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이다혜 작가님의 마지막 강연이었다. <출근길의 주문>을 쓰게 된 계기와 공적관계에서 말하기, 커리어를 꾸리는 기준, 일터에서 여성들끼리의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방법, 자기 브랜딩의 수단으로서의 sns 사용법, 동료 사이에서의 피드백 등등 일터에서 필요한 말과 글 그리고 네트워킹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중 피드백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피드백 방식이야말로 친교를 어떻게 유지할지를 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그 때문에 동료나 친구에게 ‘좋은’ 피드백을 하기 위해 따로 단어 사전을 만들어 두신다는 이야기는 많은 도움이 됐다. 일과 관련된 어휘들을 따로 적어두고 내가 느낀 바를 정확히, 또 훌륭히 표현해 내기 위해 때마다 참고한다는 거였다. 중간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하려고 해도 피드백을 ‘잘’해야 성취감 주고 동기부여가 되는데 그 ‘잘’을 어떻게 하는지가 해당 직원의 역량을 끌어올리느냐 의욕을 꺾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내가 일을 아무리 열심히 그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일을 잘 하고자 하는 의지가 희박해지는 건 순식간이다.

“내가 업무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은, 그런 확실한 피드백에서 온다” (출근길의 주문, p.84)

내가 이 기관에서 잘 쓰이고 있고, 기관의 사람들에게서 영향을 받아 업무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일터를 찾기란 예상 외로 어렵다. 요즘의 직장인들은 최소 1.5인분 이상의 업무를 하느라 바쁘고 동료에게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주기 위해선 서로의 업무 상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너무 바빠서,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내 일에 급급하다 보면 잘 들여다 보지 못하기 망정이다. 나만 해도 이용자의 피드백이 없으면 내 서비스가 만족스러운지, 기획한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은 어떤지, 내 노력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인원 수라는 수치 외에는 파악할 방도가 없다. 나는 도서관에서 일하고 난 이후부터 바빠도 버스 운전기사님에게 꼭 인사를 하고 음식점이든 서점이든 손님으로써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을 때마다 꼭 데스크에 가서 직원 이름과 함께 피드백을 남기게 됐다. 자료실에 들어와 대꾸 없이 리더기에 툭툭 책만 놓고 사라지는 사람들이 주는 불쾌감과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받고 이용자가 긍정적인 피드백을 줬을 때, 그 말 한마디가 내일도 버티는 힘이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꼭 긍정적이지 않아도 좋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고 ‘의견’을 내준다는 것만으로도 일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아이디어는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 다듬어지고 더 좋은 성과를 내게 된다.

‘알아준다’는 감정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우리 모두는 일을 하면서 누군가는 알아주기를 바란다. 나의 노고를, 열정을, 비전과 가능성을. 하지만 먼저 ‘알아주기’를 바라지 말고 직접 말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나의 서운함을, 아쉬움을, 미안함과 고마움을, 상대를 향한 나의 마음을. 말하기와 알아주기 사이에서, 공적인 관계와 사적인 관계 사이에서 가족과 친구 그리고 동료로써 관계를 꾸려 나가는 일은 쉽지 않다. 어느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한쪽이 지나치게 느슨해지거나 삐걱거리기 일수다. 나를 운영해나가는 일은 또 어떤가. 좋은 기회에, 혹은 당혹스러운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말과 글은 명료하게 또 풍성하게 다듬어 나가면서 내 한정된 에너지와 관심을 적절하게 분배해야 한다. 현대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지쳐 살아지는 대로 살면 몸은 편할 지 몰라도 정신은 결코 편치 못하리라. (정신과 몸은 하나이기 때문에 몸도 결국 편치 못하게 됨) 언제쯤이면 일과 사적 영역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게 될는지 모르겠다. 그저 가늠해볼 뿐이다. 현재로서는 나 자신의 질문에 피드백을 성실히 할 수 밖에 없다. 1. 즐거운가? 2. 돈이 되는가? 3. 나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가? 4. 업무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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