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녀는 단발머리다...

턱선까지 깔끔하게 떨어진 머리끝은 항상 흐트러짐 없이 찰랑찰랑 단정했다.

코에 얹힌 금테의 동그란 안경은 그녀의 성격만큼이나 차가워 보인다.

앙다문 입술 또한 웃음 섞인 농지거리 한번 해본 적 없는 듯 꼭 닫혀 있었다.

입고 있는 하얀 셔츠는 소매를 걷어 올렸고 커리어 우먼의 당당함이 베인 검은색 바지는 칼주름이 잡혀 있었다.

유난히 눈에 띄는 연한 베이지색 높은 하이힐이 족히 10cm는 되어 보인다.

키는 좀 작은 듯하다... 하이힐을  신었음에도 작은 어깨와 얇은 허리가 안아주고픈 가녀림을 품었다.

그런 그녀가 검은 바지 허리춤의 삐삐가 요란하게 소리를 내자 미간을 조금 찡그리며 흘깃 번호를 확인 하고, 높은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제 책상 앞 의자에 털썩 소리가 나게 주저 앉는다.

하얀색의 숫자 버튼이 달린 전화기를 잡아당겨 수화기를 들고 꾹꾹 좀 전에 확인한 번호를 누른다. 

누구인지 아는 듯하다.

신호가 한번 울리기도 전에  여보세요 하는 바리톤이 기분 좋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어... 나야

(언제 마무리?)

-십분 뒤

(오케이 거기서 보자!)


달칵 전화가 끊기자 그녀는 책상 위의 서류들을 제집에 보내듯 여기저기 꽂아 넣는다... 그리고는 책상 위에 먼지 하나도 남기지 않을 것처럼 깔끔한 마무리를 한다.

옷걸이에 걸린 베이지색 재킷을 들고, 작고 각이진 하얀 백을 챙겨 맨다. 마지막으로 의자까지 책상 안쪽에 얌전히 밀어 넣고서야 안심이 된 듯 문가로 향했다.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미심쩍은 듯  다시 한번 넓은 사무실을 휙 둘러보고는 그제야 불을 끄고 사무실을 나섰다.

다들 퇴근한 뒤 홀로 하는 마무리는 늘 무언가 덜한 듯 자꾸 확인하게 했다.



2.

-여기!


문을 밀고 들어서는 그녀를 보자 그는 손을 들어 그녀를 맞는다. 웃음이 가득 담긴 그의 눈매가 서글서글하다.


-뭐야? 일찍  온 거야?


 콧등의 안경을 손끝으로 밀어 올리던 그녀가 테이블 위의 커피잔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다.  귀엽다..


-아니야.  근데~ 왜 너보고 얼음 공주라고 할까?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하얗게 눈을 흘긴다. 그 모습도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아니... 예뻐서


그녀는 콧등을 찡끗 하더니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살짝 웃는다.


-왜 예쁘다는 소리는 싫지가 않을까? 나 이래 봬도 얼음공준데 ㅎㅎ


하하하 그는 가지런한 하얀 치아를 모두 드러내며 듣기 좋은 웃음을 쏟아낸다


짧은 스포츠머리에  귓불이 잘생긴 것이 귀티가 나는 얼굴 이었다.

이마 또한 구김 없이 말끔하게 콧등으로 떨어진다.

날카로운 콧날이 손이 베일 듯하고  적당히 간격진 인중 밑으로 믿음직한 입술이 자리했다.

눈웃음이 너무나 서글서글 하여 처음 본 사람도 호감을 느끼게 하는 잘생긴 얼굴이었다.

앉은키가 듬직해 보이고 테이블 밑의 다리가 길게 뻗은 것이 키도 꽤 클듯하다.

청바지에 하얀색 티셔츠를 아무렇게나 걸쳐 입은 듯하나 멋스러움이 배어 나온다.

그녀의 얼굴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연신 웃음을 놓지 않는다.


-오늘은 어땠니?  힘들 진 않았어?

-매일 같은 일상이지 머...  클라이언트 들은 손해 볼까 두려워 움츠리고 우리는 그들을 잡아먹으려 손톱을 세우고, 하나라도 더 뜯어내려  아귀다툼 하고... 휴!


그녀는 커피잔을 입술로 옮겨가며 긴 숨을 내쉰다.


-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현모양처 하고 싶어.  남편 출근길에 넥타이 메주고 어깨에 앉은 먼지 털어내며 잘 다녀오세요... 하고 인사하고..  클레식 음악 틀어놓고 설거지하고 청소도 하고... 장바구니 들고 시장 가서 동네 이웃들과 수다도 떨고... 맛있는 저녁 준비하고... 퇴근해서 들어오는 신랑과 이러쿵저러쿵 일과를 떠들면서... 그렇게 살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무리한 욕심일까?


그를 바라보지도 않고 누구에게 들으라는 것도 아닌  듯 그녀는 그냥 읊조린다.  그의 눈에 잠시 스쳐 가는 안쓰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커피를 마시면서 그저 긴 숨만 내리 쉰다..

갑자기 그가 일어선다. 그리고는 카페 한 쪽에  자리한 무대로 올라간다.

마이크 앞에 놓인 작은 의자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그옆에 무심히 서있는 기타를 들고 디리링... 연주를 시작한다.


"또 하루 멀어져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그의 노래는 그녀의 마음 깊은 곳을 어루만지며 위로를 하듯 잔잔하고 감미롭게 카페 구석 구석을 가득 채워간다.

목소리가 너무 감미로워 자칫 그대로 잠이 들 거 같은 부드러움을 지녔다. 

그의 노래는 그녀의 피곤함을 다 날려주려는 것처럼  작고 하얀 그녀의 귓가를 맴돌다가 훅하고 마음 깊은 어느 한 곳에 파고들어 뜨거움을 토하게 한다.    

주르륵 눈가를 스치며 흐르는 물기를 그녀는 그저 떨어지게 놔둔 채 그를 바라본다.

물기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서 일까  그는 오늘 조금 슬퍼 보이는 듯하다. 그녀의 마음을 알아서 일까....


하루가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잠시 후엔 컴컴하고 음습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녀는 묵직한 돌덩이를 가슴에 올려 놓은 듯 답답함이 가시지 않는다.


-조금 힐링이 되셨나 얼음공주님?

-......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가자 이제... 집까지 데려다줄게.

-그래... 가야지... 집으로


집으로 가야지... 집으로...  집으로












삶이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존경하는 황미나 작가님 글 나의 인생 모토다

짱똘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