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보쿠토 선배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 이 사실을 부원들 중에서 제일 먼저 알게 된 것은 보쿠토 선배와 내가 함께 등교하기 때문이었다. 아침부터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길래 전화를 걸었더니 오늘은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라는 이상한 이야기를 꺼냈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을 멋대로 정하다니 대학생도 아니고.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우선 등굣길이 급했기 때문에 등교 거부를 하는 선배를 두고 먼저 학교에 오고 말았다. 내가 보쿠토 선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 이 사건이라고 하면 그닥 놀라울 것도 없으려나. 언제나 배구에만큼은 성실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학교를 빠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기나 했던가. 그게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저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나는 책상 앞에 앉아서 보쿠토 선배에게 배구보다 중요한 뭔가가 무엇일지 고민에 빠졌다. 몸이 아픈가, 아니면 드디어 배구에 질려버린 것인가. 아니면 집안에 급한 사정이라도 있는 것인가. 나는 궁금했지만 보쿠토 선배에게 다시 전화 걸을 생각은 없었다. 고집이 어지간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날은 하루종일 보쿠토 선배에 대해 생각을 했고 선배의 반 반장이 나를 찾아와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허구헌날 함께 다녔기 때문에 누구든지 보쿠토 선배에 대한 것은 나에게 묻는다. 나는 조금 황당스러웠다. 아무리 그래도 같은 반 친구도 아닌 동아리 후배인데 나한테까지 와서 캐묻는 것을 보아하니 보쿠토 선배가 입을 꽉 다문 것이 틀림없는 듯 했다. 오후가 지나고 동아리 시간이 되자 나는 오늘은 동아리를 빠지기로 했다. 보쿠토 선배에게 갈 생각이었다. 코치는 순순히 허락해주었다. 코치에게까지 아무 언질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보쿠토 선배가 사는 아파트 앞까지 걸었다.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졌다. 등 뒤에서 바람이 나를 밀어내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선배의 아파트를 올라가 선배가 사는 층에 오르자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는 보쿠토 선배가 보였다. 일순간 당황한 나는 자리를 피해야 할 지 아니면 모른척 다가갈지 고민했다. 내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보쿠토 선배는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한 손으로 담배를 쥐고는 "어이" 하고 말했다. 나는 층계참 뒤에 숨어 있다가 그 소리를 듣고 나왔다. 선배는 담배를 끄를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담배 때문인지 어쩐지 평소보다 나른해보이는 표정에 늘어진 자세였다. 

 "선배 담배 피우시는 거 처음 알았네요."

  나는 보쿠토 선배의 곁에 다가가며 말했다. 내 목소리가 조금은 떨렸던 것 같은 것은 어느새 바짝 다가온 찬 바람을 머금은 추위 때문인지 왠지 모를 어색함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선배는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손으로 턱을 괴었다.

"가끔씩 피워. 부모님도 알고 있고. 딱히 뭐라하는 사람이 없어서 머리가 복잡할 때면 피우는게 습관이야."

  보쿠토 선배는 나긋하고 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나를 빤히 쳐다보는 옆얼굴을 바라보다 시선을 피했다. 왁스를 바르지 않아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는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 손에는 여전히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주변을 뿌였게 만들었다. 나는 담배 냄새에 콜록콜록 기침을 했다. 선배는 그런 나를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검지로 재를 탁탁 털어내고는 언제 가져다 놓았는지 모를 작은 잿덜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아카아시는 한 번도 안 해봤지? 담배 냄새 싫어해?"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지만 굳이 따지자면 옷에 냄새 배는 건 좀 싫어서요."

"미안."

"별 말씀을요."

  우리는 한 방향을 함께 바라보았다. 노을이 어둑하게 지고 있고 초등학생 쯤 보이는 아이들이 저마다 왁자하게 서로 인사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길가에는 사람이 별로 지나다니지 않아 한적했다. 나는 저마다 목적지를 향해 떠도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다소 심란한 감상에 빠져들었다. 진로며 그런 누구나 걱정하는 그런 것들. 나는 문득 여기에 온 이유를 생각해내고는 선배를 바라보았다. 다 식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여전히 고개를 손으로 받치며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이었다.

"오늘 왜 학교에 안 오셨나요?"

"아카아시, 나 조금만 있으면 졸업이잖아."

"그렇죠."

   나는 뜬금없는 말에 당황하며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나는 지금도 다음에도 여전히 너희랑 배구를 하고 싶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

"네."

"어떤 식으로? 배구를 함께 하고 싶다고?"

"그러면요?"

  내 말에 우리는 잠시 침묵했다. 보쿠토 선배는 약간 실망한 듯한 눈치였다. 나는 뭐를 놓쳤는지 몰랐다. 여전히 성가시고 어려운 사람, 파악이 안 되는 사람. 나는 속으로 그렇게 읊조렸다.

"아무것도 아니야."

  보쿠토 선배는 담배 필터를 질겅질겅 씹으며 다시 고개를 휙 돌렸다. 그의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나는 그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난 아카아시랑 좀 더 같이 있고 싶은데 아카아시는 아닌 것 같네."

  그 말에 호수에 잔물결이 일듯이 마음이 흔들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뜬금없는 말을 던지고 혼자 실망하고 이상하게 내 마음을 쥐고 흔든다. 그 바람에 맞춰 흔들리는 나도 이상하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등교거부나 하시더니 이상해지셨어요."

"아카아시, 가끔은 학교를 나가지 않아도 괜찮아."

"괜찮지 않아요.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아카아시가 나랑 같이 있고 싶지 않대."

"헛소리 그만하시구요."

"진짠데."

"아니라니까요."

  우리는 의미없는 말들을 서로에게 던졌다. 그것들은 모두 튕겨나와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선배는 저랑 같이 있고 싶으신가요. 그래서 등교거부 중이세요?"

  나는 보쿠토선배의 이상한 말장난에 동참했다. 나 스스로도 어이가 없는 대사라고 생각했다. 우리랑은 어울리지 않는 대사.

"응. 나는 너랑 함께 있고 싶어."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맑은 갈색 눈을 똑바로 뜨고는 나를 지긋이 응시했다. 어쩐지 가슴 안쪽으로 뜨거운 열기가 퍼져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선배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더니 어느새 담배를 뱉어낸 입을 내 입술에 맞추었다. 나는 얼어붙었고 선배는 그런 나의 어깨를 밀치며 말했다.

"잘 가, 그리고 잘 있어."

  선배는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림과 글. OC를 위주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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