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네라도라
약수위 조심!










"너 병원 많이 와본 티 낸다?"

"너 학교 안 가?"

"너가 안깨워서 지각했잖아. 안 가."

"너 무단 지각이면 생기부에 적혀. 가. 선생님한테 전화 해놓을게."


창섭이 성재의 담임에게 전화를 걸려하자 성재는 창섭의 폰을 잽싸게 뺏었다. 이미 말했어, 못 간다고. 창섭은 성재를 흘기더니 네가 한두번이냐, 하는 표정으로 병원을 나간다. 성재는 뒤에서 따라오며 계속 말을 걸었지만 창섭은 들은 체도 안했다.


"어제 어디갔다 왔는데."

"...."

"갑자기 왜 나갔던 건데. 야밤에 얼마나 돌아다녔으면 그 지경까지 되냐?"

"...."

"아니, 씨발, 왜 대답을 안해. 야!"


성재가 창섭의 팔을 잡아채자 그는 팔을 뿌리쳤다. 그리고 뒤돌아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성재를 올려다본다.


"너도 내 물음에 똑바로 대답한 적 한번도 없잖아."

"뭐?"

"...제발 오늘은 그냥 좀 나둬 줘. 내일부턴 알아서 길 테니까."

"허-. 야, 이창섭. 누가보면 내가 너한테 뭐, 개지랄이라도 하는 줄 알겠다?"


창섭은 조용히 성재를 지나치려는데 눈이 자꾸 감겨서 걸음이 제대로 방향을 잡질 못했다. 그러다 삐끗해선 의도치않게 성재에게 부축받았다.


"이거 봐. 너 열 다 안 내렸잖아. 제발 의사말 좀 들어, 씨발."

"됐다는데 왜 자꾸 그래. 내 몸 내가 제일 잘 안다고."

"하아- 그래, 너 집 알아서 와."


성재는 원래 제말을 고분고분 다 듣던 창섭이 갑자기 반대로 가려 하자 당황스러웠다. 저도 짜증나서 그대로 창섭을 잡고 있던 손을 때곤 집으로 향한 성재다. 집에 가면서도 알게 모르게 걱정되긴 했지만 창섭 핸드폰을 제가 갖고 있어서 전화도 안되니 괜히 불안하기까지 했다. 성재는 집에 도착했지만 본인이 들어오고 20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 창섭에 필시 무슨 일이 생겼을 거라 생각해 다시 나갈 준비를 하는데 현관문이 열리며 찬 바람이 창섭을 타고 들어왔다.


"야, 왜 이제 와. 전화도 안되서 오다 죽은 줄."


창섭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지만 그래, 오늘은 아프니까. 아프니까 참는다, 생각하는 성재다. 들어왔으면 됐지. 사실, 또 찬 바람을 많이 쐰 터라 정신을 못 차리는 창섭이다. 곧장 침대로 가 겉옷도 안벗은 채로 침대에 쓰러져 몸을 덜덜 떨었다. 그걸 본 성재는 미간을 찌푸리며 창섭을 일으켜 겉옷을 벗긴다. 앉아있기도 힘든 창섭이 숨을 가쁘게 쉬면서 성재의 배에 힘없이 머리를 기댔다. 앓는 소리를 계속 내는 창섭이 오늘은 좀 생소했다. 늘상 듣던 소리라지만 상황이 달랐으니까. 괜히 긴장하게 만든다.
이미 땀에 흠뻑 젖은 옷도 갈아 입히려다 됐다, 싶어 그만두곤 이불을 목까지 덮어주었다. 자꾸만 추워하는 그를 위해 전기장판도 켜주는 걸 잊지 않는 성재다.


"이렇게 사람 귀찮게 할 거면 감기는 왜 걸려, 병신아."

"...하아, 하,"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아픈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이창섭이 몸이 약하다는 건 대충 알고 있었는데 딱히 크게 앓았던 적이 없었어서. 난 크게 가끔 아팠지만 이창섭은 잘게 자주 아팠다. 그래서 늘 부모님이 일 나가셨을 때, 날 간호했던 건 1살 형, 이창섭 밖에 없었다. 옛날에는 둘이서 하루종일 엄청 잘 놀았는데 언제부턴가 관계성이 비틀리기 시작했다. 친구에서 갑과 을 쯤으로 바꼈다고 해두자. 딱히 의도했던 건 아니니까. 이창섭은 내 기분에 다 맞췄고, 절대 먼저 다가오는 일이 없었지만 내가 키스하고 몸을 맞대면 그다지 큰 반항 않고 받아줬다. 성격이 원래 그랬던 건지, 꼴에 형이라고 날 끔찍히 위하는 건지. 어느샌가 그저 성욕 풀이가 돼버린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시간이 점심을 훌쩍 지나있다. 밥, 약 다 잘 먹어야 한다는 말이 뇌리에 박혀 아까 오는 길에 사온 죽을 먹기좋은 온도로 데운 성재는 방에 들어가 창섭을 끌고 나왔다. 아파서 입맛이 없을 거란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한 두 숟갈 먹곤 내려놓자 당황스런 성재다.


"너가 좋아하는 죽이면서 왜 이렇게 안먹냐?"

"입맛 없어."

"너 그대로 약먹으면 속쓰려. 몇 숟갈만 더 먹어."


성재의 명령조에도 전혀 응하지 않는 창섭에 답답했던 성재는 직접 숟갈을 들고 떠먹였다. 본인도 빈 속에 약먹었던 적이 있는데 약이 워낙 센 약이다 보니 잠도 못 자도록 속이 매스꺼웠어서 그 느낌을 창섭에게까지 느끼게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더 이상 받지 않는건지 거부했다. 애가 탄 성재는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쓸어넘기더니 잠시 망설이다 제 입에 죽을 담고 창섭에게 입을 맞췄다. 몸에 힘이 없어서 입술은 자연스레 열렸고 그 새로 죽을 밀어넣는다. 입에 무언가가 들어오는 느낌이 희미하게 느껴졌지만 그대로 삼키는 창섭이다. 그러다 퍼뜩 저와 성재가 키스를 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곤 고개를 빼는데 성재가 뒷통수를 잡아 제지하곤 혀로 창섭의 입에서 죽이 다 삼켜지도록 밀어넣는다. 당황스럽지만 일단 넘어가는 죽을 다 삼키니 그제서야 입술을 때는 성재다.


"ㄴ, 너... 하아, 하, 뭐하는 거야..."

"하, 후으, 진짜, 이렇게까진 안하려 했는데 하도 안 먹으니까."

"...너 감기 옮으면 허으, 어떡하려 그래. 고 3은 감기 걸리면 끝인 거 몰라?"

"괜찮아. 아빠 회사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이제 숟갈 들고 직접 먹어. 또 키스해서 넣기 전에."

"너 왜 이렇게까지 하는데. 평소엔 신경도 안 쓰더니 갑자기 왜 이래."

"나 아플 때는 매번 형이 간호해줬잖아. 학교 빠지면서까지. 그래서 개근상도 못받고."

"그거 뿐이야?"

"또 뭐가 있을까?"


하도 제게 죽을 적극적으로 먹이니 혹시 다른 속셈이 있는 건가 싶은 창섭의 물음에 대한 성재의 대답은 창섭을 아리송하게 만들었다.


"빈 속에 약 먹으면 속 쓰리고, 약발 안들어. 그리고 밥을 먹고 기운을 내야 빨리 낫지. 안 그래?"

"..."


창섭의 시선은 성재에게서 벗어나 이리저리 배회하다 곧 죽 그릇으로 향했다. 숟갈을 들고 죽을 마저 다 먹는 창섭이다. 열이 조금 내린 상태로 잠을 자니 개운한 것 같았지만 여전히 어지럽고 무엇보다 숨 쉴 때마다 계속 폐쪽에 공기가 통하는 느낌이 너무 이질적이어서 기침이 끊이지 않았다. 그 덕에 목에서 쉰소리가 날 것 같고. 성재는 답지않게 걱정이라도 하듯 아랫입술을 지긋 깨문다. 약까지 먹고 다시 침대로 가 눕는 창섭을 끝까지 주시하고 있던 성재는 방으로 들어가 그 옆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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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올리고나서 갑자기 구독자분들이 늘어남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오또카지... 점점 이상한길로 가고이따... 여기서 끝내야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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