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글입니다. 사니와 이름 고정)


 “돌아왔다.”
 “……다녀오셨어요, 여러분! 이번에도 고생 많으셨어요.”

 오늘로 아야가 사니와가 된 지 이틀째, 그리고 도검남사의 출진은 이번이 다섯 번째였다. 그는 그들이 무사히 귀환한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다녀왔던 남사들, 특히 단도 꼬마들이 많이 피로해 보이는 모습에 미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능력이 없는 그 대신 흔쾌히 부대의 대장을 맡아 출진해 준 미카즈키에게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어떻게든 그들을 더욱더 편하게 해줄 방법이 없을까. 혼마루에서 단지 기다리는 것 외에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는 않을까 고민하던 그의 뇌리에 역사 수정주의자들을 편히 물리칠 수 있는 커다란 검, 믿음직한 남사가 또 나와 주면 전투가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야는 지쳐서 방에 끙끙거리며 드러눕다시피 한 그들에게 욕실과 식사 준비가 되어있다고 알린 후에 혼마루 구석에 있는 대장간으로 뛰어 들어갔다.


 어제 처음 와 보고 두 번째 방문인 그곳에는 용광로의 새빨간 불길만이 조용히 넘실대고 있었다. 제작할 거냐는 물음을 담아 빤히 바라보는 도공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재료의 레시피를 읊어주었다. 미카즈키 때와 같은 개수의 재료로 해 보면 그만큼 강한 검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담아 그는 옥강 650개, 그 외의 재료는 전부 550개로 주문하고서는 남사들이 고생해서 가져온 소중한 재료들이 대장간 안으로 옮겨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도공이 검을 만들기 시작하자 표지판 같은 곳에 자연스레 검의 완성까지 남은 시간이 표시되었다. 쓰인 숫자는 02:30:00, 2시간 반이었다. 미카즈키 때의 제작시간이 4시간이었고 소우자와 카슈, 요시유키 때가 1시간 30분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래도 제법 강한 검이 나올 것 같았다. 아아, 제발. 결국 그는 조금이라도 빨리 새로운 동료를 맞이했으면 하는 조급한 마음에 콘노스케에게 부탁해서 도움패까지 쓰기로 했다. 제작에 열중하던 도공이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아야는 그저 미안한 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그리하여 제작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완성된 검은 새하얗고 길게 뻗은 몸체가 아름다운 검이었다. 무슨 검인가요, 하고 도공에게 물어보니 대태도라고 한다. 성공했다. 처음으로 얻어 보는 종류의 검이었다.

“고맙습니다!”

 자신의 키보다 더 큰 검을 소중하게 껴안고 대장간을 나온 아야는 정원에 멈춰서서 도를 양손으로 받쳐 드는 것처럼 고쳐 잡고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현재 그의 유일한 가치이자 여기에 오게 된 이유인 츠쿠모가미를 불러내는 사니와로서의 힘을 말이다.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부탁드려요…….’

 그의 간절한 마음에 응답하듯 이윽고 부드럽고 환한 빛과 함께 한 사내가 나타났다. 빛 때문에 눈이 부셔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불러낸 도검남사 중 제일 장신인 미카즈키보다도 큰 사람이었다.

 “이시키리마루라고 한다. 바위조차도 베는 신검이라고 불리곤 있지만 주로 부스럼이나 병마를 영적으로 베었던 적이 많지. 신사에서 산지가 워낙 오래되었거든. 싸움보다는 신사 일 쪽이 더 익숙해졌어.”

 그의 머리보다 조금 위쪽에서 다정하고 안정감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겨우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금방 자신을 ‘이시키리마루’라고 소개한 남자가 서 있었다. 고운 녹둣빛 비단으로 된 카리기누를 입고 에보시를 쓴 헤이안 귀족 느낌의 온화한 청년이었다.


 ‘아아, 이제 되었구나.’

 아야는 직감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단번에 알았다. 이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좋은 사람이겠구나 하는 것을. 그는 밀려오는 기쁨과 안도감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울어 버릴 것 같아서였다. 제대로 인사를 해야 하는데 생각하면서도 점점 고이는 눈물을 막을 길이 없었다.

 “……이런, 우는 건가?”

 아니에요, 라고 대답하려던 아야의 바로 앞에서 옷깃이 스치는 소리가 나더니 뿌옇게 흐려진 시야에 녹둣빛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리고는 눈물을 닦아주려는 듯이 살그머니 무언가가 눈가에 스쳤다. 이시키리마루의 손가락이었다.


 자기소개는커녕 처음 만난 상대 앞에서 울기만 해서 곤란하게 만들다니 부끄럽다고 생각하면서 아야는 고개를 들고 웃었다. 어느덧 눈물은 말라 있었다.

 “……아야, 아야라고 불러주세요. 이시키리마루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것이 그들의 첫 만남이었다.


드림러. 글 씁니다.

홍목단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