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라는 광대한 공간에서 뿜어져나오는 호기심과 더불어 무지를 통한 공포는 누구나 한 번 쯤 경험해 보았으리라 생각한다. 어렸을 적 한 번 쯤 TV에서 외계인이나 UFO같은 시덥지 이야기를 듣곤 침대에 누워서 곰곰이 생각해보았으리라. 정말 외계인이 있는가. 저 우주엔 무엇이 있는가.

 

나도 그러했다. 가끔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호기심이 한 순간 공포로 바뀌어 소름끼치는 기분을 느껴보기도 했다.

 

“ 아 - ”

 

지금은 그런 호기심 따위 지긋지긋한 일상에 묻어버린지 오래다. 앞날은 불행으로 덧칠해져 있었고, 이미 좋은 시절은 다 가버렸다. 내 주변엔 태양과 달만 가득해서 나같은 조그만 별은 가치가 없었다.

 

내 눈 앞에는 광대한 우주 대신 학업이 있었다. 때때로 우주를 존경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살았다.

 

“ 안 믿기나? 당연히 안믿기겠지. ”

 

공교롭게도, 이미 외계인에 대한 환상은 지워버린 내 앞에, 자신을 외계인이라 주장하는 놈이 있다.

 

“ 나는 외계인이야. 몇 억 광년 떨어진 행성에서 왔을껄? 비록 지금은 지구에 있긴 하지만. ”

“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

 

그 놈은 내 친구이자 내 주변 태양 중 하나였다. 꼬맹이 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온 놈이다. 본래 성격이 망상이 심하고 사차원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 놈을 나도 모르게 시기했다. 그 놈은 어렸을 때의 밝음을 아직까지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 진짜야! ”

“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

“ 오늘 천문관측행사 있대! 가자. ”

 

우리 동네엔 천문대가 있다. 학교에서 현장학습이라는 이름으로 몇 번 찾아간게 전부다. 천문관측행사? 듣기만 해도 따분했다. 지루한 자전과 공전같은 거나 지껄이겠지.

 

“ 싫어. ”

“ 가자! 오랜만에 우리 행성을 두 눈으로 보고 싶어. 몇 억 광년 떨어져서 안보이겠지만, 눈을 통해 한 걸음이라도 가까워지면 좋잖아. ”

 

정말 가고 싶은건가? 이상한 이유까지 다 대가면서 쫑알쫑알 입을 움직이는 걸 보니. 그 놈은 찡찡거리며 말했다.

 

“ 가 - 자 - ”

“ ... 하아, 그래. 가자. 가. 가면 되잖아. ”

 

귀찮아서 못봐주겠네. 가주고 말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행사가 있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천문대엔 사람이 우리를 포함하여 몇 명 안됐다. 바람은 조금 차가웠다. 우리는 잔디밭에 앉았다. 아직 행사는 시작되려면 몇 분 남았을 무렵이었다. 그 놈이 먼저 말을 꺼냈다.

 

“ 캬, 밤이다. 밤. ”

“ 뭐가 좋다고. ”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골이라서 별 하나는 잘보였다. 밤하늘을 올려다본게 언제더라. 나의 밤은 영원했고, 아침의 태양은 뜰 생각이 없었기에, 언제나 같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시시한 일이 되었다. 이 영원한 밤이 지나, 새로운 태양을 맛보기만을 기다렸다.

 

“ 별이 그렇게도 좋냐? ”

“ 당연하지. ”

“ 태양보다 작은데? ”

 

태양은 눈부셨고, 별은 쬐끄마한게 천문대에 달린 조명 불빛보다 작았다.

 

“ 그거 알아? 태양도 별이고, 별도 태양이야. 별은 아주 멀리 가버렸을 뿐이지. 어떤 별은 태양보다 몇 십, 몇 백 배 더 크고 밝대. 그 커다란 것들이 우리가 보는 밤하늘을 장식하는 거지. 작지만 큰거야. 별은. ”

 

그 순간 나의 영원한 밤은 끝났다. 아침은 밝아왔고, 나는 별빛을 맞이했다. 외계인과 함께.

 

 

 

아니 님 진짜 글 잘 쓰시네요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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