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위터에서 유행하던 영화 대사를 차용해 작성한 조각 글입니다.






“우리 한 40년 연애할까? 누구 하나가 질려 떨어져 나갈 때까지 연애하는 거야.”


그렇게 크지 않았던 제 목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돌아누운 너에게서는 아직 답이 없고, 달싹이는 입술 위에 내려앉는 공기는 차갑기만 해. 봐, 이거 봐, 이렇게 나는 절박해. 단지 너의 시선이 내게서 어긋났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이토록 메마르는 거야.


“그렇게 되면 언젠가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한 박자, 숨을 삼키고 다소 조급하게 다음 말을 이었다.


“우리가 걸어왔던 만큼만 연애해도 좋아.”


20년이나 40년이나 어차피 내게는 똑같았다. 네가, 곁에서 사라지는 그 순간이.


“그동안만이야.”


내 세상의 종말이야.


“저 바닥, 나락으로 떨어질 때까지 엉켜보자. 이러다가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만큼.”


내가 있는 밑바닥으로 너의 발목을 잡아끌었다. 구덩이처럼,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위를 올려다보는 것뿐인 덫으로. 그리고는 마치 도망갈 구석이 한두 개쯤 있는 것처럼 네가 작게 속삭여봤어. 혹시라도, 네가 겁을 집어먹고 도망쳐버릴까봐. 안절부절 못해서는 못내 상냥한 척.


“하지만 내가 먼저 네게서 도망갈 수는 없으니까.”


마른 어깨를 잡아 부드럽게 제 쪽으로 당겼다. 검은 머리칼이 흐트러지며, 그 사이로 들어난 말간 얼굴이 눈동자에 담긴다. 블라인드가 내려간 창밖으로, 아마 곱게 내렸을 밤. 그 밤을 닮은, 아, 그래. 조금 진부한 표현으로 유리알을 닮은 눈. 매끄럽게 떨어지는 네 시선이 허공에서 나와 얽힌다.


“벗어나고 싶거든, 도망가려거든. 나를 죽이고 가.”


유리알처럼, 그래 유리알처럼. 꼭 인형의 눈알처럼 죽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의 그림자에 얽매인다. 문득 호를 그리는 그것의 눈매와, 휘어져 올라가는 입술의 곡선처럼 유려하게.


“너는 한 번도 나를,”


누워 있던 이가 뻗은 손가락이 성큼, 얼굴께로 다가왔다. 저보다, 그리고 주변의 식은 공기보다 더 찬 살갗이 살갗 위에 올라탄다. 온전히 제가 데워야할 온도임에도 어쩐지 열기를 느끼는 것은 누구를 위한 착각일까. 너와 나, 둘 중 누구를 위한. 익숙하게 안겨드는 몸의 무게감을 기억한다. 어깨 위에 턱을 올려 자리 잡은 너처럼, 나 또한 네 어깨에 코를 묻었다. 들이킨 숨에 차오른 살내음에, 내쉰 숨엔 흩어지는 네가 섞인다.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 죽어서도 도망치지 못해. 너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어.”


못내 즐거운 듯이 웃음을 터뜨린 네가 미끄러지듯 손을 풀고 시트 위에 늘어진다. 얼룩 없이 희기만 한 시트가 끈적하게, 피부 위로 감겨들었다. 나비 행세를 하는 거미. 보란 듯이 거미집 위로 떨어진 거지. 


내가,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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