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스포주의(시즌 1, 2)>

디피1은 쩌어언에 봤었는데 최근에 디피2를 보게 되면서 한 번 더 정주행했다

근데 심금이 요동치는 구간이 처음 봤을 때랑 달라서 신기했음 ㅋㅋ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남자 머리를 한 남캐들이 무더기로 나오는 디피

DP는 무엇의 약자인가

deserter pursuit이라고 한다 리뷰 쓰려고 검색해서 처음 알았음 ㅋㅋ 뜻은 탈영병 체포로, 문자 그대로 탈영한 병사들을 부대로 데리고 오는 임무를 맡은 헌병을 디피라고 한단다

근데 이제는 병사들은 디피를 할 수 없고 간부들만 가능하다던데

그렇담 조직 내 부패화의 위험이 있는 거 아님...??? 뭔 일 나면 저그들끼리 입 막음 엄청 할 것 같은데 (상상)


하여간 주인공이 디피가 되고 여러 탈영병을 체포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이다

추리물인 셈이니 매우 흥미진진하고 주인공이 권투 능력자라 액션도 볼 만하다

무엇보다도 캐릭터를 정말 잘 만들었다 선역/악역/주연/조연을 떠나서 다들 입체감이 장난 아니다

~물론 시즌 1에 한해서만~


가장 대접 못 받는 대위 1위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입체성을 보여 준 캐릭터 임지섭 대위

사람은 이해득실에 따라 선인도 되고 악인도 된다는 점, 그리고 내면적 성장을 두 시즌에 걸쳐서 보여 준 캐릭터다

이러한 입체감을 배우께서 훌륭한 연기력으로 받쳐 주기까지 함

임 대위의 인상은

(시즌 1)

첫 등장: 대대장 후빨런가?

중반부: 후빨러인 데다가 빼박 악역이네

후반부: 엥? 악역 아니었나? 성장캔가?

(시즌 2)

첫 등장: 아니네;; 고럼 그렇지

중반부: 워~워~

후반부: 각성인가?!

이렇게 다이나믹하게 변화함 ㅋㅋㅋ

사람은 착한 면%+나쁜 면%+꼬인 면%+etc. (v. 환경/상황)과 같이 다면적인 존재라는 걸 작중 행적으로 설득력 있게 보여 줌


시즌 전체를 통틀어 명대사: 나 드라마 볼라니까 셧 더 퍽 업 하고 자리에 앉아

그리고 이 사람 

이 병장이 어떤 인물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음 ㅋㅋㅋ

왕고임에도 스스로 알람 맞추고 일어나서 다투는 후임들 스무스하게 중재함 = 참고참?

그러자 실세 황장수 한호열이 찍소리 않고 싸움 관둠 = 왕년 에이스?

후임들이 끙끙대며 끄는 수레에 올라타서 이집트 전차병 놀이함 = ㅆㄹㄱ?

나중에 황장수가 자기한테 왜 그랬냐고 묻는 석봉이한테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고 함(=황장수도 같은 짓을 당함) = 악의 근원?

분명 생활관 분위기 저따구 된 데에 일조한 게 있을 텐데 무통보 음소거 전역해 버려서 영원한 미스테리가 됨

너무 궁금하고 그놈의 어색하지만-절대-잊혀지지-않는 톤으로 셧더퍽업 하고 자리에 앉아~ 이 대사 때문에 디피 하면 무조건 이 사람이 먼저 떠오름 ㅋㅋㅋㅋㅋ


근데 왜 보고만 계셨냐고요

그리고 자살한 신우석 일... 일병이었나 이등병이었나 아무튼 그 분의 누나

우리야 군부대 생태계가 얼마나 개판인지 영상을 통해 봐서 준호 같은 신병이 할 수 조치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그래서 준호를 원망하는 누님한테 '그걸 왜 준호한테 따짐?' 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누나 분은 군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

즉 여성 포함 미필을 대표하는 캐릭터니까 준호를 원망하는 게 부분적으로 이해는 감

그렇다고 이 사람의 행동이 옳은 건 아니고. 가해자가 따로 있는데 조문하러 온 사람한테 따질 바는 아니니께

뭔가 이 캐릭터는 되게 나를 비추는 거울 같았음

모든 상황에 적용됨. 내가 뭔가 지탄하고 있는데 사실 난 그것의 이면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겠구나, 라는 경각심을 만져 주는 캐릭터라 좋았음 



석봉이 얘기로 넘어가서,

시즌 1의 큰 줄기가 석봉 탈영이고 시즌 2는 루리 탈영인데 둘 다 오타쿠라는 점이 난 좀 왤케 별로지?

그냥 좀... 별로임 (내가 오따꾸라서는 아님...!!)

오타쿠들이 멸시를 받는 시선이 이미 사회에 만연한데, 

만약에 이게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라고 가정하고. 한 명은 전역한 선임 납치해서 복수극을 벌였고, 다른 한 명은 총기 난사로 생활관을 초토화시킴

근데 둘 다 애니 덕후래

그럼 뉴스 기사 댓글에 뭐가 달릴까 

오타쿠들은 어쩔 수 없는 사회부적응자 ㅇㅈㄹ로 도배돼서 군대의 병폐 짓거리가 상대적으로 묻히는 건 아닐지

군대 내 부조리를 들추는 것보다 오타쿠들 까는 게 더 쉬우니까

군대는 어쨌거나 내가 어떻게 손 볼 수 없는 대조직이지만 오타쿠들은 나보다 아래니까 << 이런 마인드로 준나 키보드 두들기는 좃간들이 얼마나 많이 나올까

그냥 이 사건이 실제일 때의 대중의 반응이 너무 선연히 연상이 되니까

그래서 싫은 것 같다

전 시즌 통틀어 제일 슬픈 장면

석봉이는 성정이 연하고 순한 사람인데 

(부패된)군대라는 환경이 그런 성정의 사람에게 얼마나 가혹한지 여섯 편 내내 눈물샘 때리면서 보여 줌

후임들에게 잘 해 주자고 준호를 다독였던 석봉이가

완전 피폐해져서 선임들 명령에 따라 애먼 후임들 갈구고

준호는... 후임들 못 갈구게 석봉이를 막은 준호의 행동은 분명 옳았지만

석봉이의 입지와 심경을 생각하면 그래선 안 됐다. 후임인 준호가 신병들 보는 데에서 대놓고 석봉이를 거스르면

후임들은 후임대로 석봉이 개무시할 거고 선임들은 줄곧 그래 왔던 것 석봉이 준나게 괴롭힐 거고

진짜 애를 양각에서 벼랑 끝으로 모는 결과를 가져 오잖음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준호가 적당히 신병들 갈궈서 석봉이 체면 챙겨 주고 나중에 뒤에서 상처 받은 후임들 다독여 주는 게 아니었을까

근데 준호도 스무살 정도밖에 안 됐자너

20대 초반 보통 젊은이에게 그런 지혜가 어딨슴 이제 갓 교복 벗은 애한테 

사실 선임 스ㅔ끼들 말고는 저 상황에서 나무랄 사람이 없음 이게 다 무고한 아이들을 지켜주지 않는 군대 내 시스템 탓임 

아무튼간에 준호는 호열이라는 든든한 짝꿍이 있어서 저 더러운 상황을 넘길 수 있었지만

석봉이에겐 아무도 없었다 ㅜㅜ

저 장면에서 석봉이 얼굴이 줌인 되고 석봉이가 어떤 심경일지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한디

석봉이의 그 표정이 죄책감이든 (준호에 대한)부러움이든 그런 건 나한테 중요치 않았고

석봉이가 혼자라는 점만 사무치게 강조되었다

너무 가여움

사방이 트여 있는 곳에 서 있는데도 고립감이 쓰다 써


뢰전드 계단 장면

계단 장면은 정말... 근데 캡쳐가 왜 저렇게 됐지 석봉이 보이지도 않네 ㅋㅋㅋㅋ

유툽 영상 캡처라 화질 구데기인 점 양해 부탁 드리빈다

아무튼 처음 디피 봤을 때는 석봉이가 가여웠는데

두 번째 봤을 땐 왤케 석봉이한테 이입이 되던지

꾸역꾸역 참기만 하던 석봉이가 처음으로 분노를 행동으로 발산하고 그에 따른 호르몬 샤워 때문에 맛탱이가 간 장면이 이 계단 씬인데 정말

저건 저 지경까지 가 본 사람만 아는 광기다 

그래서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석봉이가 가여웠다 그리고 슬펐다

1회차엔 석봉이의 감정의 표면을 핥은 거라면, 2회차엔 감정의 속살까지 맛본 느낌

결과적으로 석봉이는 살았지만

과연 살았다고 해서 다행인 걸까

이미 석봉이의 영혼은 산산조각 났다

그걸 기웠다고 해도 성격에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을 입었는데 그 상태로 그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니

내 기준에선 죽는 게 석봉이 자신에겐 해피 엔딩이다. 석봉이 부모님, 지인한테는 비극이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과거의 상처가 낫지 않고 후회가 사라지지 않아 가슴속에 해치울 수 없는 숙제처럼 쌓이기만 한다

그래서 폐가 깨끗해도 숨쉬는 게 답답하고 내 몸이 천근만근 짐짝 같다

아마 작중 행적으로 미루어 석봉인 그런 사람일 것이다

그런 성정의 사람들에겐 죽음이 해결책이고 구원이다

석봉이가 살았다면 살아 있으니 살아가야겠지만, 남이 쑤셔 놓은 상처 때문에 영원히 정신적으로 절룩이면서 나아가야 하겠지

삶이 고문의 연속이라고 할 수밖에


암튼 디피 다 보고 나서 이 박멸되지 않는 바퀴벌레처럼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다른 형태로 자행되는 군부대 가혹 행위/부조리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사실상 이건 군대에 국한된 게 아니라 학교, 직장, 동네 등 개인이 '소속'한 집단이라면 어디에든 발생하는 문제다

다만 군대라는 특수성(폐쇄성, 위계질서, 선택권이 없는 병역 의무, 총기와 같은 도구 등)이 이러한 문제를 강렬히 조명할 뿐

사람의 본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이 문제를 완전히 뿌리뽑을 방법은 없다고 본다

그치만 유의미하게 줄여 나가는 방법은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아 강아지가 옆에서 안 자냐고 귓속말로 열라 헥헥 대서 집중이 잘 안 되는데...

내가 학계 권위자도 아니고 좀... 내 주장에 힘을 싣기엔 명함과 이력이 너무 초라해서 자신이 없지만

난 이러한 문제들이 도덕의 부재, 도덕을 등한시하는 태도에 근원한다고 믿는다

진부한 소리 같지만 의외로 쉽게 경시되는 게 도덕심이다

너무 당연하게 여겨진달까? 그래서 오히려 사람은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 못할 사람들 꽤 많을 거다 

왜냐면 도덕이라는 주제를 심도 있게 탐구할 기회가 학생 신분일 때 말고는 잘 없음

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사랑하고 위하고 이러한 게 인간의 본성에 자연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당연시하지 말고 

수학 공식처럼 학교에서 빡세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함

그리고 봉사활동 같은 거 필수 교육 과정으로 지정해서

어렸을 때부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돕고 그것을 통해 얻는 뿌듯함과 영적 포만감을 경험하게 해 줘야

인간은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관념을 모두의 무의식에 파종할 수 있을 것 같음

인간을 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혹은 인간을 쉽게 적대하는 태도를 견지한다면 디피가 조명한 문제는 영원히 도돌이표일 것임

솔직히 내가 저 위에 내 손가락으로 좃간이라고 쳐 놓고 이런 말 하는 게 이율배반이긴 하다만 ㅋㅋㅋㅋ

어떤 가슴 아픈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인간이 문제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태도 또한,

설령 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더라도 이런 사소한 언행이 결국엔 내 무의식에 스며들어서 다음번에 사람을 쉽게 미워하도록 하기 때문에 좀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음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람(생명)의 소중함을 유념한다면

언젠가 그러한 사람이 진정한 군의 별이 되어서 장병들을 지켜 주는 군법을 제정하고

군대 내 부조리와 가혹 행위가 줄어들고, 개인의 도덕성으로 평화 상태가 유지되는 게 당연한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함

좀 깊이 있게 다뤄야 할 주제지만

개시키가 발로 내 팔을 열라 긁어 대고 있으므로 그만 자자고

시간이 없어서 디피2 까는 내용을 못 썼네

만약 디피3이 디피2 퀄로 나온다면 안 볼 거임(근데 그건 3을 봐야만 판단할 수 있는 거잖슴...?)

감독님은 디피2 출연 배우님들께 매우 감사하시오. 그분들의 연기력이 추락하는 퀄리티 간신히 멱살 잡았다고 봐야 함

1하고 2 같은 감독이 만든 거 맞나??? 퀄 차이 엄청나다


(+추가 내용)

디피2는 순전히 내 상상이긴 하지만

디피1가 너무너무 잘 되는 바람에 감독님이 부담을 느낀 게 아닐까 추측한다

모든 장면이 너무 과하다 

이거 안 슬프면 어떡하지? 신파 더 넣어. 이거 안 웃기면 어떡하지? 오바 더 해. 이거 안 화나면 어떡하지? 선 넘어.

연출에서 이런 조바심이 느껴짐

그리고 심하게 작위적인 전개가 눈에 띔

예컨대 루리 엄마가 가게 밖으로 끌려나감 > 루리 나타남(갑자기?) > 루리 폭주하려는 거 디피 팀이 연타로 뜯어 말림 > 루리 엄마가 루리한테 가서 스턴 먹임(갑자기?) > 현장에 도착해서 gg 치는 구자운 준장(이 타이밍에?)

이런 식으로 너무 다음 페이즈로 넘어가는 타이밍이 연극처럼 작위적임 드라마이니 연극 맞긴 하지만...

그리고 임 대위 하극상 왤케 많이 당함 계급이 무색함 ㅋㅋㅋ 저래도 됨?? 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었따

암튼 디피2는 많이 아쉽다는 거





ⓒ 2022 내송. All rights reserved.

내송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