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너스, 오늘은 내가 너희 집까지 데려다줄게.”

 가장 최악의 상황에 마주해버렸다. 이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랐는데. 루미너스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석양으로 붉어진 모래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팬텀은 루미너스가 반응이 없자,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말했다. 응? 응? 루미너스는 계속 대답이 없었고, 팬텀은 루미너스가 이상하다고 여겼는지, 그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루미너스는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자안의 눈동자를 피했다.

 “루미너스, 루미너스! 왜 그래?”
 “……안 가. 갈 거면 너 혼자 가.”
 “너네 집인데 내가 왜 가냐? 너 안 가면 부모님이 걱정하실 거야. 얼른 가자. 오늘은 이 몸이 데려다 줄 테니!”
 “안 간다고.”

 평소에도 자신의 의견은 제대로 말하는 편이었지만, 더욱 완강하게 버티는 루미너스에 팬텀은 살짝 당황했다. 팬텀은 그래도 그 당황하는 표정을 숨기려고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루미너스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얼른 가자, 응? 루미너스는 그런 팬텀의 손을 뿌리치면서 소리쳤다.

 “안 간다니까!”

 무의식적으로 팬텀의 손을 뿌리쳐버린 바람에 루미너스도 자신의 행동에 당황했고, 바로 팬텀의 눈치를 살폈다. 팬텀은 평소 밝았던 표정과는 달리 표정이 굉장히 어두워져 있었고, 루미너스는 왠지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 막히는 정적이 둘을 감싸자, 루미너스는 사과의 말이라도 꺼내야겠다, 싶어 먼저 말을 하려 했으나, 그보다 먼저 팬텀이 말을 했다.

 “……루미너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다시는 못 보잖아. 그 전에 부모님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놓는 게 좋을 거야.”
 “소중한 추억?”

 웃기지 마, 난 차라리 부모님이 죽었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루미너스는 표정이 어두워 보이는 팬텀에 뒷말을 삼킨 채로 자신도 어두운 표정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팬텀은 그런 루미너스를 본 건지, 못 본 건지, 말을 이어갔다.

 “그래, 소중한 추억…….”
 “…….”
 “……그리고, 너 오늘 집에 안 들어가면, 나 내일 안 올 거야!”

 갑자기 자신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하는 팬텀의 모습과 말에 루미너스는 꽤 놀라서 팬텀을 올려다보았다. 팬텀의 얼굴에는 평소처럼 장난기 가득한 웃음이 가득 차 있었고, 루미너스는 빠르게 회복된 팬텀에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니까 얼른 집에 가자, 루미―”
 “……그 이상한 별명은 또 뭐야.”
 “루미너스, 너무 길어. 그러니까 루미! 어쨌든 가자, 응? 루미―”
 “…….”

 하루쯤이야,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와중에 팬텀은 루미너스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그럼 가는 거지? 자, 자, 렛츠 고!”
 “내, 내가 언제 가자고 했…….”

 자신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한 채로 팬텀은 자신의 손을 잡고 이미 어딘가로 이끌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남의 따뜻한 온기에, 루미너스는 어렸을 적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의 눈은 애초부터 붉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천사’라고 생각할 정도로 푸른 눈이었다고. 그래서 부모에게 굉장히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의 눈은 붉어져 있었고 그 이후로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저 그것 때문에 갑자기 사랑이 끊어졌다는 것에 루미너스는 자신의 붉은 눈을 증오해왔다.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그의 온기가, 눈이 붉어지기 이전에 잡았던 부모의 그것과 같아서 루미너스는 팬텀에게 이끌리면서도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팬텀의 앞에서는 울고 싶지 않고, 자신은 울어서도, 웃어서도 안 되는 존재라고 몇 년 간 들어왔기 때문에 루미너스는 눈물을 참으려고 했다. 울지 말라고 속으로 자책도 하고, 입술도 꾹 깨물어봤으나 남는 건 입 안에 맴도는 비릿한 맛일 뿐, 눈물은 루미너스의 바램을 무시한 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팬텀은 루미너스의 앞에서 그저 자신의 손만 잡고 이끌고 있다는 것이었다. 제발, 제발 뒤 돌아 보지 않기를. 

 팬텀은 무작정 루미너스의 손을 잡고 이끌다가 생각해보니 자신은 루미너스의 집 주소를 모른다는 생각에 뒤를 돌아 루미너스를 바라보았다.

 “루미너…….”

 평소 거의 무표정인 루미너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에 팬텀은 당황했다. 어, 어떻게 해야 하지. 자신의 또래 아이들과 잘 놀아본 적이 없는 팬텀은 어쩔 수 없이 평소 아이들이 울 때마다 안아주는 것처럼 루미너스를 안으면서 토닥였다.

 “왜, 왜 울어 루미너스…….”

 루미너스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고, 그저 몸을 들썩일 뿐이었다. 남의 따스한 품 또한, 몇 년 동안 느껴보지 못한 거라 루미너스는 그에 더 눈물이 흘러버렸다. 팬텀은 분명 어깨부근이 눈물 때문에 젖은 듯한 느낌을 받긴 받았으나 작게 참는 소리 밖에 안 나는 그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루미너스의 울음이 그쳐갈 때쯤, 루미너스는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그의 눈을 보지는 못하고 고개를 돌린 채로 그에게 작게 물었다.

 “……너는, 내 눈이…… 징그럽지 않아?”
 루미너스는 살짝 긴장한 채로 그에게 물었고, 팬텀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응? 왜 징그러워? 근데 그건 왜?”

 그다운 답변 같아, 루미너스는 눈물을 닦으면서 헛웃음을 지었고, 미소를 띤 채로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젓고는 먼저 앞으로 나서서 걷기 시작했다. 고마워, 내뱉지 못한 말이 루미너스의 입 주변을 간질거렸다. 팬텀은 먼저 걷는 루미너스를 보며 같이 가! 라고 소리치고는 그의 옆에 와서 손을 잡았고, 루미너스 또한 그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꽉 붙잡았다.
 “여기야?” 

 살짝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루미너스를 보고 팬텀은 뭘 그렇게 걱정하냐고 물었고, 루미너스는 그 질문에 고개를 젓고는 작게 웃어보였다. 팬텀은 그제야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지 마주 웃으면서 그에게 안녕을 고했다. 내일 보자! 그 말에 표정이 어두워진 루미너스 또한 그에게 손을 흔들어준 다음에 집 앞에 섰다. 내일 못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라고 그는 생각하다가 떨리는 손으로 도어락을 열었다.
 그 시각, 팬텀은 가지 않고 루미너스가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혹시라도 다른 데로 가면 어떡해? 라고 생각하는 팬텀은 루미너스가 들어갈 때까지 쭉 지켜본 다음에야 발길을 돌렸다. 











16.03.01


읽어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

Maplestory1 | 팬텀루미, 루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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