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있어? 기분 안 좋아 보이는데."


라무네를 볼에 가져다 대며 묻자 너는 아무것도 아냐, 라면서 어물쩍 웃어 넘긴다. 그러고선 다시 고개를 푹 숙여버리는데 괜찮지 않다는 것 쯤은 나도 안다. 게다가 눈이 안웃고 있는걸.


"말해보지 그래? 도움이 될 지도 모르잖아."


"……"


다시 한 번 물어보지만 대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 카스미와 이상한 감탄사 외치기 대결을 하던 사아야가 리미가 안좋아보이는 걸 보고선 다가와 괜찮냐고 물었다.


별 일 아니라며 돌려보냈지만, 모처럼 다 같이 놀러나온 이 날에 무리에서 동 떨어져 마냥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카스미나 타에가 눈치채는 순간 그 호들갑스러운 성격으로 일이 커져 불꽃대회를 즐기기도 전에 분위기가 꺾여버릴 것은 분명하니까.


만난 직후까지만 해도 불편해보이는 구석은 없어보였기에 분명히 별 일은 아닐거다. 이렇게 입을 닫아버리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그 때마다 사소한 고민같은 걸 끌어안고 있던 정도였었다.


"…그게 네 안 좋은 버릇이야."


소심한 네 성격을 조금은 고쳐주기 위해서라도 가끔은 강경책으로 대응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입 꾹 다물고선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거야? 원하는 것이나 마음에 안드는 게 있다면 똑바로 말해. 지난 번에도 라이브 1주일 전이 되서야 신곡을 하고 싶다고 해서 고생했던거 잊어버렸어? 언제까지 그런 일들을 반복할 생각인데?"


이쯤하면 충분하겠지, 라는 생각에 말을 멈추고 손에 들고 있던 라무네를 열어 몇 모금 마신다. 역시나 머지않아서 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아리사가, 아리사가 모두를 데리고, 여기로 올 줄은 생각 못했어."


"응? 아, 나도 그래. 작년까지만 해도 혼자 보던 풍경이 떠들썩하니까 뭔가 어색하네."


뭔가 잘못 이해했나보다. 내 쪽을 바라보는 리미의 눈초리가 날카로울 뿐더러 눈망울이 빌갛게 달아올라있다. 대답의 어디가 잘못됐던거지, 되짚어가려는 찰나에 네가 말했다.


"…나는 아리사랑 처음으로 해, 했던 이 장소가, 둘 만의 비밀 장소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에 순간 손에 들고 있던 라무네를 떨어뜨릴 뻔 했다. 아니, 했다고 해봐야 키스정도고 여기서만 한 것도 아니고 교실이랑 연습실에서도 했었잖아… 라고 튀어나오려는 입을 본능이 겨우 틀어막았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는 만들고 싶지 않다.


아무리 궁리해봐도 할만한 대답이 생각나질 않는다. 애초에 이해를 못하고 있는데 무슨. 하지만 리미의 기분을 풀어주는게 우선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지는 대강 알고 있다.


"…미안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내가 무심했었네."


사과해보지만, 이걸로는 마음이 풀릴거라고는 생각 안했고 역시나 그럴 기미조차 안 보인다.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방도를 쓰기 전에 얼마 남지 않았던 라무네를 전부 비운다.


"리미, 나도 할 말 있는데 잠깐만 나 좀 봐주면 안될까?"


고개를 들어 마주보기까지는 꽤 시간이 필요했다. 사실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기 때문에, 네가 고개를 채 들기도 전에 다가가 입을 맞췄다. 입 안에 남아있던, 미처 다 내뱉지 못한 그녀의 푸념을 삼켰다. 라무네의 소다향은 약간의 아림을 남긴 채 사라지고 그 간에 불꽃이 몇 번이나 퍼져나갔다. 마주보는 것은 서로 떨어져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유카타 입은 리미, 정말로 아름답다고 생각해. 계속 토라져 있는건 아깝지 않아?"


그 후에 같이 돌아다닌 노점상에서 초코가 들어간 각종 음식을 가져다 바친 통에 분재 친구를 하나 더 잃게된 걸로 둘 사이에 새로운 비밀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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