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E LOVE
w. 하늘
"생각을 해봤는데. 흔들린다는 게,"
"..."
"이런 거면. 내가 좀 흔들어 볼까 하는데."
"...."
"저녁, 내일도 같이 먹어요."
"..싫은데요-"
"내일 보자, 한여주."
어차피 저녁은 같이 먹게 될 거라는 듯한 백현의 대답에 여주는 도망치듯 집으로 들어왔다. 현관문에 기대서 고른 숨을 내뱉으며 방금 있었던 일을 되짚어보는 여주였다. 이거... 뭐야...? 잘 버텨왔는데, 잘 지켜왔는데- 여주의 굳은 다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랑, 연애. 이딴 거 딱 질색인데. 고작 하루에 자꾸만 흔들리는 거 같아서. 변백현이랑 있으면 애초에 다짐들이 없었단 듯이 형태를 찾아볼 수도 없는 것 같아서 싫어. 무서워.
"내가 이렇게 나약했나.."
어제 저녁부터 퇴근 시간에 다다른 지금까지. 한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는 여주였다. 아무리 정신을 사로잡는 일이라도 금방 훌훌 털어버리곤 했던 여주인데, 이번엔 달랐다. 백현에게 자꾸 휘둘리는 것 같은 느낌. 혼란스러운 기분. 여주의 멘탈이 흔들리기에 아주 좋은 요소들이었다.
"......."
"내가 가요?"
네 생각만 하느라 결국 오늘 하루가 어떻게 돌아갔는지도 모르겠는데. 고개 드니까 또 네가 있네. 아무 말 없이 서서 백현을 바라보는 여주에게 백현이 물어왔다. 내가 가냐고. 저녁 같이 먹자던 말은 그냥 한 말 인 줄 알았는데 백현은 진심이었나보다. 여주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백현은 이미 여주에게 도착한 후 였다.
"내가 가요."
그런 백현을 말 없이 쳐다보다 '내가 가요-' 라는 묵직한 대답을 남긴 채 백현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제 그냥 한 말인 줄 알았는데."
"뭘?"
"저녁. 같이 먹자는 말."
"난 빈말 안 하는데."
"......."
"한여주한테는 더더욱."
또. 모든 것을 비집고 또 들어온다, 백현이. 아직 혼란스러운데. 일전에 있던 혼란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더 혼란스럽게 계속해서 백현이 들어온다.
"나 약속 잘 지키는 남잔데."
"그런데요?"
"티가 잘 안 나나 보네."
"어어!!"
"..?"
"오지 마요. 거기 있어요.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요."
저녁을 먹고 돌아온 여주의 집 앞. 말 없이 내리는 여주를 백현도 말 없이 따라나선다. 그러다 문득 그냥 한 말인줄 알았다는 아까의 여주가 생각 나 백현이 살짝은 애교스럽게 투정 부렸다. 나 약속 잘 지키는 남자라고. 투정 부리고 싶어 한 발짝 한 발짝 여주에게 다가가는 순간 여주가 눈을 살짝 흘기며 디급히 말한다.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말라고. 왜 그러나 싶던 백현이 무언가를 알아 차린듯 슬쩍 웃는다. 못 말린다 진짜ㅋㅋ 왜 이렇게 귀엽냐 한여주.
"또 키스 할 까봐?"
"아니 무슨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요?"
"그럼 키스를 키스라고 하지 뭐라고 하나? 입술 부비부비?"
"아니-그만 좀, 키스!! 키스로 해요!!!"
"풉-"
"뭐예요. 왜 웃어요?"
"이런 면도 있네요. 맨날 무뚝뚝하길래 이런 건 생각도 못 했는데 -"
"......."
"좋네. 이런 것도."
어떻게 저렇게 필터링 없이 말 하지? 낯부끄럽게. 안그래도 여주는 어제 백현과의 키스에 대한 대화 혹은 어제와 같은 분위기를 열심히 피하고 있는 중 이었다. 난 이렇게 열심히 피하는 중인데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야기하는 게 얄미워 퉁명스럽게 대하는 여주였다.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들어가 볼게요."
"......."
"가세요. -"
백현이 저를 놀리는 걸 눈치챈 여주는 말이 나올 타이밍도 없게 재빨리 인사를 하곤 들어가 버렸다. 쪽팔려- 이게 뭐야. 망했어 한여주. 이런 적 없었는데. 자꾸 저 사람한테는 휘둘리잖아..
"여주씨~"
"어? 최작가님. 아픈 건 괜찮으세요?"
"들었어요... 여주씨가 저 때문에 고생하신 거..."
"아프신데 별 수 있나요."
"그래서 죄송한 마음에 제가 밥이라도 살까 하는데!!"
"저한테요?"
"네! 같이 저녁 먹어요!"
"괜찮아요. 마음만 받을게요."
"제가 너무 죄송해서 그래요... 이렇게라도 죄송한 마음 덜 수 있게 해주세요..."
"..그게 편하시다면-"
"그럼 저녁 같이 먹는 거에요~?"
의도치 않게 백현과의 만남을 성사시킨 장 본인. 독감이라던 연우가 오랜만에 출근인데도 벌써 여주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서 들은 것 인지 곧바로 여주를 만나러 갔다. 밝은 성격에 웃는 상.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 다던 얘기가 맞는지, 딱 여주가 거절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이다. 여주가 불편해하는 사람유형 1위이기도 한.
"여주씨! 가요! 일식 좋아하세요?"
"..네."
불편하다. 대화하기도 불편한 사람과의 저녁 식사. 밥이 목구멍으로 제대로 넘어갈 수 는 있을까- 연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본인이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조차 인식 못 하고 있는 여주다.
"맛있다는 횟집 알아놨어요~ 오늘 진짜 제대로 대접할게요!"
"거짓말~"
"?"
"한여주 일식 안 좋아하잖아~ 날것 못 먹으면서."
사라졌다.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불편함이 백현의 등장만으로 일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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