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지, 카이 좀 봐줘- 나 잠깐 나갔다 와야해."
"알았어."

히츠키의 부탁에 케이지는 아직 어린 아들을 안아들고 현관 앞까지 마중을 나간다.

"아들, 엄마 다녀올게. 아빠말 잘 듣고 있어~"
"네~!"
"조심해서 다녀와."
"일있으면 연락하고. 금방 돌아올게."
"엄마! 쪽!"

히츠키는 웃으며 아카아시가의 두 남자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선다. 히츠키가 나감과 동시에 케이지는 요모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본다.

"엄마는 아빠랑 결혼했다."
"...아빠 지금 나만 엄마랑 뽀뽀했다고 뭐라하는 거예요?"
"...."
"아빠, 바보."
"엄마를 너무 사랑하는 거라고 해줘."
"소라 있었으면 아빠 엄청 한심하게 봤을거예요. 없는 걸 다행으로 여겨요."
"아들, 말이 너무 심한거 아니야?"
"아빠 아들이니까 이렇죠."
"...."

똑부러지는 카이의 말에 뭐라 반박하지 못하는 케이지. 확실히 이제 막 초등학교를 들어간 카이가 또래보다 성숙한 이유는 아카아시 부부의 영향이 컸다.

"엄마 돌아오기 전에 점심이나 해요. 쓸데없는 질투는 낭비라고 그랬어요."
"뭐? 누가-"
"테츠로 삼촌이요. 아빠가 질투하면 꼭 써먹으라고 했어요."
"쿠로오 상이란 말이지?"
"또 삼촌 괴롭히려는 거죠? 그럼 엄마한테 이를거야."
"너희 엄마에게 난 쿠로오 상보다 먼저야."
"저보단 아니죠."
"뭐?"
"전 들어가서 숙제하고 있을게요."
"...그래."

케이지는 차마 꼬투리를 잡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며 부엌으로 발길을 돌린다. 아직 갓난아기였을 때야 자신도 아이들을 워낙 귀여워했어서 몰랐지만 다 크고 나서는 아들에게 가끔 질투가 나는 케이지였다. 히츠키에겐 아직 아들이 귀여웠지만 케이지의 눈엔 이미 다큰 아들을 저렇게까지 챙겨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후...이걸 히츠키가 알면 웃을텐데..."
"아빠."
"음?"
"이번 주말에 왜 갑자기 외할아버지 댁에서 자는거예요?"
"...."

뭔가 알고있다는 듯한 얼굴을 한 카이의 질문에 케이지는 대답을 망설인다. 사실 그날은 케이지가 히츠키를 꼬시고 또 꼬셔서 어렵게 둘만의 시간을 갖기로 한 날. 자신도 어렵게 수술 스케줄을 빼서 시간을 만들었다. 왠만한 응급이 아닌이상 절대 연락하지 못하도록 동료들에게도 단단히 일러두었다. 마침 최근 환자들이 입원환자들이 아니라 가능한 일이었다.

"그날 엄마랑 아빠가 일이있어서 그래."
"데이트?"
"...누구야?"
"누구겠어요. 보쿠토 삼촌은 단순해서 조금만 유도하면 다 말해주는걸요."
"도대체 누가 보쿠토 상에게..."
"아마 토오루 삼촌이겠죠."
"오이카와 상에서 나츠 상에서 보쿠토 상인가...하-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데, 아들."
"데이트는 글렀다고요."
"뭐?"
"주말에 꽃놀이 다녀오는 숙제가 있어요."
"외할아버지들이랑 같이 다녀오면 되잖아."
"난 엄마랑 아빠랑 가고싶은데-"
"...엄마랑 가고싶은거겠지."
"정확히는 그래요."
"꼭 그렇게 방해를 해야겠어?"
"흥-"
"하...알았어. 이번 주말이지?"
"...정말 가요?"
"숙제라며. 꽃놀이 갈때도 됐고 언제 또 시간날지 몰라. 외할아버지네랑 되면 할아버지네도 같이 해서 다같이 가자."
"네!"

카이는 신이 난 얼굴로 다시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저럴때는 또 아직 어린애 같은 면이 남아있어 케이지도 뭐라하지 못한다.


* * *


"케이지, 왜 이렇게 기분이 별로야?"
"티났어?"
"적어도 나한텐. 카이도 눈치 보는걸 보니 둘이 뭐 있어?"
"카이가 눈치봤어?"
"그냥 케이지 얼굴 힐끔힐끔 보던걸."
"그렇게 눈치보라고 한건 아니었는데...사실 카이가 이번 주말에 꽃놀이 가자고 해서 말이야."
"뭐? 그 날은 애들 아빠랑 엄마한테 맡기고 우리끼리 어디 가자며?"
"그럴 예정이었는데...숙제가 있다고 해서. 우리랑 가고싶다는데 안 된다고 할 수 없잖아. 보쿠토 상한테 우리가 그날 데이트 있다는거 다 들은것 같았고."
"하...내가 그 선배를 진짜- 그래서 그렇게 기분이 별로 였어?"
"아니, 뭐- 꽃놀이가 싫다는 건 아니고..."
"내가 카이한테 잘 말해볼까?"
"아니야. 이미 그러자고 했어. 아버지랑 어머니도 시간되신다고 했으니까 장모님이랑 장인어른도 모시고 전부 다 같이 갔다오자. 어차피 갈 예정이었잖아. 이번 주말 아니면 언제 또 시간날지도 모르고."
"그렇지만..."
"괜찮아. 데이트를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 어리니까 이해해줘. 이때 아니면 언제 또 우리랑 같이 놀려고 하겠어. 3년만 지나도 우리보단 친구일텐데-"
"응."

히츠키는 웃으며 케이지를 안아 달랜다. 그에 케이지도 얼굴이 조금 풀려서 그녀를 마주안아준다.

"그럼 내일 엄마한테 전화하면 돼?"
"아, 내가 미리 연락해뒀어. 그냥 데이트 하라고 하시긴 했는데 카이가 너무 좋아하길래 그냥 꽃놀이 가는걸로 했어."
"카이가 좋아했어?"
"응. 아직 아이는 아이더라."
"그럼그럼- 우리 아들이랑 딸이 얼마나 귀여운데~"
"그렇다고 너무 얘들만 보면 섭섭한데."

케이지는 한손으로 히츠키의 얼굴을 감싸며 귓가에 은근하게 속삭인다. 히츠키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그를 제대로 보고 있다고 답하듯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장소를 잘못 찾았는데?"
"그럼, 여긴?"

이번엔 입술에 가볍게 닿았다 떨어진다. 그제서야 케이지는 웃으며 그녀를 안아들고 침대로 향한다.

"의사 선생님이 왠 힘자랑?"
"이정도는 힘자랑도 아니지. 오늘 급하게 선수들 봐주느라 피곤할텐데 얼른 자."
"케이지도 오늘 소라까지 보느라 힘들었잖아. 미안해. 잠깐 나갔다 온다는게 길어져서."
"괜찮아. 얘들보는 건 일이 아니라 내가 당연히 해야하는 거잖아. 얼른 자자. 나 내일 일찍 수술도 잡혀있어."
"응-"

그렇게 두 부부의 하루가 오늘도 지나간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약속한 꽃놀이 날.

"할아버지!"
"우리 귀염둥이들 잘 지냈어?"
"네!"

달려오는 카이와 소라가 귀여웠는지 먼저 달려온 소라를 번쩍 안아드는 두 아이의 할아버지인 아카아시 유우시. 그 옆엔 싱글싱글 웃고있는 아카아시 마이가 서있다.

"우리 카이는 이 할아비에게 안길까?"
"그럴게요."

뒷쪽에 서있던 호시미네 세이치로가 앞으로 나와 카이를 안아든다. 호시미네 유키코는 아이들보다 한 발 늦게 다가온 케이지와 히츠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낸다.

"우리 사위 데이트 하라니까~"
"괜찮습니다. 이렇게 나가는 것도 오랜만이고, 좋죠."
"엄마, 너무 그러지마."
"얘는- 너희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근데 그건 다 뭐니?"
"그냥 먹을거리?"
"우리한테 말하지 그랬어- 나도 이것저것 들고와버렸는데."
"괜찮아. 인원도 많으니까 다 먹을 수 있겠지."
"그러고 보니 형님은 시간 안 된다고 하셨나요?"
"아, 시로? 정신없더라고. 또 일 미루다가 며늘아가한테 딱 걸렸다지 뭐야-"
"오빠 아직도 그래?"
"말도 마렴. 덕분에 며늘아가가 무슨 고생인지...아들이 아니라 며느리 보약을 지어보내는 시어머니가 될 줄은 몰랐지. 다음에 집에 오면 아들 혼내준다고 말했어."
"오빠는 정신 좀 차려야 해. 새언니가 무슨 고생이야. 사카마키 선배 없으니까 언니가 고생이지."
"머리 아프니까 네 오빠 얘기는 그만하자. 얼른 가야지."
"응."


* * *


"아빠, 아빠! 소라 저거 잡고 싶어요!"
"그래? 목마 태워줄까?"
"네!"
"읏차-"

도시락까지 맛있게 까먹은 아카아시와 호시미네 식구들은 각자 꽃놀이를 즐기는 중이다. 케이지는 딸의 요구에 목마를 태우고는 벚꽃이 흩날리는 곳으로 장소를 옮긴다. 그걸 빤히 보고 있던 카이는 자기 옆에 있는 엄마를 툭툭 건드린다.

"응? 아들 왜그래?"
"엄마, 아빠는 소라가 더 좋은 거예요?"
"음? 왜 그렇게 생각해?"
"그치만 소라만 예뻐하는 것 같고...나랑도 요즘 잘 안 놀아주고..."
"흐응- 이제보니 우리 아들 오늘 심술부린 것도 그것 때문이구나? 언제는 이 엄마가 더 좋다더니?"
"엄마도 좋아요! 그치만 아빠도 좋아..요."
"푸핫- 알아알아. 아빠가 괜한 질투를 하고 있었네~ 이거 엄마가 질투해야 하는거야?"
"그, 그건-"
"그럼 카이가 좋아하는 아빠한테 갈까? 솔직하게 말하면 아빠도 좋아할텐데~"
"정말?"
"그럼~ 그렇죠?"
"어머, 당연하지. 네 아빠는 너도 무척이나 사랑한단다 아가. 걱정마렴."
"걱정마렴. 자기 아들자랑을 얼마나 하는 녀석인데-"
"진짜요?"
"이 할애비가 거짓말 하는거 보았니?"
"아뇨!"
"그럼 다녀오렴."
"네!"

유우시나 마이의 부추김에 제 엄마의 손을 잡고 케이지에게로 도도도 달려가는 카이. 한참 소라와 놀아주던 케이지는 카이가 부르는 소리에 소라를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주고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본다.

"아들?"
"나, 나도 놀아줘요!"
"응..?"
"우리 카이가 엄마보다 아빠가 더 좋다는 걸? 그치?"
"두, 둘다 좋아요!"
"아..."

붉어진 얼굴로 부끄러워하는 카이를 케이지가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자 히츠키가 툭툭치며 조용히 속삭인다.

"이때까지 엉뚱한데 질투하셨어요~ 날 뺐긴게 아니라 내가 뺐긴거였다고?"

그제서야 케이지는 웃으며 카이에게 다가가 눈높이를 맞추며 말을 건낸다.

"하하하- 아들, 아빠가 안 놀아줘서 서운했어?"
"...조금."
"그래서 아빠한테서 엄마 뺐으려고 그랬던거고?"
"...."
"풉- 아직 아기네. 우리 아들."
"아, 아기 아니예요! 이제 초등학생인걸요!"
"그래그래- 아빠가 많이 못 놀아줘서 미안해. 괜히 질투하고 있었네."
"우..."
"그래도 엄마한테만 애교부리고 그러면 이 아빠가 질투날 수 밖에 없으니까 앞으로는 아빠한테도 해주기. 알았지?"
"...네."
"우리 소라는 엄마랑 놀까? 오빠가 오랜만에 아빠랑 놀고 싶다니까-"
"네! 엄마도 좋아요!"
"케이지는 카이랑 더 놀아줘."

히츠키는 소라를 안아들고 돗자리를 펴놓은 곳으로 가버린다. 카이와 둘만 남은 케이지는 카이를 안아들고 주변을 조금 거닐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눈다.

"그래서 제가 답했더니 선생님이 잘했다고 칭찬해줬어요."
"우리 아들 똑똑하네."
"아빠 아들이니까! 선생님이 의사는 무지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거라고 했어요!"
"하핫- 카이도 의사 되고 싶어?"
"음- 전 배구가 더 좋아요!"
"배구?"
"네! 배구는 안 돼요..?"
"아니. 그럴리가. 이 아빠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선수였는걸."
"정말요?"
"그럼- 엄마도 아는 걸."
"근데 왜 아빠는 지금 의사예요?"
"아빠는 보쿠토 삼촌이나 오이카와 삼촌만큼 잘하지는 않았거든."
"아빠도 잘했을 것 같은데..."
"우리 아들이랑 같이 해줄 정도는 할 수 있어. 다음에 아빠랑 같이 배구할까?"
"네!"
"대신 엄마랑 하는 데이트. 한 번은 눈감아주는거다?"
"음..."
"왜? 그건 싫어?"
"...오늘 방해했으니까 한 번은 봐줄게요."
"고마워."
"앞으로 배구 한번에 데이트 한 번이에요. 안 그러면 다 방해할거예요."
"음- 그건 봐주면 안 될까?"
"싫어요. 엄만 내꺼야."
"쓰읍- 엄만 아빠꺼야. 이건 양보 못해, 아들."
"흥- 결국 엄마가 최고죠?"
"아들도 좋아해. 소라도 좋아하고."
"그래도 엄마가 더 좋죠?"
"뭐...아들도 나중에 크면 알게 돼."
"말 돌리지 마요."
"씁-"
"어쨌든 나랑도 놀아주면 방해안할게요."
"...알겠다. 약속은 지키는 거다?"
"네."

케이지는 몇 번 더 주변을 돌아다니다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얘기는 잘 했어?"
"그럭저럭."
"카이가 케이지를 그렇게 좋아하는지는 몰랐네."
"뭐, 그렇긴한데 그래도 네가 더 좋은가보던데."
"응?"
"곧 죽어도 대가 없이 데이트 방해 안하겠다는 말은 안하더라."
"에?"
"그러니까 앞으로는 데이트하는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하자."
"음- 아들 눈치 빠르던걸?"
"그러니까 몰래하자는거지."
"결국 끝까지 질투?"
"당연하지. 아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넌 내꺼니까."
"어머- 다 들어."
"들으라고 해. 어른들이 한 두번 들은것도 아니고 카이한테는 아까 지겹도록 얘기했어. 엄마는 아빠꺼라고."
"진짜-"

케이지는 가볍게 팔을 치며 얼굴을 붉히는 히츠키의 귀에 '사실 내일까지 오프니까 내일은 진짜 몰래 어디 다녀오자.'라고 작게 속삭이며 뺨에 입을 맞춘다.

"아들, 여기 데이트 아니고 가족끼리 꽃놀이 온거야."
"쯧- 며늘아가만 있으면 어디든 다 데이트가 되버리지..."
"어머, 보기 좋은걸요~ 그쵸, 여보?"
"헹- 보기좋긴 뭐...윽-"
"보기 좋죠?"
"그, 그렇네..."

오늘도 화기애애(?)한 아카아시와 호시미네 가족들이었다.

트위터 계정 : @writer_sophia 네이버 블로그 : https://blog.naver.com/sophia_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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