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은 어려서부터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했다. 아부지가 지민이의 대해서 얘기할때면 빼먹지 않고 입이 닳도록 얘기하는 말이 우리 지민이는 유치원 학예회를 가면 제일 동작을 크게 하고 씩씩하게 했다는 것이다씩씩한 애기였던 지민에게 사춘기가 왔고 지민은 여전히 친구들에게 어화둥둥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누군가의 앞에 서서 공연하는 것은 어쩐지 조금 부끄러워졌었다. 


부산에 살던 지민네 가족은 아버지가 서울로 발령남에 따라 눈물을 머금고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서울로 진학을 하게 되었다. 새학기가 된 학교는 시끌벅적했다. 지민은 자신의 사투리가 튀어나올까봐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도 단답으로 대답하고 말을 걸까봐 전전긍긍하며 엎드려 있었다. 

자신이 스스로 자처한 일이지만 하루종일 한마디도 못하고 눈물이 날 것 같던 지민은 아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혼자 밥먹는게 두려워 학교 뒤뜰벤치에서 혼자 빵을 뜯고 있었다. 이런 생활을 한지도 벌써 이주가 넘어가고 있었다. 


"하아"


가끔 먹이를 찾아 참새들이 찾아오기도 하는데 오늘따라 참새 또한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왠지 더 서글퍼져 벤치에 앉아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있을 때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지민에게 우르르 다가왔다. 총 여섯명이였다. 지민은 새로운 방식의 학교 폭력인가 싶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작은 주먹을 꼭 쥐었다.


"뭐..뭐에요"


지민은 어설프게 서울말을 따라했지만, 사투리 억양이여실히 드러났다.


"구원받고 싶은가"


키가 제일 큰 사람이 앞으로 나오며 비장하게 말하고 지민에게 종이를 쑥 내밀었다.


"신체포기각서?" 


지민이 그 종이를 쳐다보자 신체포기 각서가 들려있었다. 지민은 코끝이 아릿해졌다.


'엄마 짐니 빵셔틀되나봐요'


지민은 점점 눈물로 눈앞이 뿌얘졌다. 부산에선 어화둥둥 사랑만 받고 자란 지민이였다. 학교에서 투명인간처럼 지내는 것도 서러운데 셔틀까지... 역시 서울아들은 무섭다고 생각한 지민이였다.


"야 이 병신아 이건 입부할때 쓰는거잖아"


목소리가 카랑카랑한 남자가 손을 들어 키 큰 남자의 뒷통수를 휘갈겼고 키 큰 남자는 머리를 문지르며 허둥지둥 다른 종이를 내밀었다.


*방탄소년단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삶이 지치고 구원받고 싶으세요? 

그러면 당장 1230호로 오세요!


"소년, 구원 받고싶은가"

"방탄고의 평화는 우리가 지킨다"


"오렌지 호석"

"옐로우 정국"

"블루 남준"

"핑크 석진"

"퍼플 태형"

"블랙 윤기"


파워레인저 마냥 자세를 잡은 그들은 절도있게 동작을했고 덕분에 망토 모자가 흘러내려 지민은 처음으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다들 멀쩡한 얼굴이였다. 아니 멀쩡하다 못해 잘생긴 얼굴들이였다. 


"소년 관심이 생긴다면 우리를 찾아오게나"

"아디오스"


제일 어려보이는 남자가 윙크를 하며 손 인사를 날리고, 남자들은 처음에 등장한 것처럼 뜬금없이 사라졌다. 지민은 넋을 놓고 남자들이 떠나는 모습을 쳐다보던 중, 한 남자가 망토에 걸려 넘어졌다.


"으악"


그들은 창피한지 아니면 역할에 심취한건지 넘어진 남자를 일으켜주지도 않고 지나쳐서 빠르게 걸어갔다.

지민은 왠지 심장이 빠르게 뛰어왔다. 학교 수업시간에도 계속 그들의 생각에 잠겼다. 덕분에 외롭다는 생각을 조금은 지울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지민은 종이에 써있는 1230호로 향했다.


"똑똑"


지민은 떨리는 마음으로 노크를 하자 안에서는 우당탕탕 소리가 들리더니 비장한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일이시죠"


지민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두컴컴한 방에 핀조명이 가운데 의자를 비추고 있고 그 앞에 여섯개의 책상앞에는 남자들이 망토를 뒤집어쓰고 앉아있었다.


지민은 조심스럽게 한발짝 내밀어 조명이 비추고 있는작은 의자에 앉았다. 한 오분 쯤 서로 아무말도 없었을까 지민은 눈알을 굴리며 말을 꺼냈다.


"저... 고민이 있는데요"


"말해보거라 소년"


가운데 앉은 어제 키 큰 남자가 말을 건네왔다. 저사람이 리더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일단 여기 사인을 하고"


망토에도 가려지지 않은 높은 코를 가진 남자가 지민에게 다가와 종이를 내밀며 말했다. 남자가 내민 종이의 반절이 가려져 있어서 종이의 내용은 보이지 않고 사인란만 보였다.

지민은 내용을 읽으려 종이를 살짝 잡아당겼으나 남자가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꾹 잡고 있었다. 지민이 힘을 꽉 주자 남자또한 뺏기지 않으려 입을 꾹 다물고 부들부들 거리며 종이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남자의 조각같은 얼굴에 지민은 순간 종이를 놓칠뻔했지만 지민은 승부욕이 강했다.


"이게 왜이래"


지민이 더 힘을 주어 종이를 쑥 당겼고 종이는 반으로 찢어졌다. 그 반동에 의해 지민이 뒤로 발라당 넘어갔다. 그때를 놓치지 않은 남자들은 우르르 달려와 지민의 손과 발을 압박했다. 지민은 무서웠다. 


'역시 오는게 아니였어'

"살려주세요!!!"


지민이 바둥거리며 목청껏 소리쳤다. 눈이 큰 남자가 지민의 손가락에 인장을 묻히고 종이에 찍었다. 아까의 잘생긴 남자가 지민의 인장이 찍힌 종이를 들고 뛰어다니고 그순간 나머지 사내들은 망토를 벗고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화음을 넣으며 

한명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한명은 꽃가루를 날리고 있었다. 제일 점잖아 보이던 하얀 사내는 갑자기 랩을 시작했다.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입부를 축하합니다"


지민은 어안이 벙벙했다.


"여기 고민 상담 들어주는 곳 아니였나..."


리더인 듯한 키큰 남자가 손을 잡고 일어나라는듯 지민에게 손을 내밀며 얘기했다.


"어서와 중창반은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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