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거는 시점 변화입니다 ! 과거의 현재와 현재의 현재로 나뉩니다.






벚꽃이 필 때 쯤에 햇살처럼 눈이 부시던 너를 만났다.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너만 빼고 모두 흑백으로 보였다. 벚꽃과 비슷한 머리 색을 했던 너는 더욱 빛났다. 너와 함께한 순간이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들이다.

내게 너는 소중한 사람이고 중요한 사람이야. 날 변화시킨 사람도 내가 제일 행복하게 만들어준 사람도 내가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은 사람도 너였으니까.


****

-[어디야?] 6:46pm

-[야 어디냐고]7:09pm

-[대답해ㅐ] 7:27pm

-[빨리 톡 봐] 7: 59pm

또 시작이네 강승윤. 왜 꼭 바쁠 때만 연락을 하는건지... 분명 오늘 작업할 거 많다고 연락 못본다고 했는데 귓등으로 들었는건지 카톡을 엄청 보낸다.

이제는 전화까지 왔네,,

"왜"

"뭐하고 있어? 왜 톡 안 봐 내가 몇 개를 보냈는데"

"하..내가 오늘 작업할 거 많다고 말했잖아 폰 볼 시간 없어."

"아..그랬었지 미안.. 까먹었다.."

전화기 너머로 기어들어가는 너의 목소리는 미안함을 한가득 담고 있었다. 괜히 예민해져서 별 것도 아닌 걸로 화낸 것 같다. 예전같았으면 그냥 웃으며 넘어가고도 남았을텐데. 요즘 둘 다 바빠서 잘 만나지도 못했던 것 같은데. 머릿속은 온통 네 생각으로 가득한데 짜증만 내고. 참 바보같다.

"아냐 괜찮아. 승윤 근데,,"

"응? 왜?"

"..보고싶어 승윤아"

"나도."

"올래? 스튜디온데 지금"

"그래 알겠어ㅎㅎ빨리 갈게"

"빨리 와 보고싶다"

.

.

"어? 이거 내 사진이잖아 아직도 있네?"

"당연하지. 우리 승윤이 내껀데 가지고 있어야지"

"뭐래 진짜"

낯부끄러운 소리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지 너의 얼굴은 복숭아처럼 얼굴이 붉어졌다. 당황해서 눈을 데굴데굴 굴리는 그 얼굴은 언제나 처럼 귀여워 더 놀리고 싶어진다.

처음 만났을 때 저 얼굴에 반했다. 나도 모르게 승윤이를 불러 세워 모델을 해달라고 했었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놀라는 너가 귀여웠는데. 모델을 해 달라는 말에 두 눈이 땡그래져 날 바라보고 이내 싱긋 웃던 네 모습이 내 가슴을 간질거리게 만들었었다.

가끔씩 생각하는데 너는 참 한결 같애서 좋아. 내가 조금 변한 모습을 보여도 너는 한결같이 날 사랑해줘서 고마워 조금은 이기적인 생각을 했었다. 내가 변해도 너는 한결 같을거라 생각했다.

"승윤아, 고마워"

"뭐가?"

"그냥.. 다 고마워"

"나도 고마워 쏭"

.

.

눈이 부시게 환하게 웃는 니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까지 행복해졌다. 한결같이 날 사랑하는 모습은 더 좋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다.


***(현재)


그리고 우리는 굳게 믿었다. 권태기 같은 건 올 리 없다고. 내가 가끔 변한 모습을 보일 때면 너는 날 변하지 않게 붙들었고 나 또한 승윤이의 노력에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우리 둘이서 평생 함께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다.





여느 연인들 못지 않게 행복한 연애를 이어갔었다. 옆에 있어도 보고 싶은 연애는 1년이 넘도록 계속 되었었다. 그 연애가 지나고선 안 보면 그립고 보고싶은 그런 연애도 지나갔다.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우리는 올 리 없다고 굳게 믿은권태기가 찾아왔다. 그 불청객은 나에게 들러붙었다. 너는 여전히 날 사랑하고 다른 사람보다 내가 우선 순위에 있었다. 너는 한결같았지만 내가 변해버렸다. 그동안의 너의 노력이 무너진 순간이였다.

스킨쉽도 많이 하고 사랑한다거나 좋아한다는 말이 넘쳐났던 집에서의 데이트, 그냥 잠깐 만나 산책을 하던 데이트, 바빠도 꼭 시간을 내서 하던 너와의 데이트들. 달달하고 설렘 가득했던 애정 표현이나 스킨쉽.

이런 것들이, 너와 함께 하는 것들이 귀찮고 지루해졌다. 변해버린 나를 잡으려 너는 애썼다. 너가 애쓸수록 우리는 사소한 것들로 자주 다퉜다.

너도 지쳤는지 더이상 내게 자주 연락하지 않았다. 내게 더이상 신경쓰지 않는 듯 했었다. 너에게 한결같아 고맙다고 한 나는 어디로 사라져버렸던 걸까. 너의 그런 변화가 난 그 때 홀가분하고 좋았었다. 이 홀가분함 마저도 얼마 가지 못했고 난 뒤늦게 깨달았다. 너의 존재가 내겐 목숨만큼 소중하다는 걸. 그걸 잊어버리고 말았단 걸.



***(과거)



"쏭, 오늘 시간 돼?"

"..왜?"

"왜라니.. 오늘 무슨 날인지 몰라?"

"무슨 날인데."

"..정말 몰라?"

"어 모르겠어. 나 바빠 끊는다."

겨울방학을 하고 나서는 더욱 더 승윤을 볼 일이 없었다. 어쩌다 의무적으로 느껴지는 만남에서 휴대폰만 들여다 보는 게 다였다. 방학이라고 시간 개념 없이 돌아갔다. 새벽에 잠들어 낮에 깨서 알바 갔다 다시 집에 와서 새벽까지 깨어 있다가 잠 드는 패턴이 반복 되었다. 이 패턴의 원인은 새벽에 작업이 잘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방학 때는 서로가 바빠서 잘 안 만나기도 해서 관심을 끄고 살았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전화와서는 시간 있냐니. 참 타이밍 안 좋은 것 같다. 약속 있는 날 전화하고. 

"여보세요? 어 형 곧 나가"

오랜만에 보는 형이다. 우지호. 그동안 바빠서 잘 못만났는데. 그러고보니 지호 형이랑 강승윤이랑 셋이서 자주 놀고는 했었다. 그 때 엄청 재밌었는데. 지금은 왜 승윤이를만나게 되면 지루하기만 할까

"야 너 오늘 강승윤 안 만나?"

다 놀고 집에 갈 때 쯤에 들은 질문. 이 소리 왜 안하나 했다. 어제 만나자고 약속할 때 부터 이 질문 했는데 귀찮다 정말.

"뭐 꼭 만나야 되는 건 아니잖아."

ㅡ"니네 혹시 권태기야?"

ㅡ"야 권태기라도 넘어갈 게 따로 있지"

"뭘 넘어가?"

ㅡ"오늘 강승윤 생일이잖아. 나 너 보기 전에 승윤이 만나고 왔었는데"

"..아, 그래? 몰랐네.. 날짜가 그렇게 된 줄은"

ㅡ"하.. 승윤이 상처 잘 받는 거 알잖아 너도. 아무리 권태기라도 잊을 게 따로 있지 축하한다는 말은 해야 될 거 아냐."

지호 형한테 가는 내내 잔소리만 듣고 집에 돌아왔다. 생일..생일이라고. 그러고 보면 우리 둘이 사귀고 나서부터 각자의 생일에 떨어져 보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이 처음이다. 생일을 잊은 것도 함께 하지 않은 것도. 축하한다는 말은 해야겠지, 그래도.

"..여보세요?"

너의 첫 마디는 울음이 가득 낀 목소리였다. 호흡도 일정하게 들리지 않았다. 누가 들어도 '아, 얘 울었구나' 하는 목소리. 미안해졌다. 나 때문에 우는 거니까

"미안 너무 늦은 시간에 전화 했나?"

내가 너에게 뱉은 첫 마디는 연인 사이로 볼 수 없는 말이였다. 그만큼 너가 어색해진 거 겠지. 우리가 안 본 사이에 .

"아..니.. 괜찮..아" 

"오늘 생일이라며 축하해. 생일 잊고 있었어 미안해."

"그리고 요즘 바빠서 연락 잘 안 돼 너도 알지?"

"서운해 하지 말라고"

무미건조하게 내뱉은 생일 축하와 서운해 할 거 다 알면서도 그러지 말라는 내 말에 너는 또 상처 받았겠지. 너는 대답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내가 끊으려 하자 내게 할 말이 그거 뿐이냐고 물었고 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며칠 후 승윤이를 만났다. 3주 만에 만나는 거였지, 아마.

너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나서는 너에게 조금의 연락도 없었다. 전에는 그래도 뭐하는지 밥 먹었는지 정도문자는 왔었는데. 그마저도 없으니 허전했다.

누군가 그랬다. 권태기 온 상대에게 많은 연락으로 부담감을 주지 말라고. 조금은 서로가 없어봐야 느끼는 게 있을 거라고 했다. 그 말은 틀린 구석 하나 없었다.

방학동안 사촌 형 스튜디오에서 바쁘게 일하고 근처 카페에서 알바도 했다. 바쁠수록 힘들수록 생각났다. 강승윤. 

너도 내가 권태기일 때 이런 마음이였겠구나. 보고싶어도 마음대로 볼 수 없었겠구나. 연락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겠네.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나를 기다려준 너가 고마웠다. 그래서 너에게서 온 연락이 반가웠다. 이제 너가 안 힘들어도 될테니.

ㅡ"민호야"

"응 왜?"

ㅡ"혹시 오늘 시간 돼?

ㅡ"아니다. 시간 있으면 좋겠는데."

처음이였다. 권태기가 온 이후로 그렇게 단호하게 말했는게. 항상 질문만 했었는데 익숙치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시간 있어 많아."

ㅡ"그럼 오늘 데이트하자. 오랜만에. 집 앞 카페에 있을게 3시까지 나와."

그렇게 너의 전화가 끊겼다. 대답 할 타이밍도 못 잡을 정도로 빨리. 그래도 좋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거니까. 보고 싶었던 얼굴을 볼 날이 왔으니까.

원래대로 돌아온 날 보면 기뻐하겠지. 하지만 안좋은 소식도 하나 있었다. 


군입대.


듣고 나면 조금은 우울해질 니 얼굴이 생각 나 조금 슬퍼졌다.

추운 날씨에 단단히 껴입고 나온 나와 달리 넌 평소와 다름 차림이였다. 추운 건 끔찍히 싫어했으면서 걸친게 패딩이 아니라 겨우 코트. 목도리도 없으면 허전하다던 너는 목도리도 하고 있지 않았다. 못 본 사이에 살이 조금 빠진 것 같기도 했다. 오랜만에 보는 데 벌써 부터 걱정하게 만든다.

"오랜만이네 우리"

카페에 들어서서 나와 마주친 너가 건넨 첫 인사였다. 그런 인사말이 조금은 기분이 이상했다. 목소리에도 차가움이 가득했지만 다정함이 스며들어 있었다.

"응 그러게 오랜만이네. 안 추워?"

"괜찮아. 신경 쓰지마"

신경 쓰지말라니.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는 차림새인데. 실내에 있어도 손은 봉숭아 물을 들인 것 마냥 불그스름했다. 내가 옷을 벗어 걸쳐주려 했지만 넌 단호했다.

"나 안 추우니까 괜찮아. 그냥 우리 나가서 좀 걷자. 예전처럼."

단호하게 말하고는 나가 버렸다. 조금은 달라진 너의 모습은 나를 당황시켰다. 내가 권태기가 끝났는데 너가 권태기가 온 것 같아 머릿속은 복잡해져만 갔다. 뭘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우리는 한참동안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했다. 우리 사이에 길게 흐르고 있던 정적을 깬 건 너였다.

"민호야"

"쫌 춥긴 춥다. 손..좀 잡아 줄래?"

나를 부르던 따스한 목소리는 여전했다. 카페에서 차가움이 가득 했던 그 목소리와는 다르게. 그 다정함 때문일까 춥다는 너의 말에 더욱 더 망설임이 없었다. 손 잡아 달라는 말에 바로 너의 손을 잡은 나를 보며 조금은 놀란 것 같았다. 권태기를 겪기 전에는 이런 질문도 없이 너가 내 손을 잡았을 텐데. 그만큼 내가 우리 사이를 멀게 만들었구나.

추위에 더 빨개진 네 손을 잡고 걷고 있으니 예전 생각이 났다. 그 때도 이 시간 쯤이였던 것 같은데. 엄청 초반이여서 손 잡도 안 잡았을 때 내가 덜컥 네 손을 잡아 놀라던 너가 얼마나 귀여웠는지 넌 모르겟지 아마. 그 때는 행복하기만 했는데.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던 그 때는 어디가고 어쩌다 내가 너의 얼굴에 우울함을 심어버린 걸까.

빨리 전하고 싶다. 더 이상 너가 서운해 할 짓 할 일 안한다고, 미안하다고 그리고 이런 날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고마워, 쏭"

다소 일찍 끝나버린 데이트에 집을 데려다 준 내게 한 말이였다. 오늘 데이트 중 활짝 웃는 모습은  지금이 처음이였다. 그 웃음에 나도 덩달아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다 고맙다는 말에 문득 그 때가 떠올랐다. 한결 같은 너의 모습에 고맙다고 말했던 내 모습이. 그리고선 내게 불청객이 들러붙었지.

"..그리고 할 말 있어서 오늘 보자고 했어."

"나도.. 너한테 할 말 있는데 먼저 해도 돼?"

머뭇거리며 할 말 있다는 너의 눈과 목소리는 요동치듯 떨렸지만 그렇다고 그 말을 안 하지는 않을 것처럼 결심한 듯 보였다.

나는 너의 그런 모습에선 불길한 기운들이 마구 뿜어져 나왔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먼저 말 해도 되냐는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넌 그런 내 질문에 망설이다 조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너 만난 거 너무 좋았어, ..사실 그 전부터 보고싶었는데 먼저 말하는게 조금 머뭇거려졌어. 근데 너가 오늘.. 먼저 만나자고 말해줘서 기뻤어... 나같은 거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또 기다려줘서 고마워.. 많이 많이."

내 말에 넌 눈시울이 붉어지고 있었다. 다짐으로 가득 찼던 눈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입술을 물어가면서까지 참으려는 너를 아무 말없이 안아줬다. 승윤아 마음껏 울어. 그제서야 넌 내 품에서 고개를 파뭍고 펑펑 울었다. 눈물이 그쳤는지 내 품에서 한참을 울던 넌 나를 네게서 떼어놓더라.

"..그 말 너무.. 늦었어.."

늦었다고 하는 네 말에 그 다음 나올 말이 제발 내가 생각한 말이 아니길 바랬다. 안된다고 손으로 입을 가려서 막아버릴까 라는 되도 않는 생각까지 했다.

"너무 늦어버렸어.. 우리. 그만 하자.."

"..민호야. 그동안 나 아껴주고.. 사랑해줘서 고마워. 나 말고 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해."

"..갈게 너도 얼른 집에 가 오늘 많이 춥다."

애써 웃어보이지만 또다시 붉어지는 눈시울을 잊을 수 없다. 헤어짐을 말하기 힘들었을 걸 알면서도 너도 차마 말하고 싶지 않았던 걸 알면서도. 너를 붙잡지 못했어 너 말고 더 좋은 사람을 만나라는 너의 말에 누가 뒷통수를 망치로 가격한 것 처럼 아파왔다. 마지막까지도 내게 따뜻한 너였다. 나한테 너만큼 좋은 사람은 없는데, 너야말로 나 말고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너에게 가서 절대 안된다고, 그럴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하는 건 너한테 미안해지니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전하고자 하는 슬픈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군대 간다는 소식을,





아,, 헤어졌으니까 할 필요가 없겠구나.






ㅡ"일어났냐 새꺄"

"으음.."

차마 집에 있지 못하겠어서 집에서 나와 버렸다. 결국 택한 건 지호 형네 집이였다. 나 혼자 마시려 사들고 간 술들이 조금 뺏긴 거 말고는 내 집에 있는 것 보다 마음이 편했다. 집에 가면 알게 모르게 너와 있었던 추억들이 쏟아져 나와 나를 덮쳤다. 덮쳐진 기억들은 나를 쿡쿡 찔려댔다. 내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도 찔렀다.

ㅡ"도대체 얼마를 쳐마시고 잔거야 머리 안 아프냐?"

"..괜찮아"

ㅡ"에휴, 등신"

ㅡ"그래도.. 군대가면 2년동안 얼굴 안 보면 좀 괜찮아지긴 하겠네."

"..어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 김에.. 나 군대 가기 전까지만 여기서 지내면 안되나? 집에 가기 싫다.."

ㅡ"우리 민호가 돈만 내면 상관없지^^"

ㅡ"정신차리고 콩나물국 사다 놨으니까 먹어. 나 지금 알바가야된다."

ㅡ"너무 힘들면 말 해. 내가.. 어떻게 해서든 도와줄게"

"..다시 시작할 자격 없어, 나는."

다시 시작하자고 말할 자격따위 내겐 없다. 내가 다시 돌아왔다고. 예전의 송민호가 되었다고 말하고 나면 해결 될 거라 생각한 내가 바보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 진짜 바보같은 생각이였다. 또 멍청하게 승윤이가 그대로일 거 라 생각해버렸다. 이미 변해가는 사람이였는데

헤어지기 전에 한 말 말고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널 만날 수 없으니까.. 연애하면서 한 번 써 본 적 없는 손편지를 썼다. 내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면서. 내가 먼저 변해버린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니까.

*:승윤 에게

안녕 승윤. 너가 이거 보고 있을 때는 내가 휴학했겠지 아마. 내가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말이야.

너가 나한테 한 말. 너보다 좋은 사람 만나라는 그 말 나한테는 분에 넘치는 말이야. 나같은 놈한테 너보다 좋은 사람은 없어. 널 만난 것도 엄청난 행운이지.

너야말로 나보다 훨씬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으니까 나보다 더 너 아껴주고 사랑해줄 사람 만나서 행복해져. 넌 충분히 그럴 자격 있어. 그리고 미안해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나 같은 놈한테 상처받게 해서 미안해. 권태기라고 너한테 할 짓 못할 짓 다 해버려서 미안해.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참 바보같고 후회 돼. 정말로. 근데 뭐 어쩌겠어 버스는 떠났는데.

아 그리고 우리 처음 만난 날 기억하지? 그 때 진짜 운명이라고 믿었는데. 출사하러 나왔던 내게 넌 정말 눈 부셨어. 한창 벚꽃 나무를 중심으로 사진을 찍고 있던 내게 너만 눈에 들어왔으니까. 풍경만 찍던 내가 처음으로 모델을 두고 사진을 찍었던 건 너가 처음이였어. 내 철칙이 풍경을 중심으로 아름답게 담아내자 였는데 너로 인해서 깨져버렸지. 주변에서도 놀라더라. 인물은 찍지도 않을 사람처럼 보였는데 조금씩 인물을 찍고 있으니까. 그만큼 내게 너는 소중한 사람이고 중요한 사람이야. 날 변화시킨 사람도 내가 제일 행복하게 만들어준 사람도 내가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은 사람도 너니까. 아 이제는 과거형이겠네.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이였어.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생기지 않을 사람이고. 뭐,, 그러니까 넌 내게 최고였어. 내가 준 상처 지우기 힘들겠지만 좋은 사람 만나서 다 지웠으면 좋겠다.

잘 살고 잘 지내. 좋은 사람 만나서 상처 받지 말고 꼭 행복해. 

그리고 사랑했었어. 너도 나 사랑해줘서 고마워. 고맙고 또 고맙고 미안하고 또 미안해. 

이젠 안녕 승윤아

-송민호-  :*




***(현재)



"..머리 ....어때?"

"와 송민호 존못!"

"아, 형!"

"구라야 임마ㅋㅋㅋㅋㅋㅋ 휴가 나오면 어디가지 말고 형아한테 와야된다 알겠지?"

"알겠어ㅋㅋㅋㅋㅋ"

그 편지 너한테 곧 전해지겠지. 꼭 행복해져, 승윤아.

"형. 그거 잘 전해줘 개강하고 나면. 나 군대갔다는 얘기 먼저 하지말고"

"그래. 근데 군대가는 건 어차피 개강하고 나면 퍼질테니까⋯. 너 면회오면 만나는 줘."

"면회 간다는 말 하면 말려 절대로 못 오게 해. 뭐,, 면회올거라고 생각도 안해. 내가 뭐 보고 싶다고"

.

.

드디어 입대하고 첫 휴가를 받았다. 나온 지 얼마 안됐지만 벌써부터 복귀하기가 싫어진다. 첫 휴가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라던데 영 틀린 말은 아닌 듯 하다.

"여보세요?"

"형 나 휴가 나왔어 어디야?"

"휴가?!! 벌써?!"

"그래 벌써 휴가받았네요 어디야? 나 지금 형 집인데"

"나 지금 알바 중인데 일로 와"

"우리 민호 휴가나왔는데 형이 술 사줘야지"

"ㅋㅋㅋㅋㅋ알겠어 금방 갈게"

오랜만에 술이라니. 군대에 있을 때 생각나지는 않았지만 막상 먹을려니 나쁘진 않아.

너는 잘 지내고 있겠지 승윤아, 나는 너없이 괜찮아지려는 연습하고 있어. 군대에서 훈련받고 하니까 너 생각은 다행히 별로 안나더라. 자기 전 빼고는. 자기 전에 소리 없이 우는 거 그거 좀 힘들더라.

.

.

"쨘ㅡ. 첫 휴가 축하한다"

"벌써부터 복귀하기 싫다. 그냥 복귀하지 말까?"

"뭐래는거야 이 새끼가. 근데 너 얼굴 좀 괜찮다? 군대가니까 어때 좀?"

"많이 괜찮아졌어. 생각도 덜 나고⋯ 승윤이는 어..때?"

"니 편지 받고 나서는 나한테 연락.. 안 오더라.."

"우연히 학교에서 봤는데.. 괜찮아 보였어."

"..다행이네 한 쪽이라도 괜찮으면 다행이지 뭐."


말은 괜찮다고,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마음 한 켠에는 나를 그리워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힘들어하는 건 아니더라도 가끔씩은 나를 그리워해줬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그래도 힘들어 하지 않는다니 다행이네. 씩씩하게 견뎌내는 건 변함 없구나. 

그리고 다시 깨달았다. 웬만하면 변하지 않는 너의 마음을 변하게 한 나쁜 인간이 나란 걸.

.

.

.

"잘 가고 휴가 나오면 연락 하고 전역하는 날 데리러 갈게"

"알겠어 휴가 나올 때 마다 그 소리다"

벌써 몇 번의 휴가를 거쳐갔다. 휴가가 끝나고 돌아갈 때면 매번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아주 지겹다. 내가 휴가 안나오면 저 형은 어떻게 사나 싶을 정도다. 편지도 꼬박꼬박 써보내오고 면회도 오고. 진짜 나 없으면 안 될 사람처럼 행동했다. 사실은 걱정돼서겠지. 그만큼 나한테 신경을 써주고 있는 거니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짬도 조금씩 생겨나다보니 완전히 바보처럼 어리바리했던 이등병 때보다는 덜 바빴다. 덜 바쁘다보니 자연스레 니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서 그런가 전에는 생각만 하면 눈가가 아리고 눈물도 엄청 흘렸는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행동할 수 있다. 니 생각이 나더라도 금방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

넌 안하고 있을 내 생각. 너가 안하는 만큼 내가 더 많이 조금씩 자주 하고 있는 거 같아.

.

.

.

ㅡ"송민호의 전역을 축하합니다-!!"

ㅡ"왜이렇게 빠른 거 같냐 군대에 좀 더 있어야 하는데"

"차암 고맙네. 전역이 너무 빠른 것 같다 그러고. 형 밖에 없네"

ㅡ"그치? 나 밖에 없다니까."

ㅡ"아 내년이면 학교에서 너 보겠다"

내년 부터 학교에서 날 볼 수 있다는 말이 새삼 놀라웠다. 다시 너를 볼 수 있는 날이 되기도 할테니까. 많이 보고싶었는데 너를 볼 수 있을까, 너를 마주하게 되면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그저 헤어진 전 애인이기에 너가 날 피하진 않을까. 지호 형과 술 마시는 내내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에 가득 찼다.

지호 형은 2학기 시험때문에 찡찡거리는 바람에 원래 놀기로 했던 시간보다 훨씬 일찍 집에 와 버렸다. 원래같으면 지호 형 집에서 잤겠지만 저 찡찡거림을 하루종일 받아주고 있지 못할 것 같아서 결국 강승윤과의 추억밖에 없는 내 집으로 왔다.

너와 헤어진 후로 집에 이렇게 오랫동안 있는 게 처음이다. 너와 헤어졌을 때 들어왔던 집은 숨이 턱턱 막혔는데 지금은 조금 덜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여전히 갑갑하게 느껴졌다. 이 갑갑함은 여전히 내 몸을 애워싸 짓누르려 했다.

그 갑갑함을 벗어나고자 무작정 스튜디오로 갔다. 집이 아닌 공간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너와의 추억들은 좋았지만 그 추억들의 무게가 너무나도 컸다.

추억들의 무게를 벗어나려 도망쳐온 그 곳에서 마주한 건 너의 사진이였다. 벚꽃나무 옆에서 미소를 띈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너의 모습. 해맑게 웃으며 카메라를 응시하던 너의 모습들이 있었다.

곧 있으면 봄이 다가올텐데,, 널 처음 만났던 곳에 가면 다시 널 만날 수 있을까. 나만 널 그리워하고 있는데 널 다시 그 곳에서 만나긴 어렵겠지 아마.


잘 지내라고 말했지만 다시 돌아오길 바래 사실. 내가 언제 또 너에게 상처를 줄지모르는데 너가 돌아오면 절대 그러지 않겠다 약속하겠지. 그런 나를 믿어주기를 바래 바보처럼. 나는 또 이렇게 이기적여져. 너는 그대로 내게 돌아와 예전처럼 지내면 된다고

하지만 안된다는 걸, 변했다는 걸 알지. 현실을 깨닫고 나면 돌아오는 건 후회와 반성뿐이야. 


보고싶다 강승윤





"형 어디야? 나 지금 학교왔는데?"

"학교?! 왜?"

"왜긴 형 시험 끝났으니까 놀아야지."

"나 이제 시작하는데?"

"이제 시작이면 한시간이나 남았잖아? 아 씨⋯."

"....야 학교에 있지 말고 카페 가 있어. 학교 오지 마, 절대로 오지마! 알겠지?"

그 말만 하고 다급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뭐가 그렇게 급한 지 자세하게 말도 안하고 끊어. 강의실 근처였는데 그렇다고 카페를 가자니 멀어서 귀찮았다. 강의실 근처 자판기에서 음료수 하나 뽑고는 여기 저기 돌아다녔다. 내가 군대 갈 때 보수 공사한다던 건물은 벌써 완성이 되어 있었다. 딱히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은데 외관도 새로 칠했는지 깔끔해보이긴 했다. 지나가다 친한 후배를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헤어졌다. 그 후배를 오랜만에 만났지만 달라진 점 하나없이 그대로였다. 달라졌다면 나이가 바꼈다는 것 정도?

여기에서 바뀐 건 너와 나의 관계겠지. 영원할 줄 알았던 우리의 사랑이 저물었다. 그 사랑은 미련없이 저 수평선아래로 사라졌다.



대학교 내에 공원 비슷한 잔디 밭이 하나 있다. 이 잔디밭이 지호 형이 있는 학사 건물이랑 근처에 있는데 이 곳에서 승윤이와 셋이서 자주 놀곤 했다.

난 그 곳에서의 추억이 생각나서 곧장 향했다. 뭐 때문에 거기로 향한걸까. 형이 마칠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기 때문에 근처에서 서성거리다 카페에 가려고 했다.

정확히는 가려고 했었다.


[야 나 지금 마쳤어 너 카페에 아직 있어?]

[아니 지금 학굔데 잔디밭 쪽. 이쪽으로 와]

[ㅇㅋㅇㅋ]

잔디밭 쪽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다 너를 봤다. 그것도 내가 1주년 선물로 준 귀걸이를 하고 있던 너를. 그 귀걸이 나름 커플아이템이였는데 그 귀걸이와 너는 무척 반가웠다. 그랬는데, 너 혼자였다면 좋았을텐데. 하필이면 왜 여자랑 함께였니 그것도 눈이 부시게 예쁘게 웃으면서. 괜찮아보였다는 그 말이 사실이였구나 괜한 거짓말이 아니였구나. 나만 힘든 거라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였다.

나도 모르게 너를 피하려 강의실이 있는 건물 쪽으로 향했다. 건물로 향한 지 얼마 안 돼 형과 마주쳤다. 형의 그 눈빛은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애잔한 눈빛으로 날 바라왔다. 잔디밭이 이 건물 앞에 있었으니 다 봐버렸나보다.

"민호야⋯"

"..일단 가자.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다. 형이 다 설명해줄게"

내 표정을 읽은 형은 다급했었다. 누가 봐도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이였으니까. 나는 내 자신이 한심했다. 군대에 있는 시간동안 다 괜찮아졌을거라 생각했는데 너는 잘 지낼테니 나도 잘 지내보자고 다짐했었는데 너를 마주한 순간 무너져 내렸다.



ㅡ"그러니까 걔가 여친이 아니라고 뭔 소린지 알겠지?"

"모르게쒀.. 여페 똬 부터이떤데? 엄청 예쁘게 우떤데?"

ㅡ"아 몇 번을 말해?! 그냥 그 여자애가 승윤이 좋아해서 붙어 있는거라니까?"

ㅡ"우리 과 애들은 다 그렇다고 알고 있다니까?"

ㅡ"그리고 술 작작 마시고! 이거 이거 혀 꼬인거 봐라 어?"

허. 그렇게 예쁘게 웃고 있었는데 여친이 아니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 예쁜 미소를 볼 수 있는 여자애가 부러웠다. 그리고 곧 있으면 벚꽃도 필 텐데⋯. 넌 그 여자애와 함께 가겠지. 혹시나 했던 바램은 역시나 이루어질 리 없구나 라고 생각했다. 나도 이제 너와 함께 한 모든 걸 떠나보내야 할 때가 온 거 겠지. 안녕은 2년 전에 너에게 이미 내뱉었지만 마음은 그러질 못했는데, 이제는 마음도 그래야 하나 봐. 정말로 안녕 승윤.





"⋯벚꽃 개화 시기는 서울 4월 12일,  인천 4월 13일, 대전 4월 6일, 대구 3월 16일, 울산 3월 31일 입니다. 얼마 안 있을 벚꽃 축제 다들 행복하게 보내세요. win 기상예보였습니다."

불과 몇 주 전에 들은 벚꽃 개화 시기. 곧 있으면 4월이 된다. 올 봄은 나 혼자 벚꽃을 보러 가겠구나. 출사하러 갈 때마다 내 옆에서 종알종알 거리던 너가 불쑥 생각났다. 벚꽃나무를 찍으러 갈 때는 너가 있었는데. 그립다 많이. 우연히라도 너를 마주쳤으면 좋겠다. 너가 날 보고 모르는 척 하더라도, 얼굴 한 번 봤으면 좋겠다. 같은 과가 아니니 마주치기도 어렵고 나 혼자 어쩌다 널 보게 되는 날이면 그 여자애가 항상 옆에 있었다. 지호 형이 말 해준 대로 그 여자애 혼자 승윤이를 좋아하는 게 맞았다. 그렇지만 언제 승윤이도 좋아하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혹시나 벚꽃을 찍으러 갔을 때 너가 그 여자애와 있는 모습을 봐버릴까 두렵다.



"응 지금 찍으러 가는 길이야."

"예쁘게 찍어와야 된다 알겠지?"

"아, 형 나 못 믿어? 그런거야?"

"믿지 우리 민호. 잘 찍어서 내일 가지고 와"

다른 때는 엄청 물러터지고 잘못이 있어도 유하게 넘어가는 사람이지만 사진 만큼은 단호하고 조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다시 촬영한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사촌 형 덕분에 나도 사진에 관심이 많아졌다. 사진에 있어서 만큼은 그 누구보다 철저하게 하는 형이 멋있었다. 그래서 덩달아 사진에 관심이 갔고 그러다 중학생 때 쯤에는 같이 사진을 찍으러 다니곤 했었다. 고등학생 때는 형이 군대를 가서 나 혼자 사진을 찍으러 다녔고, 군대에 있을 형한테 벚꽃나무 사진을 전해주러 출사 하러 간 날이 승윤이를 만난 날이였다.

그 때 만약 사진을 찍으러 갈 생각을 안 했다면 너를 만날 일이 없었겠지. 올 봄은 너가 내 곁에 없어. 시간이 지날 수록 너가 없음에 익숙해져야겠지. 너 또한 그렇겠지. 어쩌면 벌써 익숙해졌을지도 모르겠네.


아침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았다. 사람이 별로 없는 쪽을 가려면 이 짐들을 가지고 한참은 더 걸어야 한다. 오늘따라 같이 안따라온 지호 형이 밉다. 분명 같이 와 준다고 약속했던 사람이 하필이면 과제가 생길게 뭐람. 낑낑대며 많은 인파를 헤쳐 나와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는 곳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못 오는 곳이다. 뭐랄까 숨겨져 있는 곳이면서 조금만 관심을 두면 금방 찾을 수 있는 그런 곳. 추억에 젖어있기 좋은 장소였기에 딱히 벚꽃이 피지 않아도 뭔가 잘 풀리지 않으면 자주 오던 곳이였다.


근처 벤치에 앉아 한참을 벚꽃을 바라보다 사진을 찍을 준비를 했다. 벚꽃나무를 바라볼 때면 자꾸만 니 생각이 나 눈 가가 시큰거리고 앞이 뿌옇게 흐려진다. 네 생각을 좀 떨쳐내고자 카메라를 들었지만 모른 척하려고 했던 눈물이 점점 더 차올라 카메라 화면이 완전히 흐려져 보였다.

결국 그 자리에 주저 앉아 펑펑 울었다. 울면 울수록 너와의 추억들이 새어나와 내 눈물을 더 쏟아내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있을 때 누군가 내 옆에 앉아 어깨를 쓰다듬었다. 그러다 그 사람은 울음을 멈추지 않고 엎드려 울고 있는 나를 안고는 토닥여 줬다.


그 품이 참 아늑하고 익숙하게 느껴졌다.

너일 리 없겠지 너가 여기 있을 리 없겠지.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일까 싶은 호기심에 고개를 들었다.

.

.

.

.

.

너였다.



그토록 그리웠던 네 얼굴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내가 줬던 귀걸이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것마냥 굳게 걸려 빛났다.

꿈일까 싶어 눈을 벅벅 문지르며 눈물을 닦아내고 다시 널 보자 넌 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렇게 세게 닦으면 아파"

"보고싶었어, 송민호"

"..울지마 바보처럼"

그렇게 말하는 너가 내 곁에서 사라질까 봐 먼지처럼 사라질까 봐 주춤하자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너는 나를 꽉 안더니 따스하게 말했다.

"나한테 좋은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 말고 누굴 만나겠어 바보야"

"봐 봐. 귀걸이도 아직 하고 있잖아."

"헤어지잔 말. 취소"

그렇게 넌 해사하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우리의 새로운 시작의 첫 만남은 또 벚꽃이 필 때 쯤이다.



The End-









못난 글 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ㅠㅜㅜㅜㅠ 제 첫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ㅜㅜㅠ

W. 그 안에 훈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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