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의 삶


1. 슬로바키아의 남서쪽 그 가장 맞닿은 곳에 조그만 마을 하나가 있다. 푸른 초원이 드넓게 펼쳐진 땅 위에 낡은 울타리로 둘러싼 양 다섯 마리 염소 한 마리를 키우는 오래된 벽돌 집이 보이고, 치매걸린 노부부 혹은 일찍이 과부가 된 여인이 산다. 시골 마을의 흙길을 따라 쭉 걸어가다보면 돌탑 두 개가 양쪽으로 놓여진 '끝'을 볼 수 있는데, 그 입구가 바로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선이다.

2.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경계는 십자가로 대신한다. 십자가 촘촘히 박힌 보도블럭 옆에는 아늑한 카페의자가 널려있다. 혹시라도 다리 하나가 빠져나가는 날에는 두 땅을 동시에 밟은 최초의 사물이 되겠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선 하나로 좌우되는 주소를 가진 집도 있다. 정확히 반으로 갈라진 그곳의 삶은 어디로 흘러들어가는 걸까.

3. 넝쿨담 너머 철조망 울타리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있다. 오직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곳.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두 나라는 동시에 가장 멀다. 말도 눈도 섞을 수 없다. 여기는 맨 앞이자 맨 끝이다.

4.  최전방의 삶은 어느 곳이든 외롭다. 외롭지 않은 곳도 있다. 당장은 고요할 것이다. 넝쿨과 철이 맞닿은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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