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빗소리가 크게 들리는 날이었다. 비 때문에 우중충하게 살짝 어두워진 하늘과 정신없이 땅에 쏟아지는 장대비가 풍경을 가득채웠다. 나츠메는 그런 풍경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마루에 기대어 곧바로 들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어두운 하늘을 보고 있었다. 하늘이 어두워질만큼 시끄럽게 비가 오는 날이면 이유없이 기분이 가라앉곤 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비가 올 때면 괜히 우울한 일이 떠오르곤 했고 떠오르는 일이 없어도 침울해지곤 했다.

춥지는 않냐고 물어보며 타누마가 그의 옆에 앉았다. 나츠메는 자신의 집도 아닌데 괜히 우울해 있는 건 영 아니란 생각이 들었지만 활짝 웃는 게 금방 되지 않았다. 괜찮다고 최대한 웃고 있는데도 이미 자신의 눈동자도 목소리도 우울하게 맞춰져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타누마가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나츠메의 얼굴을 살피고 있었다. 유심히 살피는 눈동자를 보며 이미 들켰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비오는 날이라서 그래?”

살짝 눈가가 젖은 것 같다며 타누마가 나츠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츠메는 타누마의 손에 자신의 손을 살짝 얹었다. 어느샌가 이런 것까지 알게 되었다고 내심 생각했다. 연인이 되었을 때도 처음에는 말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연인이라 오히려 말하고 싶지 않았다. 괜히 이유없는 자신의 어리광에 남을 불편하게 하고싶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느 날 시끄럽게 비를 쏟아 붓는 밤에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우울해져 살짝 눈물이 맺혔던 일이 있었다. 그걸 보았을 때 타누마가 보기드물게 나츠메에게 살짝 화를 냈었다. 이유없이 기분이 안좋은 날이 있다는 것보다 그걸 숨기고 혼자 있었다는 것에 대해 왜 그랬냐고 나츠메의 손을 잡은 채로 한동안 가만히 그를 보고만 있었다. 그 이후로 좀 더 솔직하게 말하려 노력했지만 그래도 역시 갑자기 타인에게 어리광 부리는 건 익숙하지 않아 머뭇거리거나 눈을 피하곤 했다.

조금 기분이 가라앉은 것 뿐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나츠메가 타누마의 가슴팍에 살짝 얼굴을 묻었다. 타누마는 그를 꽉 껴안은 채로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안겨 있던 나츠메도 살짝 머뭇거리는 팔로 타누마의 등을 천천히 껴안았다. 괜히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듯 말했지만 타누마는 솔직하게 말하는 게 훨씬 좋다고 살짝 웃고 있었다.

나츠메는 타누마에게 안긴 채로 눈을 감았다. 주위는 빗소리만 일정하게 들렸고 그와 동시에 따듯한 체온이랑 심장이 뛰는 소리가 함께 났다. 타누마가 그를 껴안은 채로 천천히 바닥에 누울 때 그대로 함께 누워 더욱 품속에 깊이 안겼다. 계속 쓰다듬어주는 손 때문에 어느새 침울했던 기분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나츠메는 몸을 떼지 않고 타누마를 좀 더 끌어안고 등을 만졌다.

“이젠 기분이 좀 나아졌어?”

눈을 감고 있는 나츠메의 얼굴을 보며 타누마가 조용히 물어봤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니까 좀 더 안겨있을거라고,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어리광을 피우며 나츠메가 타누마를 바라보았다. 평소 안하던 말을 입 밖으로 낸 것 때문인지 혼자 부끄러워져 뺨이 붉어졌지만 타누마는 웃고만 있었다.

나츠메는 조용히 빗소리만 들었다. 여전히 날이 어두워지면, 비가 쏟아지는 소리만이 주위를 뒤덮으면 이유없는 우중충한 기분이 함께 몰려왔지만 예전과 달리 그걸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 솔직하게 말하는 낯선 기분과 함께 비오는 날마다 새롭게 느낄 수 있는 포근함이 생겼다고 타누마를 껴안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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