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회수하려고 왔죠?"


산카 요우는 이동 침상의 안전바퀴를 고정하며 익숙하다는 듯 말했다. 시트 사이로 보이는 손에는 핏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맞아. 이젠 구별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나 보네."


제가 좀 적응이 빨라서요. 요우는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린 뒤 침상 위 둘둘 말려진 시트를 폈다. 그곳엔 시체가 있었다, 인간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괴상한.


"빨리 해요, 빨리. 저 10분 뒤에 ABGA 뽑으러 가야 한다고요."

"그러고 보니 산카 씨는 침착하구나."

"뭐가요?"

"주령한테 당한 시체 말이야. 처참하잖아."


이건 이 사람 나름의 배려일까? 요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더 이상 생명의 징후가 느껴지지 않는 육체를 빤히 바라봤다. 처참한가....  요우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코드 블루를 마주했을 때를, 부모와 자식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고함을 치던 사람을, 상처에 득실거리던 구더기를 봤을 때를, 썩어 문드러져가는 다리를 톱으로 절단하는 걸 봤을 때를, 갈비뼈를 부러뜨려가며 흉부 압박을 시행해봤을 때를. 그렇지. 아무래도 처참한 편이겠지. 꼴에 연차가 쌓였다고 저도 모르게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속이 안 좋다며 점심을 거르던 날도 있었지만, 이제는 피와 비명이 낭자하는 곳에서 휘핑크림을 잔뜩 올린 커피를 홀짝거리곤 했다. 어떤 감각은 날카로웠고, 그만큼 쉽게 닳았다.


"그냥, 저한테는 사망진단서 한 장의 차이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죽음과 가까운 직업을 가진 사람은 타인의 죽음에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 묻어둬야만 하는 죽음이다. 내가 묻혀서는 안 된다. 적어도 산카 요우라는 인간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니 그런 그에게는 어떤 죽음도, 한 장의 사망진단서, 그것도 한 줄의 사인 소견만큼의 차이밖에 없고, 없어야만 한다. 지병으로 죽은 것과 사고로 죽은 것과 저주로 죽은 것을 통틀어서.


"이쪽에서 일하다 보면 이런 건 처참한 축에도 못 끼죠."

"동감이야."

"맙소사. 이 사람과 의견이 일치한다니."


요우는 노골적으로 기분 나쁘다는 반응을 숨기지도 않고 드러냈다. 그렇게 가차 없다는 점이 흥미로운 거지만 역시 조금 상처일지도. 물론 그런 말을 한다면 '제 알 바인가요?'나 '어쩌라고요?' 하는 더더욱 매정한 반응이 나오리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사서 고생하지 않기로 했다.


"그만두고 싶다고 느낀 적은 없어?"

"하루에 다섯 번 정도……."


막 입사했을 땐 한 시간에 다섯 번 정도였는데. 요우는 그런 말을 덧붙이며 말끝을 흐렸다. 어렴풋이 달싹거리는 입꼬리가 웃고 있는 것인지, 아무 표정도 없는 것인지, 무언가를 참고 있는 것인지. 어느 쪽이든 그와는 관계없었다.


"그런데 그만두지 않는 이유는 뭐야?"

"글쎄요.... 제 사명인가 보죠, 뭐. 이런 걸 놔버릴 수 없는 저주에 걸린 거예요. 저도."


저주라.......

제법 그럴듯한 남 탓을 할 줄도 아는 사람이었구나. 고죠는 눈앞의 시체 한 구를, 그리고 저를 올려다보는 그녀를 한 번 번갈아 보았다. 그렇지만 생의, 사회의, 체계의 부조리함을 마주하고도 도망칠 수 없다는 건, 오히려 그건 축복이 아닐까. 그런 게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한 이야기지만. 그러나 고죠는 끝끝내 자신의 소견을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 주제에, 저주를 원망하는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으므로. 어떤 사람은 고난 속에서 더더욱 빛난다고 했었나.


"그게 정말 저주라면, 내가 없애 줄 테니까 안심해."

"별로 안심이 안 되는데요."

"아무렇지 않게 너무한 말을 하네."

"그래요? 뿌린 대로 거뒀다고 생각하는데."

야생의 그뭔씹 오타쿠입니다. 산하엽/Sanayup

산하엽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