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멍하니 걷던 수호자가 짧게 소리를 내었다. 그는 고개까지 기웃거리고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느려진 걸음에 고스트가 그보다 아주 약간 앞서게 되어 자연스레 그의 얼굴로 몸체를 틀었다. 작은 친구가 말했다.


왜요? 뭔가 잊으셨나요?


 그는 그의 친구에게 답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응. 

근데 너무 오래전이라..


 수호자는 망설였다. 제 아래 걸음마다 바스락거리며 흩어지는 낙엽처럼, 그의 뒷말도 사그라져 들리지 않았다. 


 깜빡, 까아암빡. 

 그를 바라보던 조막만한 의체가 몸을 낮춰 가슴께로 내려왔다. 수호자의 손이 매끄러운 금속을 부드럽게 감쌌다. 둥그렇게 말린 손바닥 안에서 유리구슬같은 렌즈가 몇 번 더 깜빡였다. 


 오래걸릴까요?


 푸른빛의 렌즈는 우중충한 하늘에 조금 어두워보였다. 


 아마도. 그럴 것 같아. ...힘들겠지?


 그의 고개는 여전히 자신을 향했지만 시선은 다른 곳을 향했다. 친구는 그가 금방 기억해낼 수 있게 무엇이라도 묻고자했으나 곧 생각을 접었다. 대신 손가락 사이로 아프지않게 날개를 구겨 넣었다. 


 괜찮아요. 우리에게 남은 건 시간 뿐이니까. 천천히 찾아봐요.


 자신을 올려다보는 고스트의 모습엔 한 점 망설임이 없다. 미소가 지어졌다. 그는 손 위에 편하게 자리잡은 몸체를 엄지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쓸었다.


 항상 기다려줘서 고마워.

 뭘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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