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연: 어바웃 애니띵 어찌저찌 6편입니다!

시진: 난 이걸 아직 읽어주는 포롤들이 있다는 게 신기해. 이런 걸 왜 읽지?

모연: 천사들이라서. 그 천사들이 분노하게 한 악몽의끝 오리지널, 편집하길 잘했단 거 알겠죠?

작감: 그래서 편집 했잖아요! 근데 지난 편 댓글에 멸종된 줄 알았던 새드충들 좀 보이더라, 반갑게.

시진, 모연: 야!!


애니띵 최고의 회차


1위- 7화 절망의 끝 (126플)


모연: 세상에...난 아직도 저 댓글 수가 믿기질 않아...

작감: 없는 영혼까지 쥐어짜 갈아넣긴 했는데, 생각보다도 더 사랑해줘서 깜짝 놀랐어요.

시진: 이젠 뭘 써도 저거 못 뛰어넘지 않겠냐고 그만 두고 싶다고 징징대기도 했죠.

작감: (흘겨보며) 말로만 징징댄거지 진짜 관뒀겠어? 벌려놓은 판은 수습해야하는데. 그게 예의지.


모연: 이 회차는 유소령님이 엄청 멋있게 나왔어요.

시진: (안 쑥스러운 척 하며) 내가 언제는 안 멋있습니까?

모연: 근데 남들 눈에도 다 멋있을 장면은 어차피 나올거니까, 내 눈에만 가장 멋있었던 장면 꼽아봐도 돼요?



강모연 눈에 멋있었던 장면------------------


"중대장님 오늘 완전 멋있으셨지 말입니다! 단결!"


우렁차게 경례하고 쑥스러운 듯 황급히 빠져나가는 정이병의 뒷모습을 보며 시진이 중얼거렸다.


"하여간 저 새끼는 일관적으로다가 눈치가 없어요. 난 오늘 멋있는 타이밍이 아니거든. 병신 같이 굴어서 혼나는 타이밍이거든."


"멋있으셨습니다."


대영의 말에 시진이 눈을 둥글게 떴다.


"오늘 구한 아이 눈에 멋있으셨습니다. 그 아이 엄마 눈에도 멋있으셨습니다. 정이병 눈에도 멋있으셨습니다."


대영은 차렷 자세를 유지한 채 말을 이었다.


"제 눈에도, 마지막 부분 빼고 멋있으셨습니다."


계속 시선을 피하던 대영이 이제는 시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도 멋있으실 일,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유소령님한테는 내일이 있으니까."


대영을 숨을 한번 들이쉬고 힘주어 말했다.


"강선생 눈에도, 멋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


'그러니 강선생, 이제 그만 보내 주십시오.'


소리 내지 않아도 전해지는 그 말.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강선생 살아 있다는 거. 시신을 못 찾았으니, 가능성이 없는 얘기가 아닙니다. 중대장님이 미친 게 아닙니다.


온 세상에서 우리 둘만, 그녀가 살아서 무사히 돌아올거라 믿었는데. 



-저는 아직 상관이 옳은 판단을 하고 있다고 믿는 부하입니다. 강선생, 찾는 게 맞습니다.


그렇게 믿어주던 전우가


'강선생, 이제 그만 보내주는 게 맞습니다.'


우직하게 전해오는 진심에

시진은 이제 그만 숨을 곳도 없었다.


"저 다시 명예롭고 일 잘하는 상관의, 부하 해도 되겠습니까?"


어려운 질문인 것, 알고 있었다. 눈 앞의 이 사람에게 얼마나 엄청난 것을 요구하는 건지, 자신이 이리 다그쳐도 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이기적인지도 몰랐다. 어쩔 수 없다.


강선생. 정말 보고 있다면, 빅보스 좀 어떻게 해주십시오.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 부탁입니다.



시진이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감았다.




-내가 그런 의사가 됐네요.


의료 봉사로서 자신의 기일을 기리던 그녀.


'옆자리에 탑승 중이던 9세 아동이 보이질 않는다며 돌아갔다가 실종됐다.'


-생명은 존엄하고 그 이상을 넘어선 가치나 이념은 없다고 생각해요.


끝까지 가치와 이념을 쫓은, 군인보다 더 군인 같던 여자.



-강선생 눈에도, 멋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


당신이 보기에도 지금 내가 한심합니까. 나 당신 눈에는 멋있어야 하는데.



...옆에 못 있어줘요.


잊어주지도 못해요. 당신은 나한테 그런 유서 남긴 적 없잖아.




감고 있던 눈을 떠 대영을 응시하며 시진이 꺼질 듯 약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십시오."


명예롭고 일 잘하는 상관이 되어주겠다는 말.

그 일엔, 죽지 않는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대답인지 알기에 대영은 진심을 다해서 경례했다.


----------------------------------


시진: (의외라는 듯 눈만 깜빡이다)...이게 멋있다고? 내가? 서상사가 아니라?

모연: 난 가장 감동 받은 장면이에요. 내가 정말 가 버렸으면, 저게 내가 원하는 멋있는 유소령님 모습일거야.

시진: 그런 말 하지 마요, 가긴 어딜가.

모연: 만약이죠, 만약. 만약 내가 떠나면, 유시진씨는 계속 멋있게, 내가 반한 남자의 모습으로 살아줬으면 해요. 그게 제일 어렵겠지만.

(손 모으며) 거기다 잊어주지도 못한다는 건 여자의 심쿵 판타지고. 이기적이고 뭐고, 듣는 입장에선 듣기 좋네요.




작감 눈에 멋있었던 장면--------------------------


이 문을 열면.


시진이 떨리는 턱을 억누르며 문을 밀었다.



끼이이이익.




눈을 감으면 안 돼.

눈을 피해선 안 돼.


시진의 부릅 뜬 눈 밑이 파르르  떨렸다.


백골이 드러난 사체의 악몽도 얼마든지 반길 수 있었다. 

모연의 꿈이었으니까.

---------------------------------------------------


시진: 이게 멋있었어? 대체 왜? (절레절레) 이 여자들 취향 이상하네.

작감: 모연이 시체의 악몽은 5화 무너지다 때부터 쭈욱 유시진을 괴롭히고 있었어요. 근데 정면돌파로, 그녀의 시체를 마주하러 가는 거야. 멋있지 않아요?

거기다 지금 유소령은 죄책감까지 느끼고 있잖아요. 모연의 시신을 끔찍하다고 느끼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거야. 생리적으로 역한 게 어쩔 수 없는 건데도. 저 창고에 아직 시체가 있었으면 유시진은 그걸 끌어안았을거야. 울고 토하면서. 아 좋다 (변태적 희열).

시진:...거기 시체 없이 희망이만 있던게 천만다행입니다.




빅보스 귀환-----------------------------


"빅보스 송신. 희망 중대 현재 위치 보고 바람."


시진이 급히 차에 올라타 문을 닫으며 무전했다.


[울프 송신. 과일 시장 쪽입니다.]


[슈렉 송신. 본진입니다.]


[뽀빠이 송신. 생선 시장 쪽입니다.]


서상사, 주변에서 대기타고 있던 거 봐라.


"나는 지금부터 인신매매 현행범 쫓는다. 보고서는 사후에 작성한다. 울프는 뽀빠이 태워서 내 차 보이면 따라오고. 안보이면...대략 동쪽으로 가는 중인데. 해안도로 쪽일 것 같다. 슈렉은 지원 요청해서, 대머리독수리 본진 털 준비한다."

--------------------------------------------


작감: 빅보스 귀환은 다음편 제목이지만, 사실상 빅보스 일차 귀환은 이 시점이죠. 일하는 군인, 중대장으로서 컴백한 거. 단, 모연을 잃은 시진으로서. 진정한 빅보스, 모연의 생존을 확신하는 빅보스로서의 생기 있는 컴백은 다음편부터고. 어쨌든 이 시점에서, 유령 같이 떠도는 유시진이 아니라 일하는 빅보스를 컴백시키고 싶었어요. 모연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녀를 보내주고 그녀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기로 결심한 후 첫 미션.


그 죽음을 받아들이는 클로져로 모연의 시신을 확인하고 수습하러 간 건데, 위험에 빠진 어린 여자애를 마주치게 되면서. 모연이 생각을 더 할 수도 없이 명예로운 군인으로 돌아오게 되죠.


빅보스는 무언가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미인, 노인, 아이, 군인의 명예, 그리고 그녀의 유산.





누가 봐도 멋있었던 장면--------------------------


"Really? You don't get the priorities? I guess you don't care about your poor lover. (진짜?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어? 네 불쌍한 연인은 신경쓰이지도 않나보지.)"


깎아지르는 절벽 위의 도로.

총탄에 터진 타이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크로우에게 시진은 흔들림 없이 총구를 겨누고 말했다.


"My men are coming. If I were you, I will leave the girl and the car, and run my ass off. (내 사람들이 오고 있다. 내가 너라면, 아이랑 차는 버리고 꽁무니 빠지게 달아날텐데.)"


"You do care for her. I saw you passing out like a corpse itself. (그녀가 신경 쓰일텐데. 시체처럼 쓰러지는 꼴 다 봤어.)"


크로우는 차의 뒤로 돌아 트렁크를 열었다. 


"I will show you again, if you don't remember. (다시 보여줄게. 기억이 안난다면.)"


끈 대신 천에 둘둘 묶인사체. 속이 뒤집어질 듯한 악취. 천조각 위 아래로 분명히 보이는 하얀 가디건.


눈을 감으면 안 돼.

눈을 피하면 안 돼.



"Sorry, you left me no choice. (미안, 네가 이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네.)"


뒤쪽에서 멀리서부터 차 한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저 차가 부디 서상사이길.


크로우와 함께 탄 두 남자가 트렁크에서 접힌 수레 같은 것을 꺼냈다. 수레를 펼친 그들이 흐물흐물해진 사체를 수레에 구겨넣었다.

 


"If drowned ones are left in the water, they become water demon. And they shiver in the icy cold water, forever and ever. (익사한 사람이 물 속에 그대로 버려지게 되면, 물귀신이 된대.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 속에서, 영원히 덜덜 떤다는군.)"


끼익!

검은 차 한대가 크로우의 차 옆에 가서 섰다. 

남자들은 소녀를 새로 온 차로 옮겨 실었다.


"Please don't let your lover go through that. Run. (부디 네 연인이 그 꼴이 되도록 하지 마. 뛰어.)"


크로우는 수레를 강하게 절벽을 향해 밀었다. 그리고 바로 새 차에 옮겨 타 급히 출발했다.


-유시진씨!


햇살을 가득 담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군복을 입은 매 순간 명예로웠으면 좋겠다.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수레는 덜컹거리며 깎아지른 절벽을 향해 굴러갔다.


-살려주세요! 유시진씨!



타앙!


시진의 흔들림 없는 조준이 검은 차의 타이어를 향했다.


타앙!!


두 발을 단단히 땅에 내딛은 그가 다시 차분하게 타이어를 조준사격했다.

눈 앞에 뿌얘와 앞이 잘 보이지 않자. 시진은 눈을 깜빡여 급히 눈물을 짜냈다. 굳은 얼굴 위로 뜨거운 액체가 줄줄 흘렀다.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나를 용서하지 말아요.

---------------------------------------------


모연, 작감: (반한 듯) 하아.......

시진: 저게 멋있다고? 왜지? 이상하게 아까부터 내가 괴로워하는 걸 멋있다고 포장하는 경향이 없잖아 있는 거 같은데.

작감: 멋있는데 괴로워하니까 더 멋있죠!

시진: (민망한 듯) 자기가 써놓고 자기가 반하면 안 민망합니까?

작감: (발끈) 이건 내가 걍 쓴 게 아니라, 유시진이란 사람이 원래 저런 거거든요! 우리 유시진씨에 대해 뭘 안다구! 입 닫아!

시진: (황당) 내가 유시진인데 유시진에 대해 뭘 아냐고 하면...

모연: 그럼 유시진씨에 대해 말 좀 해주시죠, 유시진씨. 저 때 무슨 생각이었나요?

시진: 무슨 생각이긴...여자애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요. 구해준다고 했으니까.

모연: 한 쪽은 살아있는 여자애, 다른 한 쪽은 이미 죽은지 오래 된 시체.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죠. 근데 자꾸 내 생각 하던데?

시진: 생각 안했습니다. 난 생각 안했는데, 강선생이 자꾸 불렀어요. (울컥) 유시진씨. (목소리가 떨리며 잦아든다) 살려주세요...

모연: 근데 그 목소리는 용케 무시 했네요?

시진: 이미 살리지 못했고, 난 이미 죄인이니까. 저 여자아이도 구해내지 못하면 명예로웠던 그녀 앞에 더 죄인이 될 뿐이니까.

모연: 저 시체가 진짜 빼도박도 못하게 나였다고 치면, 다시 하는 유시진의 선택은? ...어머, 미안해요. 울지 마요. 가정이었어요, 가정. 나 여깄어요, 울지 마요. 미안해요, 이런 거 안 물어볼게요.

시진: (모연을 꼭 안으며) 바뀌지 않을 겁니다. 본방에서 봤잖아요, 선택의 순간. 저게 유시진이고, 그건 바뀌지 않습니다. 대신 그 후가 바뀌었겠죠. 평생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지 않았을까요.


작감: 절벽 씬에서 유시진의 절망이 너무 좋았다, 근데 희망이 등장과 모연이 생존 공개가 좀 빨랐던 것 같다, 하는 포롤분도 계셨어요.

모연: 강물에 휩쓸라 유소령님이 손 놓아버리고 휩쓸려 내려갈 때 그게 엔딩일 줄 알았다, 그런 생각도 있었던거 맞느냐, 하는 질문도 있었고.


작감: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예 다 맞습니다. 강에서 손 놓아버릴 때 아 그냥 끝낼까, 같은 강에서 시강이 각각 아이 하나씩 구하고 죽는 결말, 같은 충동 들었었구요. 그게 완전 엔딩 아니더라도 구하는 씬 없이 손 놓아버리고 휩쓸리는 시진으로 그 화 엔딩을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죽는 거처럼...맘이 약해서. 무너지다 기점으로 해피를 바라는 댓글들이 엄청 늘었어서, 이 포롤들 잘못하면 숨넘어가겠네, 유시진 안죽었어요! 하고 메세지 보낸거고.


희망이 등장 시점도...시체를 바다에 버린 걸로 그 화 엔딩을 내고 싶었는데. 그것도 임팩트 있지 않았겠어요? 근데 너무 오래 포롤들을 농락하는 것 같아서.



희망-------------------------------------------


"No. Beauty. No."


아이가 고개를 계속 저으며 사진과 바다를 번갈아 가리켰다.


"(깨어났을 때 뷰티가 옆에 정신을 잃고 있는 걸 봤어. 다시 잠들었다 깨어나니 옆에 없었어. 그래도 저 사람은 아냐. 저 옷을 입고 죽지는 않았어.)"


"하느님."


시진이 눈을 꾹 감으며 생전 찾지 않던 하느님을 찾았다.


"너, 어디서...언제, 언제 뷰티를 봤어? When... 살아 있어? 뷰티는? Is she alive?"


정신 없이 묻던 시진이 떨리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What's your name?"


그 말은 알아듣겠다는 듯 소녀가 대답했다.


"Prārt̄hnā"

기도. 간절한 바람. 희망.


희망이 살아남았다.


-------------------------------------------


작감: 사진을 태우는 장면 말고, 저 씬을 엔딩으로 하기로 결정했죠.

시진: 작감 선정 쓸데없이 공들인 장면 2위에 빛나죠?

모연: 어? 왜 쓸데가 없어요? 저거 중요한 장면 아닌가?

작감: 이름 때문에요. 필요 이상으로 시간을 썼어, 저 여자아이 이름 지으려고. ㄱㅜ글을 몇시간을 뒤졌어요, 레알. 아니 이틀은 뒤졌을걸? 태국 여자아이 이름 뜻, 이러면서. 근데 적당한 이름이 찾아도 찾아도 안 나오는거야. 결국 최종 후보가 마이, 내일이라는 뜻이었는데.

시진: 내일이 살아남았다, 해도 별로 어감이 안 살죠.

작감: 그래서 원래 쓰는 이름인지 아닌지 따지지 말자 난 번역기로 간다, 해서 번역기 돌려 이름 지었어요. 포롤들 중 태국어 할 줄 알아 거슬리는 분 계셨다면 죄송합니다. 

시진: 희망을 번역기 돌린건데 나온 단어를 다시 번역기 돌리니 기도라고 나와서 당황.

작감: 저 회차 제목이 그래서 한 때 기도였죠. 희망이라고 제목짓기엔 너무 제목이 스포일러라서. 간절한 기도가 통했다, 뭐 그런 뜻으로 붙였는데...영 맘에 안들어서.

시진: 올려놓고 다시 읽다보니 유시진이 진짜 절망의 끝까지 갔구나, 싶어서. 어, 근데 절망의 끝에 드디어 희망이 오네? 절망이 끝났네? 이거다, 제목은. 하고 유일하게 올린 후 제목을 바꿨어요. 작감: Pdf뜨던 포롤이 제목 바뀐거냐고 묻던데, 대답한다는 걸 까먹음..이거 혹시라도 보고계시다면, 예 제목만 바뀐 거 맞습니다. 근데 간혹 오타나 단어 빠진거나 그런것도 나중에 수정하는 경우 있는데 저 포롤은 처음 올린거 그대로 다 갖고있겠구나...왠지 수치플...

모연: 참 저 때 포기한 마이라는 이름은 나중에 써먹었죠? 이름 안붙여줬으면 그냥 여자, 라고 했을텐데 이름을 붙이는 순간 캐릭터가 생겨나서. 좋았어요, 난, 친구 생겨서.


작감: 여튼 희망으로 엔딩을 내주고 싶었어요. 새드가 너무 길었으니까. 그냥 절벽장면에서 끝없이 무너져내리는 유소령이 보고싶다, 는 포롤 요청에 못 응해줘서 아쉽네. 근데 저 쯤 됐을 땐 쓰는 나도 힘들었어서요ㅋㅋ

시진: 세상에 왜 이렇게 변태가 많아. 그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알파팀 생존부터 절망의 끝 희망이가 어깨두드리기 전까지 잘라내서 계속 보세요.

모연: 아님 악몽의 끝 오리지널 버전 보시던가.

시진: 어 근데 저 장면이 엔딩 아니지 않았나 절망의끝 본방에서?

작감: 댓츠롸잇. 저걸로 엔딩해서 올리려는데 자꾸 눈에 걸리는 키워드가 있었어요.



빡시진------------------------------------------------

"Where did you sell the girls. (여자들 어디다 팔았어.)"


"Everywhere. Girls are always in demand. (모든 곳에 팔았지. 여자는 항상 수요가 있으니까.)"


"이죽거리는 걸 보니 상황파악이 안됐나본데."


시진의 눈 속에 차가운 불이 이글댔다.


"You said you did some research on me? Here are things you missed. (나에 대한 조사를 했다고 했나? 놓친 게 몇가지 있던데.)"


찰칵. 

쇳소리와 함께 크로우의 머리에 총구가 겨눠졌다.


"I'm not Captain Big Boss, I'm Major Big Boss. You know, Major can carry a personal gun around. Means I can risk some unexplained deaths. (빅보스 대위가 아니고. 소령이야. 소령부터는 개인 총기 소지 가능한 거 알지. 맘만 먹으면 설명 되지 않는 죽음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소리야.)"


크로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시기 시작했다.


"And I killed Agus. (그리고 내가 아구스를 죽였어.)"


시진이 입꼬리만 슬쩍 올리더니 총구를 거두었다.


"그런데 넌 안 죽일거야. 그렇게 편하게 가게 할 순 없지."


크로우의 멱살을 잡고 얼굴을 들이대며 짓씹는 듯 한마디 한마디 내뱉는 시진의 눈에 광기가 비쳤다.


"손가락 발가락을 하나하나 분질러줄테니까 말하고 싶을 때 말해."


"내 여자 어딨어."

-----------------------------------------------


모연: 아 역시 승질 낼 때 섹시해, 이 남자.

작감: 빡시진은 사랑이라. 댓글 처음 본 순간부터 넣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 편 초반에 대머리독수리 본진 쳐들어갈때 문지기 때려눕힌 것도 빡시진이라고 쓴 건데, 상대가 넘 쪼렙이라 빡시진이 잘 안 사는거야. 희망이 엔딩을 희석하고 싶진 않았지만, 빡시진이라는 키워드가 날 자꾸 사로잡아서 에필 겸 예고로 슬쩍 끼워넣어줬어요.

모연: 하여간 댓글의 노예야.

작감: 그런 댓글의 노예로서......진짜 주울까말까 천번쯤 고민한 키워드가 있는데...미방영분으로 확인해 볼래요?



미방영분

anything---------------------------------------



"선배, 누워서 자요."


조심스레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선 명주가 말했다.


"자는 거 아냐."


침대 옆에 앉아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구고 있던 시진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적막한 병실에 울렸다.


"생각하는 거야."


"...무슨 생각 합니까."


"신이라는 게 정말 있다면."


시진이 눈을 뜨며 눈을 뜨지 않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가학성 성 도착증 환자가 확실하다는 생각."


더 이상 울기도, 아파하기도, 분노하기도 지쳐버린 것 같은 말라버린 그의 모습에 그 날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살려줘...살려줘, 제발...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제발...살려줘..."


누가 누굴 살려달라는 건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해 파랗게 질린 입술의 시진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명주의 손을 애타게 붙잡았다.


"살려줘...살려줘, 제발..."


"선배, 알았으니까 숨 쉬어요! 선배가 먼저 죽을 거예요? 정신 차려요!"


연락을 받고 병원에 뛰어온 명주와 대영이 시진을 벤치에 앉히고 주변의 간호사에게 물었다.


"Where's the patient? How is she? (환자는 어딨어요? 상태는 어때요?)"


"She is in operation. We will see. (수술 중이에요. 지켜봐야죠.)"


"살려줘...명주야, 그 사람 좀 살려줘."


시진이 계속 숨막히는 소리로 속삭였다.


"의사잖아, 윤중위. 뭐라도 해줘봐. 살려줘...부탁이니까, 제발 살려줘...아니, 명령이야. 명령이니까 제발..."


"살 겁니다."


대영이 시진의 손을 꾹 힘주어 잡았다.


"강선생이 어떤 여자인지 팀장님이 제일 잘 아시지 않습니까."


"선배,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지만."


다짜고짜 외국 병원에서 수술을 집도할 수 있을 리가.


"선배가 해줄 수 있는 건 있을 거에요. 버텨요. 빅보스가 이런 모습 보이면 어떡합니까. 남친이 딱 버텨주고 있어야 강선배가 힘내서 더 빨리 돌아올 거 아닙니까."


"내가..."


시진의 눈에서 그제야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 명주야. 말만 해줘, 뭐든지 할게. 뭐든지 할 테니까 제발 말만 해줘."








말해봐요, 강선생. 내가 뭘 어떻게 해줄까요?



-곧 깨어날 겁니다. 바이탈은 괜찮잖아요.


위로가 되지 않는 위로를 건네던 명주는, 밤이 깊고는 그만 돌아갔다.


바이탈은 수술 후 태국에서부터 괜찮았다.

그러나 상태가 안정된 후에도 그녀는 깨어나지 못했고, 의료진 동행으로 해성병원까지 헬기 수송 되고도 쭉 눈을 뜨지 않았다.


그의 앞에선 삼가는 말들이었지만, 복도에서 하는 소리 들었다. 수술 중 심정지가 왔기 때문에, 뇌의 어딘가가 손상되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눈을 못 뜨는 것 같다고.


"군인이 아니라 의사가 될 걸..."


그러면 이 정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젖지는 않았을까.


시진이 그녀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내가 뭘...뭘 하면 됩니까...응?"


뭐든 줄 수 있었다.

그녀가 빛을 다시 찾을 수 있다면.


신이라는 놈의 멱살을 잡고 으르고 싶었다. 가져가, 나한테서 뭐든 가져가. 네놈의 변태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뭐라도 가져가, 날 괴롭혀.


그녀는 안 돼.




"헬기 타지 말고 공항 갈 걸 그랬나봐요. 보안 검색 통과하는."


-특전사랑 연애하는 데 이런 맛이라도 있어야지!


왜 당신이랑 연애하는 사람이 하필 특전사였을까.


"남들 한국 갈 때 같이 갔으면, 이런 일 없었을텐데."


-휴가 같이 온 사람이 근사해서 용서해준다, 내가


근데 그 사람, 내가 용서가 안돼요.


"잭을 확실히 죽였어야 했는데. 바닷물을 말려서라도 찾았어야 했는데."


멍청하게도 달콤한 꿈에 취해있었다.


"아님 그냥..."


그녀의 손을 붙잡고 고개를 숙이는 그의 어깨가 들썩였다.


"안...안 만났으면...하."


그녀가 있는 곳은 항상 환했다.

원래부터 환하고 따뜻한 곳에서 항상 빛나는 사람이었다.

그 빛에 이끌렸다. 

그녀가 차가운 어둠속으로 끌려올 줄은 몰랐다.


"내가...내가 뭘 어떻게 해주면 됩니까, 강선생..."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그녀 앞에서 그는 늘 죄인이었다.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보내십쇼! 단결!"


"공하사, 어깨 괜찮아? 의무실 꼭 가봐라."


"예, 지금 가보겠습니다."


"미안하다."


"팀장님 덕분에 살았는데, 미안하다 하시면 어쩝니까? 걱정 마십쇼, 멀쩡합니다."


무사귀환 기념 무박삼일을 제안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조국이 간절히 그들을 부를 때 부름에 응해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알파팀은 묵묵히 군장을 풀어놓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시진은 핸드폰을 켰다.

혹시, 하는 기대감을 꺼뜨리지 못한 채.


시진의 눈이 커졌다.


표지수, 로부터 온 문자 한 통.


-모연이 깨어났어요.


콰앙!


"팀장님! 괜찮..."


분명히 문짝에 부딪혀 엄청 아플 소리가 났는데, 부르는 순간 팀장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태어나서 이보다 떨렸던 적이 없었다.

달리기가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다리는 이보다 빨리 돌아갈 수가 없나? 왼발 다음엔 반드시 오른발을 내딛어야 넘어지지 않는다는 진리를 간신히 깨우치며 시진이 병원 복도에 들어섰다.


"엄마야! 저기, 병원에서 뛰시면 안돼요...!"


"죄, 헉, 죄송합니다."


부딪힐 뻔한 간호사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보이며 뒷걸음질을 쳤다. 벌써부터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유시진씨!


몇 번이나 걸었던 그 병원 복도가 생전 처음 가보는 곳마냥 새로웠다. 심장이 고막에서 뛰었다. 정말로 그녀가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진의 세상이 이제야 환해졌다. 


저기 보이는 저 문을 열면, 


무슨 말을 할까.



보고 싶었어요.

햇살 같은 미소를 보여주며 투정부리려나? 그러면 꼭 안아줘야지. 나도요. 나도 보고 싶었어요.


나 두고 어디 갔다왔어요?

하며 입술을 삐죽이며 혼내려나? 그럼 늘 하던 말을 해야지. 미안합니다. 듣기 싫어도 들어요, 미안합니다.



아니, 그보다 먼저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강선생. 정말 고마워요.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문을 열자



"유시...진씨?"


그녀가 있었다.

언제나처럼 환한 빛을 뿌리며.



"강선생."


바짝 마르는 입술을 축이며 다가가는데


"저 사람이야? 내 남자친구가?"


병원복을 입고도 싱그러운 그녀가 고개를 돌려 지수에게 물었다.


"웬일이야, 잘생겼네. 대박."


언제나처럼 그가 끌릴 수 밖에 없는 환한 미소를 흩뿌리며.


뭐든 줄 수 있었다.

그녀가 빛을 다시 찾을 수 있다면.


서로 사랑했던 시간들까지도.


--------------------------------------미방영분 anything



작감: 애니띵 연재 중 댓글에서 최소 다섯번 이상 언급됐던 키워드. 주울까 말까 진심 천번쯤 고민했던 키워드. 기억상실입니다.

모연: 기억 잃어버린 채 실종된 강모연을 찾게 하려던 건, 내가 반대했어요. 그럼 난 그동안 유시진에게 돌아가려는 노력조차 못하게 되잖아. 불공평해. 

작감: 그래서 포기했다가....총 맞힐까 하는 변태적 상상에 다시 끌려나왔던 거지.

모연: 그러고보니 나 그래도 살긴 살았네요, 미방분에서?

작감: 죽일거였으면 애초에 임팩트 있게 절벽씬에서 끝내버렸어요. 얼마나 어렵게 머리 싸매가며 살린 건데 그렇게 쉽게 죽여. 근데 어쨌든, 이 키워드도 악몽의 끝 오리지널 버전과 마찬가지로 막화 쪄올리는 그 순간까지 버릴까말까 천번쯤 고민했던 겁니다. 화 제목도 anything이라고 지어놨었고. 근데 결국 편집해 잘라냈죠. 자, 이제 구호 외치면서 마무리할까요?

시진, 모연, 작감: 미방영분은! 미방영분일뿐! 신경쓰지! 말자!

작감: 또 미방영분으로 끝내서 위에 코멘터리는 묻힐 거 같아...(작감무룩)

시진: 애초에 코멘터리에는 딱히 반응할 것도 없잖습니까, 다 본건데.

띵.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