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즈커크] 히트 사이클의 온도 






커크가 쓰러진 후 아직 정밀 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에도 커크는 이상 행동을 자주 했다. 본즈는 커크에게 무슨 일이 있지는 않는지 매번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그의 이상 행동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일단 커크는 잠이 많아졌다. 예전보다 잠이 늘어 브릿지에서 의자에 앉아서도 조는 일이 늘었다. 밤늦게까지 일을 해서 그런 것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것뿐이 아니었다.


커크는 계속 으슬으슬 추운 것 같다며 호소했다. 그래서 브릿지 온도를 조금 높여 다른 대원들이 모두 덥다고 했지만 그때야 커크는 만족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커크의 몸에서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해보였다. 본즈는 그와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잠이 늘어서 그런 것일까. 이상하게 커크는 언제부터인지 본즈를 부르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본즈는 조금 아쉬움을 느꼈지만 부르지도 않았는데 먼저 찾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 ≋ ≋




복도 저 끝에서 다른 대원들이 이야기 하는 것이 본즈의 귀에 들려왔다.


“너, 아까 들었어?”

“뭘?”

“함장님 말이야.”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엿들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본즈인지라 그냥 스쳐가려고 하는 순간 그의 귀에 ‘함장’이라는 단어가 들렸다.


그 단어에 본즈는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섰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그대로 본즈의 귀에 들어왔다. 본즈가 매우 관심있어 하는 내용이라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함장님이 왜?”

“못 들었어? 완전 소리 컸는데.”

“뭔데……?”


두 대원이 복도에 멈춰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본즈는 계속 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몰라. 갑자기 식당에서 먹기가 힘들었는지 토하러 가시더라고. 저번에 쓰러지신 적도 있지 않아?”

“맞아. 브릿지에서 쓰러지셨지.”

“건강이 진짜 안 좋으신가봐. 걱정된다.”


대원의 목소리가 걱정하는 투로 변했다. 그와 대화하는 다른 대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게. 걱정되네. 우리 요크타운이라도 가서 잠깐 쉬어야 하는 거 아냐?”

“맞아. 이러다가 무슨 큰일이라도 나면 어떡해.”

“걱정된다, 정말.”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두 대원이 지나가자 그제야 본즈도 움직였다.


“커크가 토했다고……?”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봤다. 요새 커크의 이상행동들을 모두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 모든 증상을 종합해 봤을 때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이었다. 그것 말고는 지금 커크의 상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 생각을 떠올린 후 본즈는 어이가 없었다. 어째서 그것을 깨닫지 못했을까.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본인인 커크가 깨닫지 못하고 있더라도 의사인 자신이 더 빨리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본즈는 의무실을 향해 걸음을 빨리 움직였다.




≋ ≋ ≋




자신의 실험은 성공했다. 그것도 매우, 매우 잘. 자신이 그렇게도 원하던 커크의 임신.


그래, 드디어 커크가 임신을 한 것이다. 그것이 유일한 해답이었다.


본즈는 커크가 자신을 부를 것을 기다렸다. 밤이든, 낮이든 시간에 상관없이 둘이 함께 있게 되면 본즈는 먼저 물어볼 생각이었다. 요새 뭐 좀 이상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그러나 커크는 조금은 뜸을 들였다.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을 텐데도 아무 일 아닌 것처럼 그냥 넘기려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걸까.


본즈는 그 어느 쪽이더라도 자신을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렇지만 조용히 커크가 자신을 부를 때까지 기다렸다. 먼저 커크를 부를 만한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본즈가 두근거리며 자신의 쿼터에서 커크를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본즈는 몰랐지만 의무실에 누군가 들어왔다. 그는 뭔가 원하는 게 있는 모양인지 의무실에 있는 본즈의 책상을 여기저기 뒤지기 시작했다.


본즈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살살 뭔가를 찾던 그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낸 듯 서류를 꺼냈다. 그 서류는 짤막하게 ‘보고서’라는 제목이 붙은 연구 보고서였다.


빠른 속도로 서류를 훑어 내려가던 그는 어떤 한 지점에서 멈췄다. 그 보고서의 결론 부분이었다.


‘그래서 이 연구의 결론은 이제야 명확해졌다. 베타라고 하더라도 오메가를 임신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수한 약물을 사용하면 베타의 정액을 알파의 정액과 유사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임상 실험을 거치진 않았으나 그 외의 실험은 모두 통과했다. 만약 우주선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실제 임상 실험을 거친다면 이 약물의 효과를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약물이 아직까지 다른 종족들에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오직 인간을 상대로 연구된 약물이기 때문에 다른 베타인 종족들에게도 이 약물이 효과가 있는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이것은 추후…….’


원하는 것을 얻은 그는 보고서를 덮고 다시 원래 위치로 돌려놓았다. 의무실을 빠져 나오자마자 그는 원래 의무실에 있어야 할 다른 대원을 마주쳤다.


“아.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잠시 닥터를 만나보러 왔는데, 자리에 없더군.”

“CMO는 다음 교대시간에 오실 겁니다. 헷갈리신 모양이군요.”

“그래. 내가 착각한 모양이야.”


전에 없이 당황해 보이는 남자의 모습에 의무실을 담당하는 대원이 물었다.


“어디가 아파서 오신 겁니까? 아니면 닥터를 불러드릴까요?”

“아니네, 됐네. 좀 이따 다시 오면 되지.”


급하게 걸어가는 그 남자를 바라보며 대원이 중얼거렸다.


“이상하게 바빠 보이시네. 오늘따라 귀가 더 뾰족해 보이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안색도 안 좋아 보이고.”


스팍은 그런 대원의 말을 듣지 못한 채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퍼즐 조각이 맞춰지고 있었다.





제4장






어느 날 밤, 드디어 커크가 자신을 불렀다. 본즈는 두 말 않고 커크의 쿼터를 향해 걸어가며 오늘에야말로 무슨 이야기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오늘 못한다면 아마 계속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런 예감이 들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커크의 쿼터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자 전처럼 커크의 진한 향기가 본즈를 휘감았다. 언제 맡아도 온 몸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본능적인 최음제의 효과가 있는 향기였다.


“커크.”


커크는 당연히 침대에 누워 있겠지. 그렇게 생각한 본즈가 커크의 침대로 다가갔다. 침대엔 커크의 몸, 그 형태가 그대로 드러난 채 이불을 덮고 있는 커크가 있었다.


본즈는 조용히 그 이불을 걷어낸 채 커크에게 키스하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상대를 배려하는 듯 천천히 시작된 키스는 점점 정열적으로 변했다.


“흐, 으읏…….”


본즈는 참지 못하고 커크의 빨간 입술을 삼키듯 살짝 물었다가 놓아주었다.


“으, 으응…….”


그러자 커크가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본즈의 단단한 팔을 움켜잡았다. 본즈의 손가락이 커크의 얼굴을 감쌌다. 둘의 입술이 뜨겁게 맞물리며 질척거리는 소리가 방안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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