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1章. 



01.





공중에 둥둥 떠 있던 가마가 땅으로 내려앉았다. 다른 귀족 여식들은 가마꾼과 같이 따라온 몸종들이 문을 열어주고 도와주는 데 반해, 스가와라는 제 손으로 문을 열어 땅을 짚고 일어섰다. 여기저기서 우리 아기씨 예쁘다는 칭찬부터 시작해서 잘하실 수 있다는 둥, 꼭 높은 자리에 오르실 거라는 둥 제 주인을 위해 온갖 꿀 발린 말을 하며 사기를 높여주었다. 그녀들의 아비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행동으로 보아 벌써 서열이 보였다. 저의 아비를 기준으로 계급이 높으면 고개 숙여 인사하면서 사람 좋게 비위 맞추기 급급했고, 낮은 계급의 여식과 마주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시선을 아래로 내려다봤다. 아주 모르는 사이는 아닌 것 같아도 아버지의 계급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누군가를 제 위에 세우거나 아래로 내리는 권력과 눈치 싸움에 벌써 몸이 저릿할 지경이었다. 아직 입궁도 하지 않았고,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조용히 있어도 모자랄 판에 저런 무기 없는 전장이 끼어들고 싶지 않아 스가와라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근처의 여식들에게만 가볍게 인사하고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저의 존재를 숨겼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제히 목소리의 주인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와 몸을 돌렸다. 아직 어린 나인들을 이끌고 온 상궁은 예를 갖춰 인사한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소인은 오늘부터 아가씨들을 모실 우에하라라고 합니다. 필요하신 것이나 궁금하신 것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우에하라라고 소개한 상궁은 그들 뒤에 줄지어 서 있는 화려한 가마부터 시종들, 그리고 궁궐 한 채 값은 거뜬히 나올 것 같은 재물들을 훑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지엄하신 황제 폐하가 계시는 곳입니다. 사가에서부터 가져오신 것은 전부 돌려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우에하라의 말에 몇몇을 제외하고는 우물쭈물하면서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가져온 것도 없으니 돌려보낼 것도 없는 스가와라는 그저 저를 데려다준 가마꾼이 돌아간 것만 확인할 뿐이었다. 귀하게 자라신 분들께서는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지 가만히 서 있었고, 우에하라는 시간만 끌고 있는 그들에게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일침을 꽂았다.



“어느 분이 되실지 모르겠지만 여기 계시는 아가씨 중 한 분은 황제 폐하의 옆을 보필하며 같이 이 넓은 나라를 이끌어 가셔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단호히 결정을 못 하시는데 장차 큰 직위에 오르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녀의 말에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옆에 찰싹 붙은 시비들을 떼어내고 줄줄이 뒤따른 짐수레를 돌려보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게야. 할아버님께서 아시면 자네를 가만두지 않을 것인데 후일이 걱정되지 않는가 보지? 그리고 자네 말을 따르면 내가 자네의 윗전이 될 수도 있는데 어찌하려고 이런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건가.”



“정 3품 킨죠 영감 댁의 손녀분께 인사 올립니다. 간택이 끝나고 아가씨께서 저의 상전이 되셔서 벌을 내리신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황제 폐하를 모시는 사람이고, 그분의 명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아가씨들께 드린 말은 황제 폐하의 뜻이니 불만이 있으셔도 따라주셨으면 합니다.”



‘황제 폐하’라는 단어가 언급되자 킨죠 가의 손녀는 입술을 깨물며 옆의 시비를 노려보면서 짐수레 쪽으로 밀쳤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지 시비는 휘청거리다가 금세 바로 선 뒤 아무렇지 않게 같이 온 노비들과 돌아갔다.


마지막까지 남은 노비와 짐수레가 물러나자 우에하라는 규수들을 데리고 움직였다. 입궁도 하지 않았고 할 일도 산더미인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버렸다. 입으로는 천천히 따라오라고 말했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재빨랐다. 하지만 더 신기한 것은 뒤따르는 이들이었다. 그녀에게서 조금도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식으로 황궁에 들어가기 전, 문 앞에는 커다란 솥뚜껑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선두에 선 고위직의 여식들은 덤덤한 표정을 유지하거나 예상했다는 듯이 웃었지만, 뒤에 있을수록 의미를 몰라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궁에 들어가시기 전에 이 나라의 태평성대와 황제 폐하의 무운, 그리고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앞에 보이시는 솥뚜껑을 밟으시면 됩니다. 자, 신을 벗으시지요.”



차례대로 예쁜 꽃신을 옆에 벗어두고 버선발로 솥뚜껑을 밟기 시작했다. 뒤에 먼저 신을 벗은 사람이 있음에도 기다리는 것을 보니 이 또한 계급이 높은 순서대로 밟는 모양이었다. 이 나라 귀족의 신분이 어떻게 되고 높은 사람은 또 얼마나 높은지 모르는 터라 자신의 위치와 신분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중앙에서 소식 하나 제대로 전하고 받으려면 몇 달은 족히 걸리는 변방을 다스리는 제 아비는 높은 신분이 아닌 것 같았기에 스가와라는 맨 뒤로 향했다.


부엌에서 막 가져온 것인지 그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갔는데도 마지막인 스가와라가 밟을 때까지 온기가 남아 있었다. 솥뚜껑에서 내려와 얼른 신발을 치마로 가리고 발을 쑤셔 넣었다. 평소 집에서 신고 다니던 신에 비하면 비싼 것이지만 앞의 규수들과 비교하면 낡고 초라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숨기고 싶었다. 스가와라가 신을 다 신고 우에하라가 다시 움직이려 할 때였다.



“황제 폐하 납시오.”



갑작스러운 황제의 등장에 규수들은 허리 숙여 인사했는데 그 모습들이 다 똑같아서 미리 맞춘 것 같았다. 눈은 살짝 감은 채 앞 사람의 발보다 조금 앞을 보고 있었고, 굽힌 허리는 유연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으며, 두 손은 가지런히 모으고 있었다. 스가와라 또한 얼른 예를 갖추었지만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아온 앞의 여식들과 달리 자세가 엉거주춤했다. 스가와라는 눈을 뜨고 고갤 들어 눈앞의 황제를 보고 싶은 호기심과 그러면 제 목이 남아나지 않을 거라는 이성이 싸우고 있었다.


본가에 있을 때는 저잣거리의 소문에 의존하거나 물어본다 해도 기껏해야 외거 노비들이나 가끔 찾아오는 전령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고개만 들면 소문으로만 듣던 황제를 볼 수 있었다. 얽은 얼굴은 이 커다란 나라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추남이고, 몸집은 저 태산만한데다가 성격도 흉포하여 기나긴 전쟁이 끝났음에도 중앙 관료들은 하루가 멀다고 안절부절못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었다. 금방 지나갈 줄 알았던 황제는 그 자리에 서서 그의 뒤를 따르는 궁인들과 비슷한 수의 여식들을 훑어본 뒤 바로 옆 노신에게 물었다.



“설명하라.”



“이번 황제 폐하의 혼례를 위해 입궁한 각 관료 및 지방 호족들의 영애이십니다.”



황제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고개를 살짝 들어 미지의 존재인 황제를 훔쳐볼까 싶다가도 아직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노신과 최고상궁 때문에 스가와라는 다른 영애들과 비교해 현저히 수준 낮은 예절이 꼬투리 잡히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딱딱한 돌바닥을 걷는데도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소리가 하나 없었다. 최고 상궁의 안내를 받으며 본궁에서부터 그들이 지낼 후원까지 가는 길에 앞만 보고 걷는 다른 여식들과 달리 스가와라는 궁궐을 구경했다. 지나가는 풍경도 아쉬워 뒤돌아 붙잡고 앞에 있는 풍경도 보내기 싫어 수시로 걸음을 멈췄다. 입궁한 순간부터 그들이 앞으로 지낼 후원까지 가는 길은 생전 보지 못한 화려함으로 가득했다.


문득 아버지라는 사람이 입에 달고 살던 말이 생각났다. 이 넓은 땅에서 궁궐 다음으로 멋진 집이 여기일 거라던 당신의 말씀은 그저 우물 안의 개구리가 우는 소리에 불과했다. 수도에서 열흘이나 떨어진 변방에 살면서 있는 것이라곤 돈과 욕심뿐이라 황제 폐하께서 지내시는 궁궐처럼 지어달라고 장인들에게 요구해 만든 저택이 지금의 집이었다. 그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장인들을 모아다 큰돈을 써서 만든 저택은 여느 세력가 못지않게 화려하고 컸지만 역시 궁궐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            *            *




“앞으로 이 후원에서 소인이 아가씨들께 궁중 예법을 포함하여 기본 지식을 알려드릴 것입니다. 차례대로 호명할 것이니 여기 준비된 옷을 챙기시어 배정된 방으로 가시면 되십니다. 안내는 이 아이들이 해드릴 것입니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부터 초간택이 있을 것입니다. 간단한 신체검사부터 기본적인 궁중 예법을 알려드릴 것입니다. 많이 피곤하실 터인데 푹 쉬십시오.”



이름을 부르는 것도 계급의 순서대로였다. 이미 계급의 순서대로 서 있어서 앞으로 차례대로 나가 옷과 함께 나인들의 안내를 받아 배정받은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중간쯤 됐을 때 스가와라의 이름이 호명됐다.



“야마시로 아오미 영애.”



“네, 네.”



정확한 이름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야마시로’라는 성으로 불리는 것이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평소에는 어머니의 성을 가져와 ‘스가와라 코우시’로 불렸기 때문이었다. 가끔 신참으로 들어온 노비들이 실수로 그렇게 부르기도 했지만, 노비들이 매번 바뀌는 것도 아니었기에 오랜만에 듣는 아버지의 성은 참 어색하고 낯설었다.


스가와라가 호명되자 주위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제까지 살면서 들어본 명문가도 아닌데 생각보다 높은 지위에 있고, 이 중에서 가장 수수한 차림을 보니 집안에 힘도 없는 것 같은데 왜 이 자리에 있냐는 말은 굳이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스가와라의 본가인 야마시로 가문은 중앙에 연줄이라고는 한 줄기도 없어 선대 야마시로가 그동안 모은 재물을 절반이나 가져다 바쳐 겨우 얻은 것이 지금의 직위와 다스리는 영지였다. 권력에 그렇게 욕심 많은 사람이 저 산골짜기 마을을 다스리기에 말단 직위쯤 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높은 직위라서 조금 놀라웠다. 아마 그에게 직책을 준 사람도 이 가문의 능력에는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중앙에 가까운 마을을 다스리기엔 부족하나 받은 게 있으니 뭐라도 줘야겠고. 그래서 지역은 변방이되 직책은 높여준 것이 아닐까 하는 스가와라만의 추측이 생겼다.


맨 뒤에 있던 스가와라는 조금씩 물러나는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와 옷을 받아들고 앞장서서 걷는 어린 나인의 뒤를 따라갔다. 나인에게는 편히 쉬고 싶으니 물러가라는 말만 남기고 방에 들어온 스가와라는 문을 닫자마자 참았던 숨을 길게 내뱉으며 주저앉았다. 궁이 보이는 순간부터 긴장해서 힘이 잔뜩 들어간 몸은 긴장이 풀리자 모래가 파도에 쓸려 형체가 없어지는 것처럼 무너져 내렸다. 오늘은 운 좋게 보냈다고 하지만 내일 본격적인 간택이 시작되면 피할 방법이 없었다.


수천 번을 넘어서 수만 번을 생각해봐도 해결방법은커녕 최악의 사태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감히 귀족도 아니고 황제 폐하의 비가 되겠다고 온 사람이 남자라니. 이건 황제를 기만한 죄로 최소 사형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제안을 승낙했을 때 무슨 뾰족한 방법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이복 누님을 대신해 황궁에 들어오는 대신 이후 자신에게 보장되는 자유는 스가와라가 그토록 바라고 또 바라던 것이었다.



“영애은 무슨. 날고 기어봤자 서자인데.”



과거 몇 년간 지독한 흉년으로 인해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별의별 것을 다 내놓았다. 그중 하나가 자신의 신분을 사고파는 것이었고, 그 당시 수완이 좋은 장사로 부와 세력을 넓힌 선대 야마시로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양반 직위를 사들인 것이다. 그나마 인간성은 좋아 집안이 잘 버텼지만 그의 아들, 현 가주이자 스가와라를 이 궁궐에 보낸 아비는 다혈질에 낭비벽이 심해 2대 만에 집안이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가주를 대신해 집안의 재정을 관리하던 소고 할아범은 이런 식이라면 얼마 못 가 집이 무너지고 길거리에 나 앉게 될 거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내뱉었고 그제야 위기의식을 느낀 그는 어떻게든 방도를 찾겠다고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그의 귀에 들어온 것이 황제 폐하의 비를 뽑는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못 해도 황제의 첩실로 보내려는 아비와 달리 하나밖에 없는 딸은 궁궐 근처에는 가지도 않겠다고 버텼다. 얼굴은 얼뜨기에 성격은 괴팍하여 시집을 간다면 지옥 길이나 다름없을 거라는 저잣거리의 소문을 듣고 지레 겁먹은 그녀는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식음을 전폐해버렸다. 다른 집은 황후의 자리에 앉고 싶어 안달인데 그 반대인 딸을 답답해하며 대낮부터 술을 마시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있었다. 산 넘어 산이라고 부인이 도와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딸도 모자라서 그녀의 어미이자 자신의 본부인이 버선발로 달려와서는 제 딸을 황제에게 보내면 목매달아 죽어버릴 거라는 말로 그를 협박했다. 두 여자의 고집에 어쩔 수 없이 두 손 두 발 들어 포기했지만, 딱히 마땅한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스가와라였다. 이 집안의 불청객이자 골칫거리인 그는 야마시로 가주의 불륜으로 생긴 서자였다. 본부인의 시종이었던 스가와라 어미는 동네에서 예쁘다고 소문이 자자했고, 그런 그녀를 야마시로가 가만둘 리 없었다. 본부인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감시했고, 스가와라의 어머니 또한 강력히 거부했지만 결국 꾀어내 꽃을 꺾고 만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본부인의 노여움을 사기 충분한데 그 뒤가 문제였다. 그 한 번의 동침에 덜컥 아기가 생겨버린 것이었다. 그 일을 알면서도 야마시로는 모르는 척, 못 본 척 그녀를 무시했고, 스가와라의 어미 또한 그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부인의 노여움은 고스란히 스가와라의 어미에게 향했고, 홑몸으로 해도 힘든 일을 이를 꽉 물고 버티며 야마시로에게는 손 한 번 벌리지 않고 꿋꿋이 버텼다.


어렴풋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 가족들이 모자에게 한 행동을 생각하면 본인이 생각해도 이렇게 사지 멀쩡하게 태어난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느낄 정도였다. 누구도 태어나길 바라지 않았던 아이는 제 어미를 닮아 예쁘장하게 생겨서 본부인의 질투와 분노, 자식들의 시샘을 독차지 했고, 모진 괴롭힘 속에서도 잘 버티며 살아왔다. 조금만 더 버티다 나가서 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해도 오순도순 잘 살 거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이 말도 안 되는 이복누이 행세를 하며 궁궐에 들어온 것이었다.


두 모자를 밖에 내보내 주고, 제 어미를 노비라는 신분에서 해방시켜 주겠다는 말은 너무나 달콤해 뒤의 일을 생각할 수 없었다. 아니, 있었다 하더라도 선택지를 하나밖에 없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집안의 명예를 위해서 아픈 이복누이를 대신해 궁궐로 가라는 말은 곧 황제의 앞에서 남자인 것을 들키면 집안의 이름에 먹칠을 하니 궁궐로 가는 길에 알아서 자결하라는 말을 내포하고 있었고, 그걸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하지만 스가와라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가난해도 좋으니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었다. 다른 방도가 없을까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수도였고, 정신 차리니 궁궐의 어느 방이었다.



‘내일은 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집에서 하던 고민이 이 멀고 먼 궁궐까지 따라와 붙잡고 늘어졌다. 무릎을 세워 고개를 숙이자 품에서 짤그락 소리가 났다. 떠나기 전, 어머니가 몰래 품에 넣어주신 것이었다. 가슴께를 부여잡으며 혼자 그 서릿발 치는 모진 겨울 같은 집에 남아있을 어머니를 생각하며 새벽에 몰래 담장을 넘어 도망칠까 생각하던 때였다.



“꺄아아아아아악-!”






- 繼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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