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에쿠로 전력 ( @levXkuroo_w ) 참여 글 입니다.  

• 습한 공기 

- 방과 후



사람들로 붐비던 교실이 공간은 어느새 붉은 빛 색깔이 가득담겨있었던 초여름의 평범한 교실 이었다.

그 곳에서 노을 빛에 동화되어가는 너의 머리칼과 어딘가 먼 곳을 응시하던 너.

어쩌면 그때부터 였던 것 같다. 너를 좋아하게 된 날을 말이다.

 



쿠로오는 턱을 괴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1학년들이 체육 시간인지 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공을 뻥뻥 차대는 아이들. ‘저 속에 있을까?’ 하고 바라보고 있지만 사실상 은발의 리에프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 체육 시간일텐데 무엇을 하고 있나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 시간 리에프는 자신의 실력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공을 통통 튀기고 있었다. 체육관 옆 그늘이긴 했지만 그래도 더위는 피할 수 없는지 물흐르듯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옷은 축축하게 젖어가고 있었다. 그와중에도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주며 공을 튀기는 그때 불현 듯 쿠로오의 목소리가 귓가에 미약하게 들려왔다.

‘집중해 리에프’

화들짝 놀라 공에서 시선을 떼고 옆을 바라보았지만 공을 차며 뛰어다니는 친구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머리를 통 치는 배구공에 정신을 차리며 공을 주워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쿠로오가 있을 4층을 바라본 순간 검은 머리통 하나가 빼꼼 눈에 보였다.

‘쿠로오상 인가?’

눈을 반짝이며 보일리 없지만 발뒤꿈치를 들어 휘적휘적 해보지만 얼굴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분명 머리가 저렇게 서있으면 쿠로오뿐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확신이 없었다. 분명 창밖을 보는 느낌이었는데 쿠로오라면 그럴리없을테니 말이다.

입술을 꽉 깨물며 그날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쿠로오상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선배’라고 하기에는 다른 선배들과는 같은 감정이 아니었고, ‘동경’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자신의 감정이 이미 넘어서 있었다. 사실 그때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교실에서 마주친 그날 알았다. 자신을 찾으러 온 쿠로오상의 얼굴은 노을 빛으로 붉게 물들여져 있었고, 여자애들이 자신에게 고백을 할 때처럼 붉게 달아오른 느낌의 얼굴을 보고 깨달았다.

 

아. 나는 선배를 좋아하고 있구나.

 

하지만 무턱대고 들이대 봤자 이미 성격으로 치부되어있는 감정은 그에게 닿지 못하였다.

 


 

최근들어 리에프가 조금 이상했다.

자신이 예민한건지 아니면 그날을 기점으로 그를 보는 시각이 달라져서 그러는 것인지 어딘가 미묘하게 달랐다. 그가 던지는 말 하나하나가 마음을 흔들었다. 평소와 다름 없는 것 같지만 쿠로오의 마음은 그것으로도 충분히 흔들리기 충분했다. 자신을 항해 웃어주는 미소도 그가 내미는 수건과 물통도 모든게 새로워 보이며 마음이 쿵쿵대기 시작했다.

켄마에게 은근 슬쩍 물어봤지만 눈을 가늘게 뜬채 리에프와 나를 흘겨보더니 ‘쿠로는 멍청이야?’라는 말만 툭 남긴채 옷을 갈아입으러 가버렸다.

그 말이 아리쏭해 고개를 갸웃거리며 따라가 물어보았지만 귀찮다는 듯이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또 같은 상황이었다.

다른점이라고는 습함이 다가오는 여름이 아닌 숨이 턱턱 막힐듯한 공기의 여름이라는 것 말이다. 교실로 들어오는 주황빛 노을은 전과 다름없이 교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너도 하얀 머리칼이 오렌지 빛깔로 물들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안그래도 높았던 체온이 얼굴로 확 모이며 손에 땀으로 미끌거렸다. 분명 지금 입을 뗀다면 목소리가 떨려서 나올게 분명했지만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오늘은 왜 안 온거야? 배구하기 싫어?”

 

고개를 젓는 그의 행동에 노을에 물든 머리칼이 가볍게 흩어졌다.

 

“아니여. 그냥.. 생각할게 있어서여”

 

리에프의 옥색 눈동자가 쿠로오를 빤히 쳐다보았다. 마치 자신의 속을 꿰뚫는 그의 눈빛에 흠짓 놀랐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성큼 성큼 다가오는 그의 분위기에 압도되었고 어느새 자신의 얼굴을 한손으로 쓰다듬으며 그가 입을 열었다.

 

“쿠로오상..”

“왜”

“이제 알겠어여. 쿠로오상 저 좋아하죠?”


거짓말이라도 아니라고 대답해야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답을 알고 있다는 듯한 그의 표정에 몸이 뻣뻣하게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알고 있어여. 전에는 몰랐는데.. 쿠로오상 저 좋아하잖아여” 라고 말하며 그의 손이 조심스럽게 귓가에 맴돌았다.


“여기도 이렇게 붉은데 거짓말 할건 아니져? 그리고 표정도 이미 다 드러났는데 말이져”

 

그 말에 얼굴이 화악 붉어지며 정신이 들었다. 그를 밀쳐내며 “무슨소리야”라고 말해보지만 자신의 어깨를 잡고선 얼굴을 들이밀더니 뜨거운 숨결이 귓가를 간질였다.

 

그리고선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해맑은 미소를 짓고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춰버리고 혼자 나가버렸다. 자신이 방금 무엇을 들은 것인지 멍하니 있다가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이마를 만졌다.

무더운 여름의 습하고 더운 온도 때문인지 그의 입맞춤 때문에 달아오른 피부 때문인지 끈적하게 달라붙는 자신의 이마를 만지고 서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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