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로의 연회는 정신 없이 돌아갔다. 여기저기서 와인을 쏟거나 그로 인한 시비가 붙는 등의 작은 소란들이 일었다. 나는 그런 소란들을 큰 문제로 번지지 않게 처리하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그건 어렵지 않았다. 이전의 내 일과는 달리 모든 게 예상 범위 내의 소란이었다. 다른 연회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소란. 단지 조금 그 빈도수가 잦다고 느끼고 있을 참이었다.


"이상하게, 오늘은 여기저기 문제가 많네요."


그저 나의 기분 탓이 아니었는지, 내 옆에 경험이 많은 비서관은 그렇게 말했다.


"그러게요. 마치 누군가 고의적으로 일을 만드는 것처럼..."

"에이, 설마요."


비서관은 나의 말에 웃어 넘겼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비서관의 입을 통해 이야기를 들으니 더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누군가, 연회에서 일부러 소란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소란이 크지도 않을 뿐더러, 그 정도의 소란으로는 막 달아올라 있는 연회의 흥을 깰 수 없을 것이다. 누구의 소행인지도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고.

나는 그렇게 과한 걱정을 지운 채 다시 연회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모두가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아마 그들이 하고 있는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 나에 대한 이야기겠지. 이전과는 다른 나의 태도와 황태자와의 첫 춤으로 본격적인 연회의 시작을 알린 것. 그 이야기들로 오늘의 연회는 뜨거울 것이다. 전자는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었으니 잘된 일이었다.

생각을 마치기가 무섭게 또 다시 작은 소음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잔이 깨진 듯하다. 나는 일이 일어난 곳으로 수습 인원을 보내고 생각했다. 이걸로 벌써 10번째, 남은 연회를 잘 마무리하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너무 심려치 마세요."

"예?"


그때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비 전하께서 처음으로 준비하신 연회에서 이렇게 사고가 끊이지 않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그게 비 전하의 탓은 아니지요. 아니, 오히려 비 전하의 침착한 대처 덕분에 이렇게 즐거운 연회가 계속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 고맙습니다."


나는 우선 대답을 하고 혼자서 비서관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이건, 아무래도 위로인 것 같았다.


"저, 근데 저는 정말로 괜찮습니다."

"예, 그럼요. 알고 있습니다."


입에서 나오는 말과는 달리, 비서관의 얼굴은 다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전혀 믿지 않는 표정. 그러니까, 나는 정말로 괜찮은데...

10번 째 소란을 잘 정리하고 난 후, 수습 인원들이 돌아오자 비서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잠시 쉬고 오시겠습니까? 이곳은 제가 잘 맡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내게 휴식을 권하는 비서관의 눈길은 너무나도 애처로워 가히 거절할 수 없었다.


"예..."


나는 마지못해 긍정의 대답을 하고는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저 정말 괜찮습니다. 전혀 마음이 상하거나 하지 않았으니까...!"

"예, 아무렴요."


역효과였다. 비서관은 한 층 더 애처로운 눈빛을 내게 보낼 뿐이었다. 어떤 말을 해도 오해를 풀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한 나는 포기하고 잠시 내게 주어진 휴식을 만끽하기로 했다. 나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연회장에서 빠져나와 정원으로 향했다.


연회의 준비를 시작하고 나서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인적이 드문 곳에 준비되어 있는 벤치에 앉았다. 2월의 공기로 인해 차가워진 금속의 감촉으로 인해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일어나서 자리를 옮길까 고민했지만 딱히 갈 곳도 없었기에 그냥 계속 앉아있는 것을 택했다.

기왕에 앉아 있을 거 편하게 앉자는 생각으로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역시나 냉기가 내 등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져 온다. 그 냉기 탓인지 조금 심장이 아팠다. 나는 그 감각을 눈을 감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 더 이상 의자는 차갑지 않았다. 내 온기로 딱 알맞게 데워져 있었다. 심장도 아프지 않았다. 평소의 감각 그대로였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그 이후 연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결국 작은 소란을 계속해서 일으키는 범인은 연회장에서 발견하지 못해 단 한 마디의 경고도 전하지 못했지만, 상관 없었다. 아마 머지않아 만나게 될 테니.


.

.

.

.

.


연회가 끝나고 정확히 사흘째 되는 날. 황태자가 찾아왔다.


"이렇게 빨리 오실 줄은 몰랐는데요."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건 빠르게 해결하자는 주의라."

"예."


나는 별 생각 없이 던진 말에 변명처럼 돌아오는 말을 다시 별 생각 없이 받아들였다.


"우선, 들어오세요. 란, 차 두 잔을 준비해줘."

"예, 전하."


란이 응접실 밖으로 나가고 응접실에는 나와 황태자 둘이 남았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그러지."

"우선, 제가 원하는 건 연회장에서 말씀 드린 그게 다예요. 공식적인 자리에서 저희가 사이 좋은 한 쌍이라는 걸 보여주는, 딱 그 정도의, 음... 서로 간의 존중이라고 해 둘까요?"

"그리고 그 대신 내가 얻는 건 나의 비밀 유지인가."

"예, 그런 거죠."

"좋다."


간단명료한 그 대답에 나는 안심했다. 내심 그날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거절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나 보다.


"대신 거기서 조건을 하나 추가하지."

"예, 좋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요."


그와 공식 석상에서 사이 좋은 모습만 보여주면 아쉬울 게 없었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식 석상에서만 사이가 좋은 척 연기한다고 해서, 귀족들이 쉽게 넘어가지는 않을 거다. 그러니, 완벽하게 그들의 눈과 귀를 속이려면 평소에도 사이 좋은 부부를 연기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지."

"예...?"


그리고 큰 걱정 없이 맞이한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등장인물 프로필>

세크 테흐 (베타), 1313년 12월 13일생.
: 테흐 후작. 황제의 비서관으로, 하임과 연회를 준비하면서 인간적으로 호감을 갖게 된다.


어제는 어버이날이었는데, 다들 효도는 하셨나요? 저는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어버이날을 보냈답니다. 그렇지 못했더라도 날은 많으니까요. 꼭 어버이날에만 효도를 할 필요는 없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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