기도 하고. 일방적으로 사스케에게 말을 걸고, 티격태격하기도 하며 어찌 저찌 하다 보니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첫 대전 상대로서 싸워보기도 하고, 함께 조를 이뤄 아카데미의 과제를 진행하면서 나루토는 처음에는 사스케에게 질투와 시기만을 느꼈던 감정이 스르르 사라졌고, 새로운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뭐라고 정의내리기 어려운 그런 감정. 심장이 간질간질 하기도 했고, 가끔가다 보여주는 모습은 가슴을 철렁거리게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마법을 사용할 때의 모습이 굉장히 멋있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이 머릿속에 치닫자 그 누구보다 놀란 건 나루토 자신이었다.

 

다시 돌아와서 지금 아니 뗀 밤중에 홍두께처럼 오밤중에 도서관에 온 상황의 이유는 바로 금지된 마법에 대한 사스케의 호기심 이었다. 금지된 마법이 아카데미에 매일 보관되어 있는 게 아니라, 제국 황실에 보관되어 있는 것인데, 이번에 황실이 서고를 대거 정리하고, 청소하는 과정을 통해 일시적으로 보관해야할 곳이 필요해 아카데미에 잠시 맡겨놓은 것이었다. 황실 서고는 황족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일반인은 절대 볼 수 없는 금지된 마법에 대한 서적이 왔다고 은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을 때, 사스케의 눈이 반짝였다. 다른 사람들은 몰랐겠지만, 그를 주시하고 있는 나루토는 잘 알았다.

아 이 새끼 이거 백 퍼 보러갈 심산이구나. 라고.

 

아카데미의 도서관에는 수많은 책이 많아서인지 정확히 어떤 책이 금지된 마법이 적혀있는 책인지 알 수 없었다. 물론 그 중요한 책을 이런 도서관에 아무렇게나 꽂아놓을 리가 없기 때문에 지금 사스케는 높은 마법을 적어놓은 책을 꽂은 곳을 주로 뒤지고 있었지만, 수확은 나지 않았다. 나루토도 같이 찾을 수 있었으나, 그는 금지된 마법에 관심이 있어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사스케를 따라 들어온 것이기에 그의 뒤꽁무니를 쫄랑쫄랑 따라다녔다. 안 그러면 이 넓은 도서관에서 혼자 사스케를 기다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나 혼자..

“으악! 그건 싫다니깐!”

“닥쳐 우스라톤카치”

.. 거 좀..

 

저저 저 금지마법에 궁금해서 눈 반짝거리며 찾아다니는 것 좀 봐라.. 어휴 어두컴컴한 밤이 스멀스멀 물러가며 여명이 밝아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책 찾는 것도 안녕이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것을 포기 못하겠는지 여전히 도서관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니, 모든 마법이 능통하다고 불리는 녀석인데 도대체 왜 저렇게 강력한 마법을 원하는 건지 뭔지.. 가볍게 눈을 비비고 뒷모습을 그저 한없이. 한없이 쳐다봤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뭐든 하는 마음, 그리고 그것을 직접적으로 옮길 수 있는 행동력, 그리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열망과 탐욕. 하나하나 따져보면 귀여운 구석이나, 사랑스러운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왜 제 눈에는 사랑스러운 모습만 보이는 건지.. 작게 한숨을 내뱉은 후, 가볍게 웃었다. 내 자업자득이지 뭐. 먼저 사랑에 빠진 사람이 지는 거 아니겠어.

 

슬쩍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 들어오는 햇빛 한줄기가 도서관을 비췄다. 한줄기에 불과했지만, 그게 곧 여기서 나가야 한다는 것과 같이 느껴져 사스케는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가만히 있다가 저를 돌아보며 말했다.

가자.

바라는 것을 찾아내지 못한 게 생각보다 짜증나고, 안타까운지 남모르게 어깨가 조금 쳐져서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조차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찾고 싶었을까. 지금도 충분한데. 지금도 아카데미에서 그 누구보다 실력이 좋고 우치하 일족에서도 형을 이은 수제라고 말할 정도인데. 도대체 너는 어디로 무엇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는 거냐. 왠지 어느 순간 그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머나먼 곳으로 떠날 것만 같았다. 그래, 넌 뒤에 남겨진 것 따위 보지 않고 너의 길을 나아가겠지. 나는 그런 네 뒷모습을 한없이. 뚫어져라 바라보고.. 그리고 그러면서 나는 내 사랑을 키워가는 동시에 태워가겠지.


다양한것을 파는 잡덕중에 잡덕

티아벨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