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는 사료를 먹는다.

유자를 처음 데리고 오면서 여러 카페나 커뮤니티에서 내 나름 조사를 해 본 결과 한국에서 "집 안에" 사는 강아지는 대략 4종류의 밥을 먹는다.


- 건식

- 습식

- 건조사료

- 생식-화식


별로 생각이 없던 주제였는데, 유자 이놈이 밥을 잘 안먹어서 어떡하나 싶어 조금 조사를 해보니 어떤 종류의 개사료를 줘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정말 혼돈의 카오스인 주제였다.


우선 건사료만 100% 급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갖게 되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왠지 강아지에게 건사료만 주면 (음수량 이런것 때문에)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습식을 같이 먹여야 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었는데 공부를 좀 더 해보니 음수량 때문은 아니더라도 영양을 따졌을때 습식이나 건조사료를 급여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여럿 보였다. 아무래도 가공이 덜 된 상태의 재료를 사용해서 그렇다나. 

예전에 보았던 (지금은 알수없는 이유로 사라진) 넷플릭스의 "사료의 진실"에서 건사료만 100% 급여하는 것은 강아지 건강에 안좋다고 주장하길래 '아 건식만 주면 좀 그렇겠다'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내가 자주 들어가던 진도 커뮤니티에는 "진도사랑" 같은 사료를 대포로 사 주면서 '진돗개는 이런 사료 먹여야 한다. 가성비가 좋다' 라는 식의 양육법을 자랑하는 아재들이 드글드글 했는데, 여기서 학을 딱 뗐다. 

'난 저렇게 가성비충이 되지 말아야지.'

아마 저 아재들은 자기밥도 가성비 따져가며 국밥만 먹을테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았다.


생각이 여기에 다다르자, 건사료 말고 다른 사료를 줘야겠다 싶어서 열심히 찾아보기 시작했다.

역시 한국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건사료 가성비충이 한쪽에 있다면 다른 한쪽엔 생식 화식파가 존재했다. 무슨 물건이든 한국에 "천연" 이런 제품 좋아하는 사람층이 꼭 있는데 이들도 비슷한 스타일이랄까. 생식-화식은 사람 먹는 재료를 사서 생식으로 주거나 그걸 조리해서 화식으로 주는 방식인데, 이게 무척 위험해 보였다. 

세나개에 보면 이런식으로 먹이다가 설채현한테 혼나는 사람이 가끔 나온다. 그 이유는 "영양학적 발란스"였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이 영양학적 지식이 없다보니 자기들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카더라 레시피로 만들어 먹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또 다른 이유로는, 생식으로 주로 먹이는 "분쇄육"에 뼛조각이 갈려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이것도 위험하다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격이 문제였다. 이 사람들이 분쇄육을 먹이는 이유가 가격이 그나마 싸서인데, 그렇게 싼 분쇄육을 먹이는 것이 과연 좋은 고기를 먹이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또 역시나 분쇄육 말고 코스트코에서 사람 고기를 사서 먹이는 경우도 보였다. 역시 소비에는 끝이 없다.

한국은 고기가 무척 비싼 나라다. 미국에서나 가능한 이 패턴(마트에서 사람 고기 사서 개에게 먹이는 것)을 한국에서 따라하려면 무척 부유한 사람이어야 가능해보였다.


가난한 나는 이런 저런 이유로 생식이나 화식은 먹이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러면 남은 건 건조 사료...

"뉴질랜드에서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장기간 건조해서 만든 건강한 사료"...가 1Kg에 5만원?

이거 먹이면 나는 라면만 먹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패쓰.


그러면 습식?

건조사료에 비해 조금 싸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비쌌다.

유자 기준으로 하루에 사료값만 만원 정도 나오는데 나는 가난한 사람이라 매달 사료값만 30만원을 지출할 돈이 없다.


그래서 결론은

건사료 반/습식사료 반

이렇게 주기로 결정했다.


아침에는 습식을 하루 먹어야될 양의 1/2 주고 저녁에 또 건사료 1/2을 주는 식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나름 오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지만 또다른 문제가 생겼다.


자고로 사료는 대용량을 살수록 확 싸지는데 1kg 들이랑 11kg 대포랑 단가의 차이가 3-4배까지 간다. 습식캔도 역시 여러개를 사면 20% 정도 저렴해진다.

샘플을 구해서 먹여보고 잘 먹길래 5kg 정도 사주면 며칠 잘 먹다가 금방 깨작깨작 거리면서 안먹기 시작한다.

습식도 한번에 10개씩 사면 3-4개 먹으면 질려서 잘 먹지 않는다...

이 망할 강아지.


사료 빼고 다 잘먹는다.풀, 나뭇가지 먹는 걸 좋아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또 열심히 조사를 했다.

그래서 찾은 해답이 "순환급여".

그러니까 사료를 계속 바꿔주는 것이다. 

아무 사료나 막 바꾸는게 아니고, 단백질원을 바꿔주는 것이 포인트다.

예를 들어 유자는 건사료의 경우엔 한 브랜드 사료를 매일 멧돼지맛 - 대구맛 - 치킨맛 이렇게 바꿔서 먹고, 캔은 그냥 막 브랜드랑 맛이랑 계속 바꾸면서 먹는다.


이게 영양학적으로도 좋다고도 하지만 유자처럼 입이 짧은 강아지에게 좋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 


사실 확신은 없다.

내가 이렇게 먹이는 것이 과연 유자에게 좋은 선택인지, 나 역시 저 가성비충이나 생식-화식 먹이는 사람들 처럼 쓸데없이 자기 확신에 차서 안좋은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인지 하고 말이다.


꾸준히 공부하고 알아보다보면 더 좋은 방법이 나올지도.


어찌됐든 유자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았으면 한다.


뿡





평소 잘 모르다가 글을 쓰다보니 세상을 참 삐딱하게 보고 있다는 걸 많이 느끼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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