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연이 아직 황제가 되기 전, 사람들은 그를 개라고 욕했다.

그렇다. 그는 개였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는 개자식이라고... 하지만 누가 그를 감히 그렇게 부를 수 있을까?

그는 개자식인 동시에 수진계의 초대 제왕이었다.

묵연, 자는 미우

수진계의 초대 제왕.

그는 스스로를 나아가 수진계의 맹주 '답선군'이 되었고 황제가 되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래서 그런지 이 황제는 변덕이 죽 끓듯 하였다.

어느 날은 그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유공아, 바다를 아느냐."

"폐하... 바다는 어찌하여..."

"본좌는 한 번도 가보질 않았다..."
그는 답을 들을 생각은 없었다.

"온통 소금물로 사방이 가득 하다지?"

"...예 폐하."
유공은 그럼에도 성실히 답선군의 말에 화답했다.

"햇살에 부딪혀 푸른빛은 내는 것이 참 어여쁘다고... 그래 어여쁘다더군."

"..."

"유공아... 바닷물에 몸을 담그면 내 몸에서 나는 피 냄새를 지울 수 있겠느냐?"

"...."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응? 응? 말해 보아라. 그 푸른물에 몸을 담그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

답선군은 너무 많은 사람을 죽였고 너무 많은 사람의 피를 뒤집어썼다.

그는 돌아갈 수 없었다.

"....폐하."

"....닥쳐!!!"

그는 기어코 유공의 입을 막아버리고는 노기 등등한 기세로 무산전을 걸어 나갔다.

하지만 이내 곧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외쳐댔다.

"바다... 바다로 가자꾸나."

.

.

.

해안가로 온 그는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 냥 연신 미소를 입에 걸고서는 손가락을 까딱 거렸다.

하지만 이내, 무언가 일이 잘 해결되지 않자  햇살과 같은 미소는 언제 그랬냐는 양 거두어 버리고서는 다시금 그는 악귀가 되었다.

"...무슨 일이야."

그의 말이 떨어지자 항해사는 몸을 벌벌 기며 답선군의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외쳐댔다.

"...폐... 폐하.. 소인이 감히 아뢰옵되 지금 배를 올리실 수 없습니다!!"

답선군은 그 말을 듣곤 자신의 손을 맥도에 습관적으로 가져대었다.

사방은 쥐죽은 듯이 고요했고 오직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는 소리만이 아득히 들려올 뿐이었다.

그리곤 그 항해사는 이렇게 생각했다.

'오늘 드디어 내가 죽는 날이구나!!'

하지만 예상과 달리 답선군은 친히 '이놈을 산채로 기름통에 집어 넣어라!' 따위의 말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다시 순수한 소년의 웃음기를 머금은 채 이리 말했다.

"왜 배를 올릴 수 없지? 그래... 짐이 머리에 든 것이 없고 견식이 짧아 그러한데... 공께서 친히 제게 가르침을 전해주시지 않겠습니까?"

그 늙은 항해사는 소문으로만 들려오던 황제가 이리도 친절한, 그것과 더불어 이리도 준수한 외모의 청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결국 답선군의 말에 이리 화답했다.

"폐하, 폐하께서는 아무래도 내륙에서만 사셨고 그에 따라 바다에 대해 모르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저희 뱃사람들은 종종 닭대가리를 잘라 오늘의 날씨가 어떠할지 점을 치곤 하는데 아니 글쎄! 오늘 닭대가리가 한 번에 깔끔하게 잘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날이 안 좋을 같단 말이씁죠..."

"호오... 과연, 그런 게 있군요..."

"하하... 폐하도 참,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미신..."

쐐애애액!

'어디까지나 미신이고 사실은 오늘 구름 상태가 심상치 않아 배를 못 띄우게 되었다.'라고 말하려던 그 늙은 항해사는 언제 빼내 들었는지 모를 답선군의 이름 없는 맥도에 의해 목이 떨어져 그는 더이상 입을 열 수 없게 되었다.

"흠... 본좌가 점쳐보니 오늘 날씨는 맑게 구나."

그는 얼굴에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벌벌떨고 있는 뱃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배를 띄워."

"폐... 폐하...!"

그들은 정말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늘 같은 날 배를 띄우다니... 물귀신이라도 될 생각이 아니라면 그것 물에 빠져서 자살하고 싶은 사람만이 그리 할 것이다.

하지만 배를 또 띄우지 않는 다면 그들 눈앞에 있는 이 악귀가 저들의 목을 따 버릴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가 답선군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있을까... 그들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배를 띄웠다.

.

.

.

누가 바다를 어미의 품이라고 하였단 말인가. 

누가 이 드넓고 거센 바다를 그렇게 말한단 말인가.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은 어느새 시커먼 먹구름으로 드리워졌고 바다는 이미 성난 황소때처럼 마구잡이로 배를 향해 전투적으로 몸을 부딪혀왔다.

아무리 수진계의 황제라고 해도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서는 묵연의 그 잘난 영력도 법술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쾅!!!

드디어 배는 기울어졌고 사방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깊고 푸른 바다는 지옥이라도 되는 양 그를 어두운 심연, 그 속으로 아가리를 벌린 채 묵연을 삼켜 버렸고 묵연의 광기 어린 자안은 이미 생기를 잃은 채 물속으로 하염없이 떠밀려 갈 뿐이었다.

'그래... 드디어 지옥으로 떨어지는구나'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너무 지쳤고 이만 이 생을 마무리 하고 싶었다.

'... 너무 추워.'

하지만 그러는 한편으로는 그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

빛을 잃은 자안에 자그마한 불씨가 다시금 타올랐다.

아스란히 보이는 햇빛을 행해  그는 손을 뻗으며 수없이 속으로 되뇌었다.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아직 죽고 싶지 않아. 나는 !!!'

숨이 막혀왔으며

빛은 점점 멀어져갔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 속의 불씨도 점점...

촤아아악!

누군가가 그를 아득한 바닷속에 서 끌어냈다..

그 누군가는 묵연을 품에 껴안듯이 한손으로 감싸 안고서도 한치의 흔들림없이 이 괴물과도 같은 바다를 헤쳐나갔다.

묵연의 정신이 흐릿한 와중에도 저를 끌어 당겨 안은 이 탄탄한 몸의 소유자의 온기를 느끼며 성욕을 불태웠다.

'누군지는 몰라도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그는 나쁜 놈이었고 개새끼였다.

전에는 그나마 은원을 헤아려 그에게 은인이라면 피와 살을 내어줄 정도로 헤펐던 그였지만 이미 묵연은 그런 옛날 일 따위는 생각나지 않았다.

오로지 지금 그의 최우선의 짐승같은 욕구였고 그 욕구에는 성욕도 포함되어 있었다.

!!! 드디어 그들은 물밖으로 고개를 내밀었고 묵연은 이 섹끈한 사람의 귀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검은 긴 머릿결, 뽀얀 피부에 치켜올라간 봉안....

그리고 그 봉안 사이로 빽빽이 수놓아진 속눈썹사이로 눈방울이 타고 흘러 묵연의 얼굴 위로 '톡' 하고 떨어졌다. 그제야 그는 잠시 놓았던 정신을 붙잡았고 그간 생각했던 계획(?을 실행하고자 그를 향해 손을 뻗었으나 돌아온 것은 끔찍한 통증이었다.

"으윽..."

묵연이 신음을 굳게 다문 이사이로 내뱉자 그가 잔잔하게 말했다.

"가만히 있거라. 속인된 몸으로 그 고난을 해쳐나왔으니 몸이 정상이 아닐 거다."

그렇게 말하며 이 아름다운 사람은 묵연을 바윗께에 걸쳐두고는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더니 해초를 가지곤 곱게 다져 묵연의 상처 난 몸에 발라주었고 부러진 팔은 어디서 들고 왔는지 모를 끈으로 단단히 고정 시켜주었다.

묵연은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고는 마음속에서는 알 수 없는 따스함이 물밀듯 밀려왔다.

하지만 이내 그의 몸은 한계에 부딪혔고 그는 더이상 정신을 붙잡고 있을 수 없었다.

.

.

.

일주일, 무려 일주일이나 지난 후 실종 되었던 황제가 무산전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황제는 느닷없이 한 사람을 찾아오라고 명을 내렸다.

"사람을 찾아와. 그리곤 짐의 앞으로 데려와라. 거부를 한다면 납치해서라도 데리고 와. 방해하는 놈은 다 죽여도 돼....무슨일이 있어도... 본좌 앞에 데리고만 와라..."

 며칠후, 답선군은 드디어 '그 사람'을 찾았고 그는 떨리는 마음을 애써 부여잡으며 그 사람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추동, 네가 날 구했던 날을 기억하느냐..."

"....예 폐하.. 당연히 기억하고 말고요."

"그래..그래... 일주일 후, 혼례를 올리자구나. 너는 네 은인이니... 아주 성대하게."

판타지와 동양풍을 좋아하고 중벨을 좋아하는 독자 1호. 읽을만한 책이 없어서 내 취향대로 글을 적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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