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코러스 루트 레티안즈 크로싱 퀘스트 전후 네랏의 목소리들 대화 스크립트 타이핑하여 공유.

https://www.evernote.com/Home.action?login=true#n=1b64bc7b-31a7-4c85-a4ce-7d6267347aa2&s=s159&ses=4&sh=2&sds=5& 



이하는 감상:

코러스 퀘스트를 마치고 귀환하면 플레이어가 보낸 주요인물이 꼬챙이에 꽂혀있고 네랏과 그들에 관해 대화할 수 있게 되는데, 레티안즈크로싱 후엔 퀘스트 자체(올드월이나 베인 등)에 대한 대화는 없고 이 대화만 나와서 좀 실망했었음. 하지만 찬찬히 읽어보니 아컨의 특정 측면이 뚜렷이 드러나더라. 사일런트아카이브 회화가 그의 마술사이자 스토리텔러 면모를 부각시킨다면, 이 대화에선 카이로스의 인테로게이터가 보임. 

이를테면 래토몬 회화에선 예의 '심문(고문-흡수)'에 대한 본인의 묘사를 볼 수 있음. "허구로부터 사실을 파내며, 생각들의 직소 퍼즐을 정렬"이라든지, "우리와 용병대장은 네가 보아온 어떤 교류보다도 깊은 단계에서 이야기를 나눴어. 우린 우리 자신 만큼이나 캡틴을 잘 알지. 그와 우리를 분리시키던 장벽은 이제 두 생각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얇다." 같은 지문들... 특히 후자는 나와 다른 육체로 분리돼 있던 타자를 자기 정신의 일부로 만드는 네랏의 존재형식을 직설적으로 설명함. 이 대목을 읽으며, 난 그 만화를 보지 않았지만, 에반게리온의 LCL? 사람들을 녹여 더 이상 서로간의 거리가 없는 하나의 용액으로 만드는 것? 이 생각났음. 가끔 네랏의 존재형식이 타자의 존재에 대한 끔찍한 - 그리고 만족될 수 없는 - 갈구라는 생각이 듦.

즈덴야에 관한 대화는 좀더 복잡한데, 래토몬의 경우와 달리 즈덴야 살해에 대해 네랏은 '표면적으로는' 부인하며 오리발을 내밀기 때문("우린 네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네가 언급한 스파이크가 무슨 스파이크야? 어째서 우린 한 번도... 오, 오. 저 스파이크 말이구나.") 하긴 투넌의 법관이 데려다준 투넌의 포지마스터를 죽여서 전시해 놓고 퀵인정하면... 되겠냐???

솔직히 네랏이 포지바운드 마스터를 건드린 건 잘 이해가 안 되는 일임. 포지바운드는 투넌 휘하 길드라고! 투넌은 동료 아컨들에게 사형까지 내릴 수 있는 카이로스의 거의 실질적 대리자고, 애쉬네랏은 1막에서 앞다투어 그에게 자기 공적을 선전하는 편지를 쓸 정도로 투넌을 의식하는데. 저런 짓까지 했다는 건 1) 네랏의 예술가적(...) 기질이 때로 본인의 통제를 넘어선단 증거거나 2) 그만큼 철제 무기가 간절했단 소리임. 난 후자에 무게를 두는데, 정황상 티어스 정복은 카이로스배 평소 짜증나던 아컨들 데스매치로 보이기 때문. 그 경우 네랏의 주적은 오합지졸 반군이 아니라 애쉬의 디스페이버드고 디페는 코러스 대비 훈련수준과 장비빨이 넘사벽이고. 전자는 인해전술로 어떻게 해본다 쳐도 후자는, 일단 칼이 갑옷을 뚫질 못하니 손쓸 방법이 없어요. 이 메인퀘에 더해 포지바운드 마스터를 코러스에 협조적인 인물로 갈아치우는 진영퀘도 있는거 보면 확실히 네랏은 장비 열위 문제에 꽤 절박했던 것 같음(사일런트아카이브가 개인적 최애템이라면 포지바운드 철기는 전략적으로 꼭 필요한 썸띵썸띵?).

네랏도 처음부터 즈덴야를 죽일 생각이었던 건 아니었던 것 같긴 함. 처음에 퀘스트 맡길 때 "I will guarantee her protection, and safeguard her knowledge. An artist such as herself needs to be shielded from the perils of war." 대사 치는 것도 그렇고, 정황상 회유 시도가 있긴 했던 것 같애. 하긴 대장간 일이란 게 뇌가 아니라 육체에 붙는 거니까. 하지만 설득이 전혀 안 되고 망치가 날아오고 하니까 걍 꿀꺽 삼켜버린듯(...). 그러곤 하는 말이 걸작인데, 앞에서 페바한테 그녀의 보호를 약속했던 단어들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철의 비밀은 그녀의 머릿속에선 안 안전해. 그래서 우린 그걸 우리 안으로 초대했어^^." 하이고....

그래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은... 무기열위땜에 포지바운드집착공인것도 즈덴야 살해가 처음부터 계획된 건 아니었던 것도 이해한다 쳐도... 네랏은 뭣하러 그 시체를 다 보이는 데 전시했나? 이 아컨 페바를 뭐라고 생각하나? 투넌이 페이트바인더에게 아컨들 뒷조사 맡겼고 자기가 페바에게 보여주는 모든 게 결국 투넌 귀에 들어갈 거란 거 모르지 않을 텐데. 실제로 코러스 퀘스트라인을 통해 페바가 보는 모든 게 3막에서 네랏의 사형 선고로 변신한다고. 그가 리얼 설정만큼 유능한 스파이마스터였다면 페바의 힘을 이용해먹되 자기 죄는 안 보이게 감추고, 대신 애쉬의 죄만 잘 보이는 길목에 흘려놨어야 됨. 그러나 그랬으면 게임 진행이 안 됐겠지? 

네랏 사후 벌스는 자긴 네랏의 죽음을 믿을 수 없고, 그가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죽음을 계획했을 것 같단 말을 여러번? 하는데, 네랏과 벌스 작가가 같단 걸 생각해보면... 캐릭터설정과 스토리라인 충돌에 대한 작가 나름의 설명? 일종의 타협점일지도 모르겠음. 



+ 2회차 컨퀘스트에서 레티안즈 크로싱 코러스에 넘기고 흐흥 일종의 프로포즈 기믹~ 하며 좋아햇는데 하 아컨 크로싱에 1도 관심없더라... 그래도 돌의바다 외부에 통치지역 생긴거니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음 1막 워텐트에서도 언급 안해주고(케언 살해, 바스타드시티 입성만 언급) 퀘스트설명에서 네가 넘겨준 통치권~ 어쩌고 얘기할때도 어깨 으쓱이는 모션... 레티안즈에서 신경쓸만한건 포지바운드 뿐이고 나머지는 더러운 소작농과 무기력한 난민들, 별볼일없고 대체가능한 존재들이라고 여기는듯. 이럴때 보면 네랏은 행정적인 통치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음. 

애쉬가 혈통주의자라면 네랏은 확실히 엘리티스트임. 만인에게 기회를 열고 만인이 만인을 해하게 하여 생존자의 성취에 보상하는 코러스 시스템부터가 노골적인 메리토크라시의 이상이지만; 하긴 예술가(자칭이지만)는 엘리티스트일 수밖에 없다고들 하지 않냐? 탁월한 한둘과 그 외의 나머지 전부로 이뤄진 영역이니까... 

++  네랏 즈덴야를 트루 아티스트라고 얘기하면서 거기에 자기를 빗대 스스로를 올려치는데 누굴 누구한테 비비는지...? 얼척없음 내가 즈덴야였음 어이없어서 카코포니 방향으로 망치 던졌다. 그래도 예술 예술 노래를 부르는게 본인한텐 아무튼 진심이란 게 보여서 재밌기도 했음. 스퀘어에 고통을 실험한 시체들을 전시해 놨던 북부에서의 젊은날은 아마 미저리의 어프렌티스 시절이겠지... 야 페바한테 그런거 겹쳐보지마라 

+++ 래토몬의 광기를 전부 가져가지 않고 필요없는 부분은 버렸단 언급도 재미있었음. "우리는 우리의 매드니스를 억누르고 고삐를 채울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없지." 같은 말도 좋았고. 그런데 포스트를 이만큼 쓰고 있으니 그냥 저 아컨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다 나한텐 재밌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