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사무실 밖으로 조용히 나왔다. 잠깐 쉬고 싶은데.. 산더미 같은 일에 뻐근해진 허리를 툭툭 대충 주먹으로 가볍게 치며 회사 테라스로 나왔다. 이노무 회사는 테라스에도 사람이 많아. 조용히 앉아 쉬고싶은데 저 멀리 벤치에 미친 개과장이 눈에 들어왔다. 와 나한테 일 떠넘기고 지는 커피 처마시네. 


하. 짧은 한숨을 내쉬고 슬그머니 발길을 돌렸다. 이럴줄 알고 내가 알아낸 장소가 있지.


테라스 반대로 나와 에어컨 실외기 옆 틈을 살짝 비집고 들어가며언- 이렇게! 모서리가 헤진 쌓아둔 박스 위를 대충 손으로 쓸어내리고 앉자 세상 편해졌다. 역시 아무도 없는 곳이 제일 편해. 


가을이 오기는 오나보다. 한낮의 햇살이 아주 따사로운게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아무생각 없이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다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내렸다. 응? 아무도 없던 맞은편 건물에 보이는 낯선 인영. 갑자기 나타난 사람보다 더 당황스러운건, 저와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 있단거였다. 무..뭐야..


여기 아무도 안오는 곳 아닌가?! 아니 아니지 저거는 저 건물이니까. 내가 찾아낸 자리는 반대편 건물에서도 사람들이 안다녀 안보일 것 같아 더 좋았던건데. 


눈이 부셔 미간을 살짝 찌푸리니 맞은편 건물의 남자가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하얀 셔츠에 남색 넥타이. 짙은 다갈색의 머리. 슬쩍 봐도 어려보이는 얼굴이.. 아 뭐야. 선생님인줄 알았네. 


저가 있는 회사와 나란히 서있는게 고등학교였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라 박 터지는 소리를 내며 아 뭐야- 하니 반대편 남자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음? 소리가 들리나?


남자의 행동에 같이 고개를 갸우뚱 하자 다시 반대로 고개를 갸우뚱 하는 남자다. 한창 해 뜨거운 3시에 이게 뭐하는 짓이람.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피식, 입새로 웃음이 흘렀다. 저를 보던 남자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뭘 하는거지. 핸드폰 보나.





눈까지 마주치고 웃었는데 무시당한건가 싶어 풀이 죽으려고 하는데 고개를 든 남자가 무언가를 이쪽으로 던지는시늉을 한다. 응? 응??? 던진다고? 아무리 두 건물이 붙어있다고 해도 꽤 먼 거리기도 했다. 두어번 팔을 움직이길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설프게 어? 어? 하니 뭔가가 이리로 휙-! 날라온다.


"아야.."


어떻게 간신히 받긴 받았는데 아이고 내 손바닥이야. 손에 아슬하게 들린 음료수 캔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고개를 번쩍 들었다. 반대편 난간에 팔을 내밀고 쳐다보던 남자가 시선이 마주치자 손을 흔들었다. 웃으니까 좀 고딩같네.. 멍청한 생각을 하며 음료수 캔에 깨알같이 적힌 글을 소리내 읽었다.


"힘내요. 한숨 그만 쉬고.."



푸핫. 나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에 민망해져 어설프게 웃으며 남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휴.. 고딩한테 위로받는 인생.. 이세상 월급쟁이여 화이팅! 말같지도 않은 말을 하며 슬그머니 아지트를 빠져나왔다. 사실 계속해서 눈을 마주치고 있는 맞은편 고딩때문에 민망해서 그랬다.












고딩 녜리와 월급쟁이 직장인 지훈이 쓰려고 반년은 묵혀둔건데 아까워서 ㅠㅠ 이 이상으로 진도가 안나가서 아까워서 꺼내봄니다.. ㅠㅠ




글 쓰는 지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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