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나의 상태가 명백히 이상했다.

그것을 느낀것은 한 시간 전 쯤, 연습을 하기 위해서 집 밖으로 나왔을 때 였다.

쿠키를 굽느랴 조금 더 늦은 시간에 나왔었다. 이대로 가면 연습에 지각할 것은 뻔했다. 늦지 않으려면 조금 아슬아슬하게 달려가야겠네~유키나, 늦으면 친구한테도 가차없이 잔소리를 하니까! 그런 생각으로 문을 열었을 때 였다.

평소라면 연습할 시간도 아깝다면서 먼저 연습실에 가서 연습하고 있을 유키나가 평소보다 더 신경을 쓴 듯한 옷차림으로 문 앞에 서있었다.


"유키나?!"


당황해서 저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이 먼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녀의 몸에 무슨 이상이 생겼나 하는 것 이었기에 곧장 그녀를 껴안으며 내가 외쳤다.


"연습은 어쩌고 여기 있는거야? 설마 어디 아파? 아니면 무슨 일 이라도 있는거야?"


"리사, 숨막혀."


껴안은채로 좌르륵 그녀에 대한 걱정을 쏟아내자 품 안에서 유키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 곧장 사과하면서 곧장 팔을 풀고 품에서 그녀를 놓아주려고 할 때 였다.

내 품 안에서 양 손으로 옷을 꾹 붙잡은 유키나가 살짝 뺨을 붉힌 채 날 올려다보았다.


"그렇다고 풀어달라는건 아니었는데..."


"유키나?!"


아까랑은 조금 다른 의미를 담은 채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매일 하교길에 소꿉친구끼리 손이라도 같이 잡고 가지 않겠냐고 은근슬쩍 권유해도 부끄럽다고 손조차 잡지 않던 유키나가!

그런 유키나가 더 안아달라고 어리광을 부리다니!

무슨 일이라도 있는걸까? 내가 당황하는 틈에도 내 품에 안긴 유키나가 미소를 띈 채로 내 품에 얼굴을 비비적거리고 있다가 뭔가 생각난듯 내 쪽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참, 왜 있냐고 했지...같이 연습에 가자 리사. 그럴려고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유키나아?!"


세번째로 놀라서 부르자 이제 슬슬 적응이 된 듯 했다. 이제 슬슬 가자면서 포옹을 풀더니 내 손을 꼭 붙잡은 채로 연습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따라잡을 수 없었기에, 그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유키나가 이끄는 대로 뒤를 따라갔다.


*


이상한 일은 물론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방금 전 일이 신경쓰이는 바람에 연습 내내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평소라면 틀리지 않았을 가벼운 부분부터 시작해서 평소에도 틀렸을 법한 복잡한 파트까지 고루 한 번 씩 실수를 냈다.


"잠시 쉬자."


한 세 곡 정도를 그렇게 끝내자 유키나의 목소리가 연습실 안에 울려퍼지자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악기를 내려놓고는 중앙으로 모여들고는 다음 유키나의 말을 기다렸다. 다음에 나올 말을 알고있었기에 모두가 바짝 긴장한 표정이었다.


"...아코, 드럼의 페이스가 너무 빨라."


그리고 예상대로 유키나가 한 명씩 쳐다보면서 방금 전 연주에 있었던 문제점을 이야기해주었다. 아코, 린코, 사요...세 명을 다 돌고 내 차례가 되자 긴장으로 몸을 바짝 움츠렸다. 평소라면 몰라도 방금 전에는 실수를 너무 많이 했으니까 평소보다도 더 많이 잔소리 듣겠네...그런 생각으로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던 그 때였다.


"우후후, 리사."


방금 전 까지 냉철한 표정이 거짓말이었다는듯 순식간에 표정이 풀린 유키나가 예쁜 미소를 지으며 양 손으로 내 뺨을 매만졌다.


"오늘도 리사의 베이스 연주는 완벽했어...내가 안심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건 리사의 베이스 덕분이야."


그리고 정말 예상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순간적으로 내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나 방금 엄청 실수했는데? 여기서는 혼나야 할 타이밍 아니야?

내가 놀라던 말던 나머지 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아코는 평소 이상으로 존경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고, 사요는 역시 이마이 씨, 하면서 엷게 미소를 띄고 있었으며 린코에 이르러서는 아예 박수를 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하는건 자신 뿐 인듯 했다.

따라올 수 없는 상황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저 멍하니 네 사람을 쳐다보기만 하자니 자리에서 일어난 유키나가 내 뺨에 입을 한 번 맞춰주고는 그대로 기지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습 재개하자, 유키나의 말에 다시 모두가 악기를 집어들었다.

그 이후로도 이상한 일은 계속되었다.

한참 연습 도중 쿠키를 구워온 것을 모두에게 나눠주기 위해서 잠깐 쉬자는 말을 하자 유키나가 마이크를 내팽겨치고 곧장 자신에게 다가오더니 


"리사, 그렇게 힘들었어? 힘들면 얘기하지...우리 리사는 배려심이 많아서 탈이라니까."


그렇게 다정하게 이야기해주지를 않나, 연습 도중 더워서 살짝 손부채를 하는 기색이라도 보이면 곧장 달려와서는


"리사, 더워? 물마실래? 아니면 입으로 옮겨줄까?"


그렇게 말하는 둥...

명백하게 평소 유키나와는 확실하게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것은 자신뿐인듯 했다. 다른 세 사람은 흐뭇한 표정으로 이 쪽을 쳐다보는것이 꼭 귀신에라도 흘린 기분이었다. 

유키나가 갑작스럽게 나한테 친절하게 대해준다는게 꼭 나쁜 기분만은 아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찝찝한 기분이 인쓴건 사실이었다. 결국 연습이 끝나갈때즈음, 마침내 그 위화감을 견디다 못한 내가  유키나한테 물어봤다.


"잠깐만 유키나! 친절하게 대해주는건 기쁘지만 너무 갑작스러운걸! 오늘 무슨 일 있어?"


내 말에 모두가 어딘지 모르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라? 진짜로 무슨 일 있는거야?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어보자 결국 참지 못한듯 아코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진짜로 모르는거야 리사 언니? 오늘 리사 언니 생일이잖아! 그래서 유키나 씨가 오늘만큼은 리사 언니한테 상냥하게 대해주라고, 끝나고 서프라이즈 파티를 할 거라고 어제 문자로..."


"잠깐만 아코짱...!"


린코가 다급하게 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내 귀에는 들린 다음이었다. 아하, 그런거구나! 그래서 오늘따라 모두가 그렇게 친절했던거구나아~


"...리사."


"아하하, 기쁜걸 유키나! 나도 까먹고 있던 내 생일을 기억해주다니!"


"그야 리사의 생일인걸...내가 잊을리가 업잖아..."


그 말을 들으니 어쩐지 모르게 감격해서 살짝 눈물마저 흘러나오는 기분이었다. 유키나아! 크게 이름을 부르면서 그녀를 꼭 껴안아주자 상냥하게 웃으면서 내 등에 팔을 둘러주었다.

세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 조차 잊은 채 한참이나 포옹을 하고 있자니 사요의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서프라이즈 파티 준비가 끝난 듯 커다란 케이크가 놓여있었다.


"얘들아...!"


내가 감격하면서 다가가려는 때에 유키나가 잠깐만이라면서 품에서 날 놓아주지 않은 채로 귀를 가까이 대보라고 손짓해주자 내가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외친 다음 고개를 숙였다.


"리사...오늘 저녁에 자러가도 괜찮을까?"


"응? 물론이지! 부모님도 좋아하실거야!"


곧장 원래대로의 유키나로 돌아온듯 했다. 자러오는거에도 이렇게나 부끄러워할 줄이야! 아하하, 이래야 유키나 답지~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넘기려고 생각했을 때 였다.


"...그리고 오늘 밤에 상냥하게 해줄 수 있을까?"


한 가지 착각을 한 게 있었다.

유키나는 자러오는 것으로 부끄러워한 것이 아니었다.

오늘 밤,에 일선을 넘어버리자는 그 한 마디를 꺼내는 것이 굉장히 부끄러웠던 것 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는데 살짝 시간이 걸리고, 느긋하게 시간이 걸려서 이해를 한 내가 부끄러워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그것을 본 유키나가 귀엽다면서 내 입술에 입을 살며시 맞춘 다음에야 제정신이 돌아온 내가 알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면서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오늘의 유키나는 평소보다도 대단히 상냥했다.

그렇지만 내 심장에 만큼은 상냥하지 않은 그런 하루였다고 생각하며 터질 것 같은 심장과 얼굴을 부여잡은채로 가까스래 일어나 생일 케이크를 향해 털래털래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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