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가 과거 Holiday라는 노래를 마지막으로 5년만에 다시 뭉쳐서 Forever 1 이라는 앨범을 냈다.

그런데 무려 5년 만의 컴백인데도 추억과 향수에 젖는다는 대중들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올해 초에 소녀시대와 비슷한 시대를 공유했던, 빅뱅이 봄여름가을겨울을 발매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는데,

어쩔 수가 없다. 소녀시대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팀의 형태로 음원만 내지 않았지 멤버들이 절대 쉰적이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앨범을 내거나, 연기를 하거나, 예능을 나간다던가 미디어에서 사라진 적이 없었고, 자신이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음을 우리는 그걸 전부 지켜봤다. 재결합 했다는 의미보다는 일종의 공백기에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다.


빅뱅은 멤버들이 사회적으로 저지른 잘못과 범법행위들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아 팀 활동을 하는 것이 자유롭지 못했고, 개인적으로 공백기에 미디어에서 모습을 보여준 적도 없었기에, 멤버들의 활동을 직접 관찰하고 소식을 들을 수 있었던 소녀시대와 달리 빅뱅은 아주 먼 과거에 동결된 채 굳어있었다. 그렇게 그룹에 일종의 먼지 쌓임이 존재하니까 사람들이 꺼내보고 먼지 점 털어보고 향수를 느끼는 것일테다.

게다가 빅뱅은 앞으로의 미래마저 불투명하다. 언젠가 다시 뭉칠 거라는 믿음이 막연히 깔려있던 소녀시대와 달리 믿음이나 지속성, 장래성 같은 게 없으니까 범죄나 사회적 물의를 망각한 대중들은 빅뱅에 더 애틋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이 둘을 비교하고 있는 것은 소녀시대가 추억팔이 덕을 제대로 못봐서가 아니다. 저 둘이 긴 공백기를 깨고 나온 뒤에 발매한 노래의 서로 다른 성질이 꽤나 상징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단체 활동은 잠시 접고 자신의 개인적인 성취를 위해 열심히 달려온 소녀시대는 그들을 기다려준 사람들에게 자신의 데뷔곡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 겁없이 외치던 말 사랑해 너를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져 -> 널 생각하면 강해져

다시 만난 세계에 화답하는 가사를 통해 우리의 존재와 관계는 영원할 것이라는 희망과 감동을 전했고,

비도덕적 행동들을 자의로 저질러 자기 팔자 자기가 꼬아버린 빅뱅은 자기연민에 취한 노래를 발매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한국사회랄지 성별에 따른 특성같은 게 보이지? 정말 신기하다.




Forever 1

포에버원은 자기연민에 빠져서 인생의 어느 순간에 머무르고 지나간 영광을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 숨쉬는 현재에서 앞으로의 미래를 관통하며, 자신들의 존재가 주는 의미와 그들을 생각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불멸성을 말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란 없다는 말은 유명하다. 하지만 팀활동을 잠시 쉬어가고 멤버들이 흩어져 있을때에도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올곧게 달려온 사람들이 말하는 영원은 어딘가 신뢰가 간다. 

서로 다른 소속사와 다른 분야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한 곳에서 모이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소녀시대는 이번 활동을 통해, 팀 활동이 이뤄지긴 어려워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사실, 만나기는 드물지 모르지만 이 관계가 지속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줬다. 그렇기에 소녀시대의 재결합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향수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은 발랄한 노래와 긍정적 메세지를 전하는 가사를 단단하게 봉합하고, 향수 그 이상의 시너지를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행보를 보고 있으니 듣는 것 이상의 행복감과 희망같은 것을 개인적으로 많이 느꼈다.


난 영원이란 것은 헛되고 부질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영원에 집착하면 스스로를 갉아먹고 휘청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원을 믿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소녀시대가 보여준 지속 가능성, 서로를 생각하고 있다는 신뢰와 그에 대한 고마움을 보고 있자니 영원을 믿고 싶어지게 된다. 

그 믿음을 생각하면 난 정말로 강해질 것 같고, 우리 꼭 영원하자는 말이 불가능하더라도 끝까지 함께하고 싶어진다.

그런 우리가 머문 세상속에서 다시 태어나도 또다시 사랑에 빠질 것이라 확신하게 되고, 불안한 세상 속에서 서로 주고 받는 확신이, 영원을 약속할 수 있는 믿음. 그 믿음이 주는 에너지가 포에버원에 있는 것 같다.






 


정리

쌓아 올린 과거가 주는 영광과 서사를 바탕으로 

현재에서 살아 숨쉬는 사람들이 

알수 없는 불안정한 미래에서 변치 않을 것을 약속하는 모습은 

어딘가 뭉클하고 고맙다.

우리 꼭 영원하자는 태연의 가사처럼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소녀시대는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삶에  존재할 것이다.

그런 메세지를 받은 선물같은 컴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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