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미한 콜인퀴.

* 콜 개인퀘 약간의 스포.




청년은 혼란스러웠다. 현실 세계에 내려앉아 실존하는 사람으로 고정되는 변화를 처음으로 실감한 것은 ‘소음’이었다. 

그는 본디 주위의 소리를 듣는다. 나무가 이파리를 흔들며 울리는 운율,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이 지저귀며 옮기는 풍문, 원래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나무꾼의 한 번도 털어놓지 않았던 본심, 뺨을 매만지고 흘러가는 바람처럼 실은 아주 가까이에 언제나 그곳을 지켜왔던 듯 존재하는 영들이 이 세계를 바라보는 소리를. 모두 다른 소리를 내고 그 크기도 각자 다르다.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의 개수만큼 존재하는 소리들을 오롯이 듣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본질이 연민이며, 동시에 이 세계에 속하지 않은 영계의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영은 현세에 속한 ‘실재’가 아니기 때문에 그 소리가 매우 작고 또한 극단적으로 적다. 현세 사람들의 말로 ‘허상’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원래 거기에 없었던 것처럼 사라질 수 있고 또한 기억조차 애매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청년은 이제 허상 같은 게 아니다. 엄연히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실체인 것이다. 마음대로 다른 사람의 기억 안에서 사라질 수도 없고, 따라서 처음부터 원래 없었던 것처럼 존재를 지울 수도 없다. 즉 그것은 그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한 사람 몫의 소리를 가진다는 뜻이었다. 심장이 뛰는 소리, 혈액이 순환하는 소리, 발이 모래알을 스치는 소리,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 그리고 스스로가 생각하는 마음들, 바람들, 그 모든 것을. 그건 이미 ‘소음’이었다.

- 시끄러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 ‘소음’들은 자신이 내는 소리인 것이다. 그걸 없애고 싶다는 것은 스스로를 없애고 싶다는 것과 같다. 청년이 이 세계에 실재하기로 한 이상, 자신이 내는 소리를 없애는 방법은 없다. 

소리 자체는 그렇게 괴로운 것이 아니었다. 익숙지 않은 것이 낯설고 어색할 뿐, 차츰 적응해 나가면 될 일이다. 가장 힘든 점은 자신이 내는 소리가 너무 커서, 주변의 소리가 예전처럼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본디 연민 그 자체였으며 사람이 된 지금도 그 본질은 그다지 변하지 않은 청년은 그 사실이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지금도 아예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전처럼 물을 빨아들이는 솜 같이 타인의 마음을 읽어들이지는 못하게 되어 그들의 고뇌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 시끄러워. 시끄러워.

귀를 막고 몸을 웅크려 봤자, 차단되는 것은 주위 소리뿐이고 자신의 소음은 오히려 더 뚜렷하게 들린다. 두근. 두근. 규칙적으로 뛰는 맥박 소리가 일정한 운율을 만들고 있다. 조그맣지만 결코 멈추는 일 없이.

“콜, 괜찮아?”

청년의 손등 위로 상냥한 손길이 닿는다. 고개를 들자 잘 아는 얼굴이 있었다. 그를 걱정하는 표정. 그리고 결코 눈 돌리지 않고 똑바로 이쪽을 향하는 시선. 

그 순간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여전히 소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조심스럽고 배려가 가득한 표정과 손이 무색하게도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인퀴지터가 내는 소리는 다른 이들보다 더 컸으면 컸지, 결코 조용하지 않다. 소리와 소리가 더해지면 더 큰 소리가 될 뿐이다. 이제 자신과 그녀의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내 소리를 제외하면 들리는 것은 당신의 소리뿐이다.

‘어라.’

혼란스럽게 동요하던 마음이 다소 누그러졌다. 



“크게 동요하고 있군요. 어서 안정시켜야 합니다.”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겠지. 그대로 놔둬도 괜찮을 것 같은데.”
“뭘 모르시는군요. 영은 불안정할수록 위험해집니다. 작은 자극에도 어떻게 변이할지 알 수 없어요.”
“모르는 건 자네쪽 아닌가? 저 애는 이제 영이 아니잖아.”

솔라스는 불만스럽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배릭을 내려다보았다.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배릭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사람 사는 게 원래 그런 거라고. 낯선 데서 부닥치고, 구르고, 그러다 익숙해지고, 또 변하고. 그리고 앞으로를 생각하면 편하고 익숙한 곳으로 도망치기보다는 이제부터 살아갈 곳에 맞춰 익숙해져야 하겠지.”

솔라스는 배릭을 지긋이 바라보다 말했다.

“…일생을 한곳에 묶여 살아가는 일족이 하는 말이라기엔 듣기 묘하군요, 돌의 아이여.”
“그건 무슨 소리야? 나처럼 변화무쌍하고 파란만장한 인생이 또 어디 있다고? 그런 말은 오자마의 지하대로에서 고개 한 번 내밀 생각 못하는 녀석들한테나 해.”

배릭이 눈을 부릅뜨고 툴툴거렸다.

“실례. 뜻밖에 달관한 듯한 말투시기에 그만.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과연, 알겠습니다.”

솔라스는 정중하게 물러섰다. 그리고 콜과 인퀴지터를 멀찍이서 바라보는 배릭을 모두 등지고서 걸어갔다.

“……변화가 늘 원하던 모습이 되리란 보장은 없는 법입니다.”


그때 그때 좋아하는 것을 막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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