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포트 마피아의 5대 간부 중 한 명인 이키시마 키이로는 보스의 호출을 받아 아침 일찍부터 그와 어떠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농담이시죠, 보스...?"

 분명 이번 임무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어째 키이로는 보스의 앞에서 대놓고 미간을 찌푸릴 정도로 그것에 불만을 품은 모습이다.

"자네에게는 정말 미안하게 되었네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군. 이번 일을 완수하고 돌아오면 그 공을 높이 사서 특별히 상을 내려줄 테니 기대해도 좋네."

"나 참, 상이 없어도 어차피 갈 수밖에 없잖아요."

 결국 명령을 받은 키이로는 한숨을 내쉬며 방을 나섰지만, 그녀는 문을 닫기 직전에 작은 목소리로 보스에게 말했다.

"...상, 진짜 주셔야 돼요."

"후후, 물론이네."

***

"소라, 바쁜데 미안해. 이것도 오늘 중으로는 끝내야 할 것 같아서..."

"에이, 괜찮아! 맡겨주라구, 아츠시!"

 입사 시험에 합격한 소라는 며칠 사이에 금방 무장탐정사의 업무를 완전히 익혀 성실하게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신입인 그녀에게 주어지는 것은 대부분 간단한 사무 업무였고, 아직까지 현장에 나가본 적은 없었다.

"저기, 현장 출동은 언제부터 할 수 있는 거예요? 저도 다자이씨와 같이 현장 쪽 일을 해보고 싶은데..."

"어이, 현장 일을 쉽게 생각하지 마라. 살인사건 같은 경우엔 범인이 바로 근처에 있을 수도 있고, 재수가 없으면 건물에 심어진 시한폭탄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지. 특히나 다자이 같은 놈이랑 행동하는 건 절대 좋은 선택이 아닐 거다."

"-라고 쿠니키다군이 걱정해주는군?"

"네놈은 네 일이나 빨리 끝내라, 다자이!!"

 쿠니키다의 짜증 난 목소리에도 다자이는 언제나 그랬듯이 아랑곳하지 않고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걱정 말게. 그리 오래되지 않은 때에 자네도 현장에서 일할 기회가 생길 테니까."

***

딸랑-

"어서 오세요~"

 드디어 점심시간이 되고, 소라는 무장 탐정사 건물 1층에 위치한 '우즈마키 찻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원래부터 커피를 좋아한 그녀에게 동료인 '타니자키 준이치로'가 이곳에서 파는 커피를 추천해준 것이 그 이유였다.

'어...?'

그런데 찻집에 들어오자마자 소라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커피도, 디저트도 아닌 한 또래 아이였다.

"......."

 아름다운 금발의 머리칼을 가진 소녀는 달달한 것을 좋아하는지 초코케익을 한입 먹고, 곧이어 바닐라 라떼를 마시면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굴 기다리는 건가...?'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알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 하던 그때-

"...할 말 있어?"

"엇...??"

놀랍게도 소녀 쪽에서 먼저 소라의 시선을 눈치채고 말을 걸어왔다.

"그, 그건 아니고... 여기 손님은 대부분 어른들이라서 조금 놀랐달까? 하하..."

"뭐야, 그게. 너도 어른은 아니잖아?"

"뭐... 그렇긴 하지?"

그래도 다행히 그녀를 불쾌하게 여기진 않은 건지 소녀는 소라의 대답에 키득키득 웃으며 자신의 앞자리를 가리켰다.

"앉아~ 마침 슬슬 심심해지던 참이었는데 잘 됐다!"

"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또래 아이와 함께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 생긴 소라는 당황한 탓에 잠깐 멈칫하였으나, 이내 기쁜 마음으로 그녀와 마주 보고 앉았다.

"그나저나 너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아까부터 계속 창밖만 보는데..."

"아, 그거? 이따가 동행해야 하는 사람이 있는데, 하필이면 그 사람이 거의 웬수나 다름없는 인간이란 말이지..."

"엥? 그런 사람이랑 굳이 동행을 해야 한다고? 왜??"

"나도 같은 생각이다- 내가 대체 왜 그 사람이랑 같이 가야 하냐고... 아아- 그래도 소라 네가 지금 내 심정을 알아주니까 정말 다행이네..."

"응...??"

뭔가 잘못됐다.

뭔가 이상하다.

"방금...?"

이상하다.

'내가 내 이름을 말해줬던가...??'

"너, 어떻게- "

"아, 왔네."

"?!"

딸랑-

2차 창작 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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