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처음 봤을 땐 조금 작고, 조금 더 살 냄새가 많이 났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이렇게 쏟아지는 비의 냄새에 지지 않을 정도로 매운 연기에 절어, 짙은 남자의 향을 풍기는 그 사람. 골목에 서서 나를 계속, 쏟아지는 비 때문에 골목을 걷다 젖어버린 신발처럼, 조금은 불편하도록 칙칙한 시선으로 계속 바라보았던 걸, 예전처럼 그냥 지나쳤어야 했다.

이리와, 죠니.

홀린 듯 아니, 조금은 바래왔던 작은 희망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 견딜 수 없이 매혹적이었기 때문일까. 점점 흐릿해져 가는 그의 시야만큼이나 나 또한 지금 이 순간이 현실인지, 아니면 내 꿈인지 구분할 수 없기에 부르는 대로, 그의 곁에 섰다. 톡, 톡. 땅으로 떨어지는 빗물이 튀어 그의 구두 위에 흔적을 남겼다. 매캐한 냄새가 잦아들며 필터 끝에 다다른 담배를 그의 입에서 뺐다. 주머니에 들어있던, 오늘 해야했던 작업을 위해 주머니에 넣어 놨던 멘솔 담배를 그의 입에 물려주었다. 불. 아냐, 내가 할게. 라이터를 꺼내는 내 손보다 빠르게 그는 제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한 번의 들숨에 한 번, 그리고 내뱉는 조금 시원한 향에 한번 더 눈을 찌푸렸다.

오늘도 나갔다 왔구나.

방향없이 그가 내민 손을 조심히 잡아 볼을 가져다 대었다. 따듯하고 매운 담배냄새가 나고 빗물에 조금 촉촉해진 손바닥이 볼, 입술 그리고 눈가에 닿았다. 엄지 손가락이 눈가를 살살 쓸었다. 빗물을 많이 맞았나보네. 죠니. 이미 그를 볼 때부터 흐르고 있던 것을 사실대로는 차마 말 할 수 없어 숨을 죽였다. 다시금 차오르려는 것을 그는 느꼈다.

그럴 때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면 되는거야. 비 그만 맞고 이리와.

그의 손은 천천히 그의 어깨와 목 근처로 이끌었다. 숨, 쉬어봐. 그가 원하는 대로, 입술을 그의 목에 붙이고 팔랑이던 두 팔은 그의 허리에 두었다. 색색,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박자에 따라서 그는 연기를 들이켰다. 이제, 이제 조금 살아있는 것 같네. 살짝 포근하고, 조금 덜 매캐한 냄새가 나는 입술이 이마에, 콧잔등에, 코 끝에 닿았다. 입술 가장 가까이에 머물던 숨결이 하나가 될 즈음에는 그의 반대편 손에 들려있던 담배는 비에 젖어 녹아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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