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자를 옮겼다. 아이삭은 시종일관 웃으면서 아이든과 대화를 나누었다. 토비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흘긋 웃었다. 사이 좋은걸?


아이삭은 의사협회의 유망주다. 아마 차기 회장자리로 점 찍힌 청년. 성격도 좋고, 이런 세상에서 구김살도 없다. 토비는 아이삭과 꽤나 사이가 좋은 축에 속하기 까지 했다. 같은 의사 지망인걸!

물론 둘 다 견습이지만 말이야..


저 구석에서 프리즈와 노아가 정신치료에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또 저쪽에선 아이삭과 아이든이 물자를 옮겨오고 있었다. 아이든이 세박스, 아이삭이 반박스..


"아이든, 도와줄까?"

"아니, 괜찮-"

"그럼 감사하죠!"


아이삭이 후들거리는 팔로 말했다. 아이든이 한심하다며 아이삭을 타박했다. 토비는 푸하하 웃고서 아이삭의 짐에서 무거운 것들을 몇개 빼갔다. 전투직은 아니었지, 아이삭.


"고마워요, 토비."

"아뇨, 천만해요."

"우와, 힘도 세시네.. 반상자도 못드니 좀 창피하네요."

"이것도 다 기백덕이죠, 뭐."

"...."


아이삭은 아이든을 흘긋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든은 벌써 상자 세개를 다 옮기고 다가오고 있었다.


"뭐해, 게으름 피우지 마. 토비, 넌 일 다 끝냈지?"

"나야 당연히 다 끝냈지."

"그럼 잘됐다. 아이삭 좀 도와줘."

"..끄응."


아이삭이 부끄러운 듯 뺨을 긁었다. 아이든이 토비의 손에서 상자를 빼앗아가며 말했다.


"부탁할게."

"맡겨둬."


타박타박, 아이든이 다시 버스 쪽으로 멀어진다. 토비는 그런 아이든을 보며 피식 웃었다. 아이삭이 그런 토비에게 말을 걸었다.


"저어.."

"네?"

"..아이든은 부락에서 잘 지내나요?"

"잘 지내죠... 사실, 너무 어리니까 걱정이 되기도 한데. 웬만한 어른보다 잘 해쳐나가고 있어서 대단할 뿐이죠."

"....의사협회에 꼭 왔음 좋겠는데. 그건 곤란하겠죠?"

"세와가 허락 안 할거에요. 제임스도 그렇고. 물론 저도 그건 싫네요."

"아아, 제임스.."


[망할 양반..] 아이삭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한국어였음으로 토비는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튼, 아이든 좀 잘 부탁드려요."

"제가 오히려 아이든에게 신세를 지고 있어요."

"그래도, 의지할 만한 사람이 있는 게 좋으니까요."


아이삭이 맑게 웃었다. 그 곧은 웃음에 토비도 따라 웃어버렸다.


"아이삭, 부락에 자주 놀러와요."

"항상 시간을 내려고는 하고 있지만.."

"..아이든은, 너무 열심히 해요."


토비가 시선을 굴리다가 한숨을 쉬었다.


"책임지지 못하는 것까지 떠안으려고 해서.."

"...."


그 말에, 아이삭의 얼굴이 흐려졌다. 조금, 우울하게 그가 말했다.


"제 동생 좀 잘 부탁드립니다."

"..네, 저도 프리즈도 그렇고, 코코랑 루시안도 아이든을 잘 챙겨줘요. 아니, 오히려 코코랑 루시안 두 사람이 저보다 더.."

"아뇨."


아이삭이 굳은 얼굴로 말을 끊었다.


"...그 둘은 좀."


토비의 얼굴이 의아함에 물들었다.


"....그 둘이, 왜요?"


그나마 아이든이랑 가장 붙어다니는...


'코코와 루시안은.. 아이든에게 신뢰는 있을 지 언정 유대는 없어.'


갑자기 그 말이 생각난 것은, 왜일까.



.

.

.





[아이든, 오빠 갈게?]

"잘가, 멍청아."

"아, 진짜."


아하하! 아이삭이 한바탕 웃더니 팔을 벌렸다.


[오빠 안아줘야지!]

[나 욕해도 돼?]


아이든이 질색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아이삭이 다시 푸하하 웃어버렸다. 에휴, 한숨을 쉰 아이든이 아이삭에게 다가가 그를 안아주었다.


[자주 놀러올게, 제임스가 너 힘들게 하면 바로 연락해야 돼?]

[어차피 다른 마을이거든? 구역도 다른데.]

[바로 옆마을이잖아. 너 얼마전에 사람 보냈다며? 불 나가지고. 내가 모를 줄 알아?]

[그건 롱필드 놈의 짓이였지. 킹버거 갱단의..]

[거기 우리도 파봤어. 걔 이름 뭐더라.. 테리어? 그 자식이 부채질한 모양이라던데.]

[아, 진짜. 그 망할 자식.]


아이든이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노아가 기다리잖아."

"에이."


아이삭이 환하게 웃으며 아이든을 쳐다보다가 허리를 굽혔다.


"힘들면 언제든지 연락해."

"남이사.."

"..다음에 한번 올게. 금방이지?"

"그래."


아이삭이 아이든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말했다.


[잘 있어.]

[잘 가.]

[응, 잘 있어.]

[..이상한 거에 승부욕 불태우지 마라.]

[..헤헤.]


"너 언제 환하게 웃어줄래?"

"..이미지 관리야."

"..나중에 한번 웃어줘!"


휙! 버스에 올라타며 아이삭이 손을 흔들었다.


[안녕!]

"...잘 가."


아이든이 말을 내뱉었다. 잘 가.


.

.

.





"그래서, 오랜만에 동생이랑 만나서 좋았어?"


노아가 웃으며 아이삭에게 말을 걸었다. 보라색 눈동자가 아이삭에게 향해있다. 검은 흑발을 늘어뜨리고 새빨간 눈에 우울함이 깃든 청년이 한숨을 쉬며 물었다.


"아이든, 어땠어?"

"...좋다고는 말 못하지."


노아, 이 일대의 세력 중, 유일하게 정신계의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 심리학을 전공한 무의식의 지배자.


"..아이삭, 아이든은..."

"...."

"....."


노아가 말하기를 주저했다. 어떻게 말할 수 있으리. 그 짙은 색은 체념에 익숙한 사람의 색이었는데. 가엾은 아이.


"..아이든은 보호자가 필요해."

"......"


그 말에, 아이작이 입술을 깨물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눈썹이 일그러진다.


"거지같은 제임스, 거지같은 루시안..."

"...루시안의 무의식도 그리 건강한 편은 아니었어, 아이삭."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 동생이 그렇게, 그렇게.."


걔가 얼마나 웃음이 많았는지 넌 상상도 못할걸. 아이삭이 중얼거렸다. 그는 알고 있었다. 아이든의 머리카락이 남색이 아니던 시절을, 그 눈이 남색이 아니고, 그 피부가 훨씬 생기 넘치던 시절을.

그토록 창백한 소녀는 본디, 오색으로 찬란히 빛나던 소녀였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




*




띠띠띠띠띠-


갑작스런 전화벨에 핸드폰을 꺼내든 아이든이 발신자를 확인한다. '키요히코', 헌터는 능숙하게 전화를 받으며 신발끈을 다시 매었다.


"응, 키요히코. 왜?"

-아, 받았네! 좋은 아침이에요!-

"끄래, 무슨 일이야? 인어들 때문에 그래?"

-아, 기억하시구나? 다행이다.-

"그건 나중에 내가 연락할게. 요즘 통 시간이 안나서.. 그래도 일주일 안에 연락 줄 테니 걱정은 말고."

-..알았아요.-

"그래서, 인어들이 날 왜 부르는데?"


라이커스섬에 무슨 일 났어? 아이든이 핸드폰을 어깨로 고정한 채 다른 신발끈을 마저 묶으며 물었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아이든이 꼭 필요하데요.-

"..무력이 필요한 일이라면 세와나 우드로한테 물어도 되지 않나?"

-글쎄요. 아무래도 헌터가 가장 믿음직스러워서 그런 거 아니겠어요?-

"...알겠어. 나중에 연락 하지."

"넵, 끊어요~."


뚝, 연락이 끊어진다. 아이든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신발끈을 다 묶은 뒤, 한숨을 쉬었다. 겨우 묶은 신발끈이 엉망진창이다.


"..나 진짜 손재주 없네."


한숨을 쉰 아이든이 신발을 구겨신었다. 아이든은 신발끈을 묶는 데 요령이 없었다.








아이든의 하루는 단조롭다면 단조롭고, 아니라면 아니었다. 일이 하루종일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제 온 세상은 완전히 겨울이었고, 더럽게 추웠다. 사람들은 마을 회관 삼은 건물에 다 같이 모여 장작을 때우며 시간을 죽였다.


물론 논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대부분 실을 잣고, 천을 짓고, 옷을 만드는 일을 수동으로 하고 있었다. 엔지니어들은 고장난 것들을 싸그리 모아다가 다시 합치는 창조경제를 실행중이었고, 요리사들은 어떻게 하면 음식을 더 포만감 있게 만들지 대화했다.


바야흐로 겨울, 자기개발과 노동의 시간이었다.





*


그리고 줄어든 바깥활동은 가정의 불화를 부르지.


"컥!"

"부락의, 그리고 포레스터의 규율. 아이는 건드리지 않는다."


아이든 헌터가 차갑게 읖조리며 들어올렸던 발을 내렸다. 저 구석에서 남자가 끅끅거렸다.


"끌고 가."

"네, 대장."


마리안이 곧장 고개를 숙인 뒤, 남자의 목덜미를 잡고 강제로 끌었다. 코코는 그 옆에서 훌쩍이는 어린 아이를 안아주었다.


"이구.. 아팠겠다. 괜찮아, 이제. 너희 아빠는 이제 네 옆에 절대 못 와."


인간 CCTV, 간부들 사이에서 떠드는 별명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이든은 하루에도 몇번이고 터지는 아동학대범들이며 가정폭력범, 그리고 학교폭력범을 잡아들였다.


겨울에도 학교는 돌아간다. 바깥을 나도는 사람들이 줄어드니 깡패들이 신나서 바깥에 나왔다. 그리고 약한 아이들을 눈에 파묻었다.


"...내가 너희들에게 박투술을 가르친 이유는 약자를 지키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지."

"....씨이.."

"....아군을 괴롭힌 건 중죄다."


아이든 헌터가 시퍼렇게 눈을 떴다.


"넌, 경비대로 간다."

"..자, 잠깐만! 헌터, 그것만은-윽!"


퍽! 아이든이 그대로 불량학생을 발로 차버렸다.


"존대를 잊었나보군."

"..죄송합니다. 하지만-"

"바타르와 오붓한 시간 보내도록."


말을 끝낸 아이든이 그를 그대로 바타르에게 넘겨버렸다. 그가 조용히 목례했다. 제대로 가르치겠습니다, 리더.






"염병."


겨울날, 배고파서 찾아온 까마귀 새끼를 족친 아이든이 욕을 지껄였다. 코코가 그대로 아이든 위로 엎어졌다.


"나와라..?"

"이잉, 싫다!"

"...."


아이든이 빡친 표정을 지었다. 짜증어린 기백이 스멀스멀 코코의 목을 죄었다.


"두번 경고 안 한다."

"..넵..."


코코가 잽싸게 아이든의 등에서 일어났다. 계속 엉겼다가는 한대 맞을 것이 자명했던 탓이다. 아이든은 한숨을 내쉬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시체는 매달아두자. 또 까마귀 새끼들이 찾아올 거야."

"...하하, 거지같은 까마귀들 같으니!"


코코가 환하게 웃으며 으깨진 까마귀의 머리통을 발로 찼다.


"정말, 전부 뒈져버리면 좋을 텐데!"


기묘한 광기다. 아이든은 그것을 무시한 채 까마귀의 다리를 잡아 끌었다. 거대한 까마귀는 아이든과 코코를 4명씩 합친 것보다 컸다.


하하, 코코가 웃으며 부러진 전봇대를 질질 끌고 왔다. 여기다 매달아! 아, 고맙다.


.

.

.




"하.."


아이든은 피곤해 절어 침대에 그대로 엎어졌다. 이것도 저것도 엿같은 평범한 하루였다. 정신적으론 피곤했지만, 여전히 몸은 멀쩡했다. 아이든은 새삼 기백의 효과를 느끼며 몸을 뒤집었다.


"...."


허공으로 손을 뻗으면, 창백한 손이 눈에 들어온다. 하도 마르고 창백해서 핏줄이 비친다. 저를 처음 본 프리즈는 시체나 다름없는 색이라고 경악했었다.


아이든은 그 말에 동의했다. 혈색 없는 피부에는 푸른색마저 돌 지경이라, 이게 시체가 아니면 무엇인지. 방에 걸려있는 거울에 자신이 비친다. 검은색으로 착각할 만큼 시커먼 남색, 아이든 헌터는 아직 자신의 옛 색을 기억한다.


황인종의 피부색에 검은색으로 착각할 고동색, 전형적인 동아시아인의 피부색. 아이든 헌터가 아이든 헌터가 아니었던 시절, 자신은 훨씬 더 빛나는 사람이었음을 기억하는데.


"...."


손에 힘을 주면 금새 붉은 빛으로 물든다. 딱히 의식하지 않더라도 기백은 언제나 아이든의 몸에 상주한다. 혹자는 말했다, 아이든 헌터는 기백의 축복을 받았다고. 그만큼 보유한 기백이 많다는 의미다.

실질, 아이든 헌터의 모든 강함은 이 기백에서 부터 시작되었으니 합리적인 말이었다. 


힘없이 눈을 감는다. 멍하니 누워있자면 부유하는 듯한 감각과 함께 모든 오감에서 타인의 기척이 느껴진다. 필요없는 정보들의 공급이 넘친다. 지금 당장이라도, 저 밖에 있는 누구가 몇걸음을 걸었는지 알아맞힐 수 있을 정도로.


"...젠장."


아이든은 몸을 웅크려 머리를 감싸쥐었다. 우울하다. 왜 이렇게 우울한가 싶었는데, 누군가의 기일이 다가와서 그렇다.


"라나..."


심연같은 남색 눈동자가 어설프게 만들어진 달력으로 눈을 돌렸다.


"...."


이제 금방이다. 당신이 죽은 날이.






똑똑-


멍하니 상념에 잠겨있던 아이든의 눈이 퍼뜩 뜨였다. 발걸음, 기척, 소리, 누군지 알고 있다. 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아이든이 안경을 고쳐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끼익-


"무슨 일이지?"

"아이든."


루시안. 아이든 헌터가 고개를 기울였다. 얘가 올 일이 없는데.


"..그냥."


루시안이 시선을 피하며 맥없이 중얼거렸다. 아이든은 그런 루시안을 의구심 담긴 눈으로 찬찬히 뜯어보았다.

살짝 곱슬거리는 부드러운 금발, 머리카락으로 아슬하게 가린 왼쪽 얼굴의 흉터에 우수에 젖어 빛나는 유순한 푸른 눈. 부락의, 또는 포레스터의 몇몇이 찬양해 마지 않는 미모다. 동시에 아이든에게 있어 향수를 불러 일으키게 하는 얼굴과 색 배합이기도 했고.


"...아이삭이 너한테 의사협회에 오라고 권유했다며."

"그거야 늘상 그러니까. 거기에 무슨 문제라도?"


턱- 하고, 아이든이 몸을 문틀에 기대었다. 얜 또 왜 이러는 건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안 갈 거지?"

"..너 나한테 원하는 게 뭔데?"


아이든이 삐딱하게 되물었다.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던 루시안이 중얼거렸다.


"네가, 포레스터에 남았으면 하니까..."

"..."


아이든은 얘가 또 헛소리 하네- 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그만두었다. 그만하자, 루시안은 PTSD가 심한 편이었다. 철저한 이성으로 무장한 아이든이나 이상할 정도로 긍정적으로 변해버린 코코와는 달리, 루시안의 자존감은 바닥을 찌르고 있었다.


"안 갈 거야."


그건 참전 군인에게서 나오는 어떤 트라우마와 비슷하다. 살인을 저지르고 추앙받던 작은 사회에서 정상적인 법률에 의해 제어되는 사회로 돌아왔다. 남은 것은 자신의 행동과 사회적 도덕의 괴리감, 자괴감, 죄책감.


루시안은 그것이 심한 편이었다. 부락에 오고서 좀 덜 했었는데, 다시 심해져서 성가셨다. 아이든 헌터는 그 이유가 자신임을 안다.


"..가지 마."

"안 가. 안 갈거야."


아이든이 대답했다. 그제야 루시안은 조금 안심한 얼굴로, 아이든을 흘긋 보다 떨어졌다. 내가 왜 이 자식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 아이든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실질적인 보호자인 제임스는 다른 마을에 있고, 코코는 보호자가 되기엔 무리가 있다. 저래도 나름 부락에선 3번째로 강자다. 프리즈나 마리안, 바타르처럼 평범한 무력을 가진 사람에게 보호받기에도 상황이 맞지 않았다.


"...."


루시안은, 이상할 정도로 아이든 헌터에게 집착할 때가 있다. 아이든이 그를 불구덩이 속에서 구해준 뒤 줄곧.


그래서 성가셔. 아이든은 생각했다. 루시안은 희미하게 다행이라고 웃으며 아이든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그, 먹으라고."

"...."

"쉬는데 방해해서 미안해."


고개를 숙인 루시안이 그대로 돌아간다.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몸짓이다. 아이든은 한숨을 쉬고, 말아쥔 손을 폈다.


"초콜릿.."


바스락거리는 종이포장지 안에, 꼭 쥐고 있었는지 살짝 녹은 감촉. 아이든은 미간을 찌푸렸다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눈을 떴다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둘이 똑같네."


한숨을 내쉬며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정말 달라진 게 없구나, 너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든 헌터는 가방을 챙겼다. 쎄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탕-!


폭죽 터지는 소리가 난다.

지구가 망해도 밥은 먹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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