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 토니는 피터를 정말로 연인처럼 다뤘어. 피터는 벙벙했지만 막상 좋아하는 아이가 자신을 정말 사랑하는 것처럼 대해주니까, 아무렴 어때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어. 정말 연인처럼 손을 잡고, 데이트를 하고, 급식도 함께 먹었지. 솔직히 말하자면, 피터는 그 시기동안 정말 행복했었어. 자신은 몰랐던 토니의 다정한 면은 제 예상보다 더 달콤했거든. 그 잘생긴 눈매가 자신을 향해 휘어지는 게 좋았어.

그런데 어느날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된다. 토니의 스캔들이었어. 다른 학교의 여학생과 호텔에 들어간 걸 미드타운 학생 너붕붕이 봤다는 거야. 토니의 스캔들은 익숙했지만, 지금은 피터 자신과 사귀는 중이잖아. 아니겠지? 토니의 사귀자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불안감이 다시 느껴졌어.

물어볼까? 피터가 제 앞에 앉아있는 토니를 흘끔, 바라봤어. 두사람은 카페에 있었지. 토니는 그 소식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행동했어.

"할 말 있어?"
"어?"

토니가 피터 눈앞의 책상을 치며 물었어. 할 말 있으면 빨리 말해. 대답을 재촉하는 어투에 피터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지.

"저, 그 소문... 알아?"
"소문? 아, 내가 여자랑 잤다는 거?"
"아, 알고 있구나... 역시 그냥 루머지?"
"뜬소문 아니고 진짜야."

어? 피터가 황망한 표정으로 되물었고 토니는 그런 피터를 잠시 보다가 말을 이었어. 파커, 설마 내가 널 정말 좋아하기라도 하는 줄 알았어? 피터는 혼란스러웠어. 먼저 사귀자고 한 건 너잖아?

"네가 좋다고 한 적은 없어."
"그러면 대체, 왜 사귀자고 한거야? 왜..."

왜 다정하게 대해준거야? 회상해보니 토니가 제게 사랑한다, 좋아한다 말한 적은 없었지. 피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 토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차갑게 답했지. 네가 자꾸 짜증나게 하잖아. 원하는대로 한 번 해주는 게 더 빨리 떨어질 것 같아서.

사귈래? 라고 먼저 제안했지만 피터가 좋아진 건 절대 아니었어. 그냥, 좀 충동적이기도 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빅엿이나 먹이자 싶었던 토니놈이야. 사랑하는 척하는 건 능숙했으니까.

"생각해봐. 너같이 지루한 애를 내가 좋아할 이유가 없잖아. 똑똑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

피터는,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충격에 손을 떨고 있었어. 그 모양을 가만히 보던 토니는 한숨을 푹 내쉬고 이제 이해했지? 오늘로 이짓도 끝이라는 뜻이야. 토니는 피터의 손끝을 바라보다, 묘하게 가슴 한구석이 불편해져서 ...용건 끝났지? 나 간다. 라며 빨리 자리를 벗어나버렸어. 뒤를 돌아 살펴본 피터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얼어있었지. 토니가 떠나고 한참 지나서야 울음을 터트리는 피터 보고싶다.

그리고 피터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학교에 오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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