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6일 브런치에 게재한 리뷰입니다.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더보이즈(THE BOYZ) - Bloom Bloom

청량하고 에너제틱한 하우스 곡인 'Bloom Bloom'은 더보이즈의 전작들이 가진 컨셉과 이미지의 연장선에 있는 듯 보인다. 그렇지만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전형적인 S/S 시즌의 계절감을 담고 있는 곡인만큼 더보이즈 특유의 학원적인 분위기나 텐션은 덜하다. 감성적인 멜로디와 소프트한 리듬의 'Butterfly (몽중)'이나, 발랄한 미디움 템포 댄스곡인 'Clover'이 담고 있는 정서가 오히려 더보이즈의 기존 세계관과 어우러진다. 뮤직비디오 역시 그들의 이미지 컨셉을 어느 정도 계승하려고 노력하고 있기는 하다. 'Bloom Bloom'의 강렬한 계절감만을 강조하거나, 더보이즈 특유의 세계관을 살리거나 둘 중 하나의 전략을 선택해서 취했다면 좀 더 뚜렷한 컨셉의 작업물이 되지 않았을까.

스펙트럼 - Refreshing Time

데뷔곡 '불붙여'에서 보여줬던 강렬하고 반항적인 모습에서 감성적인 멜로디와 정서의 'What do I do'로 방향을 틀었던 스펙트럼은 이번 앨범에서는 청량하고 건강한 이미지로 또다시 방향을 틀었다. 기존의 두 곡을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한 방황하는 청춘의 컨셉으로 묶는다 치더라도, 상당히 큰 방향 전환이다. 뮤직비디오 역시 레트로적인 셔벗 컬러와 소품들, 코믹한 연출들로 채워져 있다. 트렌드를 의식한 변화라고 생각되지만, 정작 트렌드를 살짝 벗어난 센스의 키워드나 연출은 아쉽다. 2019년의 아이돌 팝에서 "마니또"는 미스 초이스 아닐까.

지구(GeeGu) - Moonlight

절제된 듯 강렬한 리듬과 감각적이면서도 날 것의 사운드를 언밸런스하게 쓴 곡 자체도 독특하지만, 몽환적이고 스케일이 큰 배경 안에서 청순과 에스닉을 오가는 컷과 안무를 보여주는 뮤직비디오 역시 이상할 정도로 눈길을 끈다. 정제되지 않은 듯하면서도 공을 들인 구성의 곡과 비디오가 아쉽지만 그 안에서 보이는 매력들이 나름대로 준수하다. 예산의 한계로 미처 완성을 못 한 것 같은 부족함이 이후의 활동들로 채워진다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신인 그룹들 중에서도 유니크한 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한 - D-HOURS AM 7:03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업물인 만큼 가장 정돈된 구성과 컨셉의 앨범이다. 전작들이 가지고 있던 트렌디하고 원색적이던 색감의 이미지 컨셉과 섹슈얼한 그루브, 감각적인 사운드 대신, 깔끔한 질감의 프로덕션으로의 변화가 눈에 띈다. 많은 디테일을 걷어낸 후 남아있는 동한의 자연스러운 보컬과 동작 역시 오히려 시원시원하다. 인트로 트랙인 'BEBE'에서는 전작들의 짙은 분위기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절제된 기타, 피아노 등의 기본적인 세션과 은근하게 정제된 뭄바톤 등의 트렌디한 사운드가 전체적으로 톤의 일관성을 유지한다. 3부작의 끝이지만 김동한의 다음 행보가 어느 방향성을 향해 나아가게 될지 예상할 수 있도록 하는, 준수한 완성도와 기획의 앨범.

골든차일드 - 그러다 봄

보이그룹의 음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아기자기한 멜로디와 부드러운 정서, 창법의 곡이다. 긴 공백기에 대한 팬송이기는 하지만 시즌송으로서의 정체성 역시 많이 갖추고 있다. 그동안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와 사운드의 곡들을 다수 발표해온 골든차일드의 디스코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극단에 위치할, 상징적인 곡이 될지도 모르겠다.

박봄 - re:BLUE ROSE

'봄'에 이은 '4시 44분' 역시 박봄의 자전적인 키워드와 메세지의 곡이다. 드라마틱하고 슬픈 정서의 솔로곡들을 발표해온 박봄 디스코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차분한 흐름을 하고 있기도 하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휘인 역시 호흡을 강조한 잔잔한 창법으로 곡을 은근하게 장식한다. 폭발하는 듯 한 박봄의 보컬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데뷔 초부터 시와 분이 동일한 숫자로 이어진 시간은 박봄에게 행운의 시간이라고 밝힌 바 있는 만큼, 앞으로 이어질 박봄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이전의 에너지나 긍정적인 에디튜드를 찾아볼 수 있을 날도 머지는 않았을지도.

전지윤(JENYER) - The moment I loved

빈티지한 사운드와 보컬 믹싱, 상당히 뚜렷한 장르성과 컨셉이 새롭다. 그 덕분에 솔로 앨범을 발표한 많은 아이돌 멤버들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장르적 정체성을 가진 앨범이 되었다. 보너스 트랙인 '처음처럼'을 제외하면 'BUS'나 '샤워'에서 보여줬던 색들의 연장선에 있는 곡들이고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ZigZag Note와 함께 작업한 자작곡들이다. 그렇지만 가성으로 고음을 내거나 무디한 멜로디를 소화하는 방식에서 이전의 곡들에서 들을 수 없었던 음색으로 앨범을 이끌어가는 것에서 큰 차이가 있다. 앨범의 뚜렷한 장르적 스펙트럼을 가지고 가며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한다면 안정적인 디스코그래피를 쌓아갈 수 있지 않을까. 보컬 믹싱과 코러스가 곡의 전체적인 마스터링과 어우러지지 않는 것은 아쉬운 부분.


트위터 : Lirio_0315

리리오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