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가드 인퀴지터 x 디바인 빅토리아 / 2016년 10월 쓴 단문이 포스타입 이사 중 누락된 걸 발견해 재업



"사실 모든 게 우리가 꾸민 음모였다는군요. 들으셨습니까?"

디바인 빅토리아는 유월을 맞은 그랜드 카테드랄의 정원에 숨 막히게 위엄있는 자세로 서 있었다. 그런 방식으로 서 있는 건 그녀의 특기였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앞에 두든 성채처럼 견고했다. 살아오는 내내 단상 아래서 저를 올려다보는 눈을 감당해 온 사람의 몸이다. 권위가 체화한 반듯한 등에, 지상에서 가장 거룩한 예복이 믿을 수 없이 잘 어울렸다. 

"들었어."

"당신께 직접요? 누굽니까, 간도 크군요."

거울처럼 잔잔한 연못을 응시하던 시선을 거두고 디바인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즉위 초에 비해 확연히 느려진 걸음을 따라 녹색 잔디 위로 흰 옷자락이 깃발처럼 펄럭이고, 성좌 앞의 주교들처럼 열을 맞춰 늘어선 관목 끄트머리를 단단한 손끝이 스치고 지나간다.

"떠들기 좋아하는 늙은 시종들. 귀 좋은 디바인은 오랜만이었겠지."

성스러운 분은 길을 따라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로열 가드는 그녀 뒤를 건들건들 따르며 여기저기서 꽃을 꺾었다. 더운 계절을 맞은 안드라스테의 정원은 조용한 생명력으로 가득했다. 외팔의 손으로 꺾는 흰 꽃은 안드라스테의 자비, 붉은 꽃은 안드라스테의 피, 노란 꽃은 안드라스테의 기쁨

"코리피우스는 사실 없었다더군요."

"내가 저스티니아의 살해자고."

"정확히는 당신과 렐리아나."

"인퀴지터는 꼭두각시고."

"정확히는 당신의 남첩이지요."

"......."

주홍색 꽃은 안드라스테의 인내, 보라색은 그녀의 한숨

"렐리아나는?"

"간밤에 유포자를 잡았답니다. 지금쯤 배후를 심문중이겠군요."

"이번에도 많은 목숨이 사라지겠군."

하늘색 꽃은 그녀의 슬픔. 하나뿐인 손이 다 차자 로열 가드는 꽃 꺾기를 멈추고 가장 가느다란 줄기를 입으로 물어 나머지 꽃들을 다발로 묶었다. 그의 입이 말없이 우물대는 사이 디바인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매해 그녀의 옆모습은 전보다 가늘어졌고 한숨은 깊어졌다.

"어차피 당신이 구한 사람들입니다." 이로 매듭을 묶는 데 성공한 기사가 말했다.

"그대가 구했지."

"그게 그거죠. 전 당신의 남첩... 예, 연인이니까."

로열 가드는 한 손으로 완성된 꽃다발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만듦새를 점검하곤 성큼 걸음을 옮겨 디바인 곁에 나란히 섰다. 명백한 불경이다, 그러나 기둥 뒤 그림자에 몸을 감추고 그들을 주시하는 이들 중 이를 빌미로 신성의 연인을 다그칠 이는 아무도 없으리라. 지상의 모든 사람을 위해 살기로 서약한 연인에게 얼굴에서 앳된 티가 이제 가셔 가는 청년은 위로처럼 과거의 로맨스를 닮은 꽃다발을 건넸다. 생명이 끊긴 꽃줄기를 사이에 두고 몇 해 전보다 완연히 연해진 두 사람의 손끝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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