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쯤 펼쳐서 몇 줄 읽고서는 '뭐 이런 소설이 다 있담'하고 덮으면 고통 받을 일이 없는 종류의 소설이다. 소설은 미지의 거리 황니가를 끔찍하고 역겨운 이미지로 계속해서 설명하면서 횡설수설하고 동문서답하는 인물들을 촘촘히 세우고 일어났다는 것인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사건들로 엮어두었다. 소설 작품이긴 하지만 작품의 연속되는 문장은 모두 의식의 흐름에 가깝게 쓰졌고 이미지가 작품을 주도하고 있어 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은유는 불분명하고 흔들리기 때문에 삶의 보편이나 중국 현대사나 종말의 이미지를 넣을 때마다 불안하게 아귀가 들어맞지 않는다. 홍보 문구가 썩 와닿지는 않지만 글로 쓰여진 불쾌한 악몽이란 점에서 카프카스럽긴 하다. 하지만 소설 속 이 모든 말이 되지 않는 양상들은 다분히 의도적인데다, 내부 논리가 촘촘하게 보인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미지와 인물들은 등장했다가 변형되었다가 사라졌다가 그런 서술조차 부정하며 다시 등장하면서 읽기 그 자체에 대해 도전하지만, 황니가라는 배경과 작중 등장하는 몇 개의 사건들이 이 모든 악몽을 묶어낸다.

복잡하지만 이해하기는 쉽다. 이미지와 인물, 사건에 독자가 무언가를 대입하면 소설은 그것을 부정하거나 새로운 문제를 던진다. 해안에 치는 파도를 따라 들어갔다가 발이 젖기 전에 빠져나오는 놀이같다. 어느 사이에 잊었던 이미지와 인물, 사건을 다시 소환하면서 다시 문제를 만들어낸다. 끔찍한 시간을 보낸 덕에 소설이 끝나도 여전히 파도가 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충 그런 소설이다.

단편 「미궁에는 괴물이」가 네이버 ‘오늘의 문학’란에 실려 첫 고료를 받았다. 이후 여러 지면에 장르소설 단편을 게재하고 웹소설을 연재했다. 소설집 『백관의 왕이 이르니』, 웹소설 『슬기로운 문명생활』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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