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라이더 위자드

드래곤 + 소우마 하루토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은 익숙한 천장이었다. 그 익숙함이 드래곤 본인의 것이 아닌, 잠든 사이에 완전히 정착한 ‘소우마 하루토’의 익숙함이라는 사실에 드래곤은 작은 한숨을 떨어트렸다. 언제 어떻게 잠들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이곳이 면영당이라 불리 우는 소우마 하루토의 거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을 잃은 이후의 소우마 하루토는 이 가게에 신세를 지고 있었다. 

눈을 뜨는 순간 들려오는 온갖 정보에 드래곤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인간보다 월등한 시력이 시야에 든 모든 것의 정보를 읽어내고, 청력이 순식간에 모든 소리를 흡수하고, 민감한 촉각이 세세한 진동의 출처까지 쫓는다. 어림잡아 수 킬로미터 이상의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선명하게 접해졌다. 

드래곤은 개방된 감각을 익숙지 않게 틀어막았다.

소우마 하루토의 내부에서는 그가 접한 것들밖에 접하지 않으니 이런 경우가 없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야 할 모든 것이었다.

몸을 일으켜 침대 끝에 걸터앉으며 어색하게 ‘소우마 하루토’의 기억 속의 감각에 자신의 감각을 맞춘다. 굳이 그 감각에 고정할 필요는 없지만, 드래곤은 ‘기억’ 속의 소우마 하루토가 맛본 모든 감각을 실제로 체험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루토!”

너무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던 것인지, 가까이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 이건 감각 조절에 실패한 것일지도.

고개를 들어 시선이 마주치면 반가움, 기쁨에서 경악으로 물드는 여성의 표정. 다이몬 린코. 소우마 하루토가 구했던 게이트. 경찰.

“드, 래곤…?”


약간 멍한 표정으로 침대 끝에 걸터앉은 하루토를 바라보는 순간 들었던 반가움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눈동자가 심홍색으로 물들어 있다는 것에 놀라움이 전신을 달렸다. 다이몬 린코는 이 눈동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즉, 저 청년이 소우마 하루토가 아닌 그의 내부에 잠자고 있었을 팬텀, 드래곤이라는 것이었다.

시선을 마주친 드래곤의 표정은 매우 무미건조했다. 약간 나른한 듯,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초연한 분위기를 흘리는 그는 눈동자를 제외하면 소우마 하루토와 다를 바가 없을 터인데도, 다름을 자각한 순간 완벽한 타인으로 보였다.

“하루토 군을, 어떻게 한 거야?”

질문을 던지는 목소리는 다이몬 린코 스스로 자각하기에도 매우 차갑고 날이 서 있었다.

드래곤은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그 눈동자가 무심히 린코를 스치고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을 뿐이다.

“….”

아무런 반응이 없는 드래곤에 린코가 입술을 깨물었다. 혼자서 대처하기에는 아무래도 너무나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단은 도움이 필요했다.






“내가, 소우마 하루토에게 무슨 짓을 했다고 생각하나?”

느릿하게 떨어진 목소리는 반면에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는 무미건조함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변함없는 소우마 하루토의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응시해오는 붉은 눈동자만이 점차 분노를 담고 타오르기 시작했다.

드래곤이 가게로 내려온 순간 린코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고 모인 이들의 시선은 일제히 드래곤에게 꽂혔고, 이윽고 소우마 하루토는 어떻게 된 것이냐는 분노와 격정, 슬픔의 감정을 그대로 부딪쳐 왔다. 


너 때문에.

당신이.

절망시켰어.

죽인 거야.

우리의 마지막 희망을.


드래곤은 그렇게 자신을 몰아붙이는 이들이 매우 이상하다는 것과, 그것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이 이상한 감정이 분노라는 것을 어색하게 깨달았다. 

분노라는 이름을 깨닫는 순간 그것은 억누를 수 없는 불꽃이 되어 타올랐다. 드래곤은 분노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를 절망하게 만든 주제에, 자신에게 모든 것을 돌리는 소우마 하루토의 ‘지인’이었던 이들에게 분노했다.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그렇게 소리쳤다. 왜 너는 나를 두고 절망해버린 것이냐고 원망했다. 그런 자신의 마음도 알지 못하고, 저들은 자신이 소우마 하루토를 절망시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보다도 남을 위해 분노하던 소우마 하루토의 감각은 사실 드래곤에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래곤은 자신을 탓하는 그들에게도 분노했지만, 소우마 하루토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지 않은 그들에게도 분노했다. 그는 끝끝내 이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내지 못하고 홀로 죽어갔다.

너희가 조금만 그의 마음을 다스려줬다면. 드래곤이 아무리 그를 절망시키고 싶지 않더라도, 그는 소우마 하루토를 구제할 수 없다. 당연하다. 소우마 하루토가 아무리 그를 희망이라고 말해도, 그가 절망에서 태어나는 팬텀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 드래곤조차도 소우마 하루토라는 희망을 없애고 싶지 않아 발버둥 쳤다. 그렇지만 그들은? 소우마 하루토가 구해준 목숨을 잇고, 그에게 감사한다고 말하고, 그의 생활에 간섭하는 주제에 정작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를 혼자 두고, 절망하는 그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 아닌가?

드래곤의 분노는 눈동자에서 흘러넘쳐 이윽고 전신을 뒤덮었다. 그의 뒤로 붉은 오라가 위험하게 일렁거렸다. 그것은 ‘위험’ 그 자체였다. 본능이 말하는 대로, 모두 몸을 추스르며 뒤로 물러섰다.

그 오라가, 붉은 마법 진을 그리는 순간 경악했다.

설마, 마법사가 낳은 팬텀은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인가? 알 수 없다. 이전에 실례가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 드래곤은 분명히 소우마 하루토와 같은 마법을 구사하고 있었다. 

애초에 마법사가 사용하는 마법이라는 것은 팬텀을 억누름으로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실 마법이라는 것은 팬텀과 인간의 공존이 조건인 것일지도 몰랐다. 그가 마법을 구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멈춰, 드래곤!”

긴장과 겁으로 물든 표정. 그럼에도 이이지마 유즈루와 이나모리 마유는 지켜야 한다는 의지를 담아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드래곤은 상당히 강한 팬텀이었다. 그가 진심으로 날뛰면 혼자서는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그렇지만 둘이라면. 

그런 둘의 마음을 읽어내기라도 한 듯 드래곤이 표정을 바꿨다. 일그러진 표정은 이윽고 오만하게 내리까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소우마 하루토의 내면에서 그 자신을 흥미롭게 내려보던 표정과는 달랐다. 미생물을 바라보듯 경멸을 담아 내리까는 시선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대체 무엇에 분노하는 것인가. 그들은 이해할 수 없다. 멋대로 소중한 마지막 희망을 빼앗아 간 주제에, 저 팬텀은 무엇에 분노하고 있는 것인가.

“하루토 씨를 절망하게 만든 주제에!”

사실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끌어 오르는 분노를, 슬픔을 모두 부딪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이. 항상 상처 입고 오해받아, 결국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임을 알고도 나아가던 소중한 마지막 희망의 모습이라. 멋대로 복수하지도 못하는 사실이 끔찍하게 괴로웠다.

팬텀이 몸을 뚫고 나오려고 할 때의 그 절망감과 고통을 게이트였던 이들은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한 감각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다만 괴로워서, 모든 것이 원망스러워서. 사라져버리면 좋겠다고. 그렇게 느꼈다. 

그 상냥한 마법사가, 마지막 희망이. 그러한 절망과 고통 속에서 홀로 죽어갔다는 사실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죄스럽고 원망스러웠다.

“소우마 하루토를 절망하게 한 것은 너희다.”

드래곤이 분노로 물든 목소리로 차갑게 고했다. 너희가 그를 절망하게 했다. 내가 아니다.

“무슨 헛소리를……!!”

“너희가 소우마 하루토에게 너무 기대했기 때문이다. 소우마 하루토는 강하지 않다.”

드래곤은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소우마 하루토에게 기대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와이즈맨이 사라지고, 그가 이끌던 팬텀이 게이트를 습격해 절망에 빠트리는 사건은 사라졌다고 하지만. 게이트는 여전히 존재하고 그들이 스스로 절망에 빠지면 팬텀은 태어난다. 아직 초보 마법사인 그들과 달리 소우마 하루토는 마지막 희망인 최강의 마법사.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당연했고, 그 또한 그것을 원했을 터였다. 

그런 그에게 기대하는 것이 뭐가 나쁘다는 거지? 어째서 하루토 씨가 강하지 않다는 거야?

우상과 같은 그의 상냥함과 강함을 부정하는 말에 반발이 뭉클 샘솟았다.

“하루토 씨는 강해! 네가, 하루토 씨에게 뭔가를!”

“어리석은 인간들.”

외침에 차갑게 돌아온 목소리는 대화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오른손을 공중에 들어 가볍게 휘두르면 급작스럽게 전개되는 무수한 붉은 마법 진. 이글이글 불덩어리가 당장에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그만들 해.”

마법을 준비하는 드래곤과, 그를 막으려는 유즈루와 마유를 막은 것은 와지마 시게루, 면영당의 주인이었다. 그를 뒤따라 나라 슌페이도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대화를 해요!”

슬픈 것은 매한가지일 두 사람의 시선은 슬프지만 드래곤을 향해 분노를 돌리지는 않았다. 커다란 슬픔. 그러나 그 슬픔을 이기고자 외면하고 남에게 분노를 돌리지 않는 강함.

그것은 소우마 하루토, 그의 강함과 같은 강함이었다.

가볍게 드래곤이 오른손을 털어냈다. 그의 등 뒤에 그려진 무수한 마법 진이 공중에 스며들며 사라져갔다. 싸울 의사를 상실한 듯 팔짱을 끼고 와지마를 바라보는 드래곤의 태도에 마유와 유즈루도 조심스레 손을 내렸다.

“하루토는, 어떻게 갔지?”

와지마의 눈동자는 상냥하고도 슬픔으로 가득 차서. 조용히 드래곤을 향한 눈은 뭐든 다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 이 남자는 소우마 하루토를 받아들여 준 남자다. 가장 힘들었을 때의 그를 그저 받아들인. 소우마 하루토가 가장 원하는 형태로 자리를 지켜준 남자였다.

“…”

드래곤은 입을 열지 않았다. 팬텀이 되어 죽어가는 인간에게 편안함은 사치다. 다만 소우마 하루토는 마지막에 고통과 절망 외에도 그들에게 미안함을 느꼈고, 동시에 해방감과 자유를 느꼈다.

무엇을 상상하는 것인지 안색이 어두워진 이들을 바라보며 드래곤은 자신이 앞으로 취할 행동이 무엇에 따른 행동인가를 고민했다. 

“너희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은 있었다. 자책하지 않았으면, 이라고 바라더군.”

모두 입을 다물었다. 목소리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드래곤의 말을 듣고, 놀라운 듯 눈동자를 흔든 이들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점차 추락했다.

상냥한 마법사는 마지막까지. 그 절망의 순간에도 자신들을 향한 상냥함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흐음."

아무래도 이들에게 자신을 향한 분노는 더는 보이지 않았다. 드래곤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더는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 인간의 감각은 아직 익숙지 않지만, 이 모습에 불편함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천천히 나른한 처음의 표정으로 돌아간 드래곤이 멈춰있는 이들을 지나쳐 문으로 향했다. 감상에 젖어 훌쩍이는 목소리와 눈물소리, 빠른 박동 모든 것이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다.

소우마 하루토는, 이들에게 많이 사랑받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뭔가 조금 편안해졌다.

“어디로, 갈 생각이지?”

말을 걸어 그를 막아선 것은 다시 와지마였다. 모두의 시선이 드래곤을 향했다.

“글쎄. 어디로든.”

“여기에 머무는 건 어때?”

“……하?”

그것은 드래곤에게도, 그리고 주위의 인간들에게도 예상외의 발언이었다. 같은 외견을 가졌던 소우마 하루토를 받아들인 남자가, 그를 죽인 같은 외모의 팬텀을 거두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무슨 생각이지?”

“하루토가 너를 원망하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만큼 코요미를 잃은 게 슬펐다는 거겠지.”

그 아이가 마지막에 안도했다면, 더는 힘든 인생을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면, 어쩌면 그것도 좋은 결말일지도 모르지.

22살의 젊은 나이였다. 아직 세상을 뜨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그렇지만 청년은 너무나 많은 슬픔을 겪었다. 그럼에도 싸워왔다. 직접 물어보지 않아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가 평안해 질 수 있다면. 더는 슬퍼하지 않는다면 이런 결말도, 괜찮은 것일지도 몰랐다.

진심을 담은 와지마의 말은 조용히 심장으로 흘러들어, 드래곤의 안에서 계속해서 맴돈다. 마치 비어버린 언더월드에 스며드는 것 같다. 

“와지마 씨, 하지만 팬텀인데……!”

“동시에 하루토가 남긴 '마지막 희망'이지.”

와지마의 거짓 없는 눈동자가 그렇지? 라고 모든 걸 아는 것처럼 드래곤을 향한다. 그 눈동자가 ‘희망’으로 있음을 의심치 않는다. 눈을 피할 수 없어서 묵묵히 마주한다. 마치 소우마 하루토가 내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해줬던 그때처럼 의심을 버린 눈동자였다. 언더월드로 흘러든 무언가가 크게 웅성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모두들 숨을 삼키고 드래곤과 와지마를 교차해 바라봤다. 드래곤은 가만히 멈춰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이윽고 작게 숨을 내뱉었다.

“나는 팬텀을 늘릴 생각은 없다.”

“팬텀이면서?”

“애초에 팬텀이 게이트를 습격해서 팬텀을 늘린 건 와이즈맨의 계략이다. 나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귀찮기만 한 일일 뿐이다.”

조금 성실한 대답에 그 말이 사실임을 알고 있던 이들도 새삼 깨달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여기에 나를 두고, 감시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소우마 하루토와 같은 외견이니, 죽이기도 쉽지 않겠지.

인간의 감상적인 측면을 고려해 내뱉는 무뚝뚝한 말은 이전과 달리 약간의 불편함을 담고 있었다. 

일부러 말을 돌리는 것이라는 것을 드래곤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었다.

“감시가, 아니에요!”

용기 있게 외친 것은 슌페이다.

“하루토 씨가 남긴 희망이잖아요? 그럼 드래곤씨가 마지막 희망이 맞잖아요!”

“맞아, 그러면 돼요!”

유즈루가 동조 하며 밝은 표정으로 하루토 씨의 희망이니까, 마지막 희망 맞잖아요! 마법도 사용할 수 있고! 라고 외쳤다. 

마유가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린코를 바라보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우마 하루토와 같은 외견을 가지고, 적의도 표하지 않는 드래곤을 죽이라는 것은 가혹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가 사실 그렇게 위험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린코가 입술을 가볍게 깨물고 그래. 라고 내뱉었다.

하루토가 아닌 드래곤을 가장 먼저 목격한 것은 그녀였다. 그녀는 가장 먼저 충격과 슬픔에 자신을 억누르며 다른 이들에게 침착히 소식을 전하고, 대책을 강구했다. 그것은 책임감일 뿐이지 그녀가 남들보다 소우마 하루토의 죽음에 무감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하루토의 희망. 그 말이 다이몬 린코의 내부에 울려퍼졌다. 그 상냥한 청년의 희망. 그렇다면 믿어봐도 좋지 않을까.


드래곤은 당혹스러웠다.

희망에 찬 눈동자는 지켜봐 왔다. 소우마 하루토를 향하던 눈빛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들의 눈은 자신이 팬텀인 드래곤임을 알고도 마치 소우마 하루토를 바라보던 것처럼 희망을 품고 있었다. 드래곤은 숨을 참았다.

소우마 하루토. 네가 없어야만 세상에 태어날 수 있다는 그 의미가 나에게는 너무 잔혹했다. 나는 절망했다. 내가 태어났다는 것. 네가 절망해버렸다는 것. 내가 팬텀이라는 것.

나는 그저 네 안에서 너만의 희망이면 족했다.

그런 네가 죽었다. 원인이야 어찌됐든 팬텀인 내 탓이다. 

결국 내가, 절망이. 마지막 희망인 너를 없앤 것이다.

그러나 내가 너의 희망이었던 것을 잊지 않는 자들이 있다. 그들이 나를 마지막 희망이라고 불러준다. 너의 희망인 나를 기억한다.

“……할 수 없군.”

살아가 보는 것도 좋겠지. 네가 그래왔던 것처럼, 모두의 희망으로.

“앞으로 잘 부탁한다, 드래곤.”





끝에가서 힘을 상실하고 마음도 상실해 급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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