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시작하면서 조금씩 정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낡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버리고 더이상 보지 않는 책들과 잡지를 버리고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온 흔적들을 비워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어쩌면 정해져 있던 도로를 달려오고 있었고 이제 곧 있으면 아무도 그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는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없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이라는 신분 안에서 개강과 종강을 반복하며 방학 때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보낸 날들이 이제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모든 것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차근히 준비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남들보다 일찍 시작을 했다고 느끼기도 했고 가끔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남들보다 느려지고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자신있던 것들에 대해서 전부 소심해졌고 자신감이 없어졌으며 오히려 어릴 때보다 내 자신에 대해 알 수 없게 되었다. 정리를 하면서 지난 흔적들을 보았고 그 속에서 나를 찾아 보았다. 더 이상 내가 아닌 것들과 아직 나인 것들을 나눴고 내가 아닌 것들은 그만 놓아주기로 했다. 추억에 약하고 모든 물건들에 새겨진 기억들을 생각하면서 사는 나에게 작은 물건들 하나하나 보내주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곧 내 삶에 들어 올 새로운 것들을 맞이할 자리를 만들고 싶기도 했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 전에 내 자신을 정리하고 청소하고 싶었다. 마음을 비우고 리셋을 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떠나 보냈다.

그동안 나는 나만의 공간이 더 필요해졌고 내 공간을 나에게 맞게 꾸미고 정돈시키는 것에 열중했다. 조금 더 '나'다운, 내가 더 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그런 공간을 찾고 가꾸는 것에 집착을 했다. 그리고 아직도 그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직은 나의 공간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언제인지 모르지만 아마 곧 찾아올 나의 공간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나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고 새로운 습관과 관심사가 생겼다. 그 중에는 항상 내게 있었지만 그동안 다른 것들로 인해 알아차리지 못했던 습관들도 있었고 잊고 있었던 취미들과 관심사도 있었다. 몇년동안 듣던 노래들이 아닌 새로운 노래들을 찾아서 들었고 일기장에도 새로운 생각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비워내면서 동시에 새로운 것들로 채워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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