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라는 존재를 말한다면, 나루토겠지.

 

 

[나루사스] 빛

 

사스케는 생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회상하는 듯이 말했다.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시카마루도 그를 따라 맥주를 한입 마셨다. 웅얼거리며 뭐라 뭐라 말하는 모습이 꽤나 우스웠는데, 머릿속에선 이미 아, 이 녀석 엄청 취했군. 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녀석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입 밖으로 내뱉는 다는 것은 특유의 술주정이었으니까.

“너, 취했을 때만 솔직해지는 거 알고 있냐. 사스케”

들려오는 시카마루의 말소리에 사스케는 그를 향해 고개를 들곤 빤히 쳐다봤다. 그 시선의 끝에 있는 시카마루는 자연스럽게 주머니 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지포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니 매캐한 냄새와 더불어 몸속으로 들어오는 담배연기가 조금씩 차오르던 취기를 떨어뜨렸다, 취하면 곧잘 그녀석의 얘기를 꺼내는 사스케와는 다르게 시카마루는 정반대였다. 녀석의 얘길 들으면 술이 확 깨는. 몇 분 피우지도 않았는데 벌써 중간쯤 타버린 담배를 재떨이에 털었다.

“특히, 나루토에 대해선 말이지.”

 

***

 

“사쿠라가 말하지 않던?”

생맥주 한잔을 다 비우고 새로 시킨 맥주도 홀짝홀짝 마셨는지 어느새 중간밖에 안남은 맥주잔을 가볍게 돌리며 사스케는 입을 열었다.

“사쿠라는 나와 술을 마시지 않아.”

어라, 그건 의왼데.. 그녀석이라면 진작 같이 먹었을 줄 알았는데.. 꽤나 의외라서 바삭하게 튀겨 나온 가라아케를 집으려던 손을 멈추고 사스케를 바라봤다. 녀석은 멍하니 비어진 잔을 쳐다보고 있었다. 주위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려옴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만의 세계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째서?”

사스케는 시카마루의 물음에 눈을 깜빡거리다 피식 하고 웃었다. 곧이어 젓가락을 들어 그는 가라아케를 한입 먹었다.

“나와 술을 마시면 나루토 얘기를 하게 되니까.”

 

***

 

“이렇게 술을 먹을 때면 특히 잘 생각하지. 녀석에 관한 것을.”

취기가 가득 올라 상에 드러누워 있듯이 있는 사스케는 혼잣말을 하듯 말을 꺼냈다. 동기들과 함께 있을 때, 그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금기와도 같은 나루토에 관한 얘기를.

“돌아온 직후에도 곧잘 싸우던 거라던가 어렸을 때처럼 다퉜던 거라든가 말이야”

“그것 때문에 사쿠라나 여러 사람들이 피해보긴 했지. 너희가 좀 강하냐? 말리는 사람의 입장으로선 말도 아니었다고..”

그때만 생각하면 절로 터져 나오는 한숨에 시카마루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이리저리 부서진 물건부터 시작해서 난장판이 되어가는 상황과 그것을 말리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들이 떠오르는 것임에 분명하리. 사스케는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에 피식하고 웃었다.

“난리긴 했지.”

“당사자중인 한명이 그런 말하기냐..”

너무나도 쉽게 인정해버리는 사스케의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는 듯이 시카마루는 그를 째려봤으나, 그런 시선 따위 가볍게 넘겨버린 사스케는 말을 이었다.

“어릴 때처럼 매일 싸우고, 치고 박고, 돌아온 이후로 싸우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같은 공간에 있으니 더 싸우는 날이 많아지더군.”

“어떻게 싸우는 날마다 그냥 끝나지 않고 생난리가 나던지, 다시 생각해도 한숨만 나온다고”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

그는 어느새 식어버린 가라아케의 마지막 조각을 먹고, 얼마 남지 않은 맥주를 다 마신 후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때가 좋았어..

그의 말에 눈을 껌뻑거리다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무엇인가 때문에 어딘가 탓하는 듯한, 어찌 들으면 원망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이 튀어나갔다.

“있을 때 잘해주지 그랬냐.”

사스케는 눈을 몇 번 깜빡거리더니 자조적인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게.”

 

***

 

“사랑한다고 했을 때 말이야”

텅텅 비어있는 두 개의 맥주잔을 보며 한쪽 손으로 턱을 괴고 말하는 모습에 시카마루는 이 주정뱅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에 대하여 점점 생각하기 시작했다. 저기까지 나오면 진짜 진탕 취했다는 것일 텐데.. 취했을 때만 보여주는 아니, 일상생활에선 안쪽에 꽁꽁 숨기고 있다가 술을 마시면 제대로 된 정신을 챙길 수 없으니 아마 물이 범람하는 것처럼 터져 나오는 것이겠지만. 술에 완전히 취하고 나서야 그 스스로를 솔직한 감정을 입 밖으로 내뱉는 모습에 시카마루는 참담함이 몰려오는 것만 같아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런 모습이 주위사람을 걱정시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 래서 말이야. 나는 꼭 녀석을 보면 해줘야 하는 말이 있어. 그때는 하지 못한 말을 말이야. 그 깜짝 고백에 답하는 그런 말이 아니라, 조금 더 뒤를 향한 말. 당장의 앞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와 그리고 그 녀석을 위한 미래를 위한 그런.. 나는, 나는 말이지 나루토, 나는..”

이젠 앞에 앉아있는 시카마루에게 조차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는 사스케는 가만히 있다 테이블에 푹하고 고꾸라졌다.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마 너무 많이 먹어서 곯아떨어진 것이라. 시카마루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스케를 흔들었다.

“어이, 사스케 일어나.”

하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는 모습에 그는 한숨을 쉬며 사스케를 들어올렸다. 축 늘어져서 몇 배는 더 무거운 몸을 애써 들쳐 업으며 술값을 계산하고 거리로 나왔다.

 

***

 

늦은 시간이지만 마을의 불은 꺼지지 않고 휘양찬란 했으며, 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근근이 들려왔다. 시카마루는 가만히 밤하늘을 올려다보다 그 거리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리 속에 녹아들어 천천히 걸어가던 시카마루는 들쳐 업고 있던 사스케에게서 작은 움직임이 느껴지자 걸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깼으면 알아서 걸어라. 너 엄청 무겁다고.”

그러나 사스케는 몇 번 움찔거렸을 뿐 대답이 들려오진 않았다. 천상 집까지 데려다 줘야하는 상황이라 시카마루는 크게 한숨을 내쉬곤 다시 거리를 걸었다.

몇 분을 걸었을까 사람들이 많았던 거리를 지나 한적한 골목길이 나왔다. 일이나 임무가 늦게 끝나거나 다쳐서 치료한 그를 데려다주기 위해 곧잘 걸었던 길. 가끔 더울 때면 아이스크림을 한 개 물고 낄낄거리며 걸었던 그의, 나루토의 집으로 가는 길. 시카마루는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 루토..”

잠꼬댄지 혼잣말인지 녀석의 이름을 부르는 사스케의 말소리가 고막을 타고 들어와 울컥 하고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감정에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세게 깨물었다.

“사랑해. 사랑해.. 이 우스라톤카치야.”

그러나 들려오는 사랑고백에 주체 못하고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소중한 동료이자 동기의 고백이 상대편에게 더는 닿지 못함을 알고 스스로 있을 텐데 사스케는 계속 말했다.

"사랑해“

“사랑해..”

“너를 사랑해 나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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