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 트리비아... 안돼... 제발..."


한순간이었다. 루이스도 눈치채지 못한 그 한순간이 생사를 갈랐다. 밤의 여왕의 눈동자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초점 없는 눈이 하늘을 향했다. 눈동자에 아무 것도 비치지 않는다니. 뒤늦게야 트리비아의 상태가 이상하단 걸 눈치채고 루이스는 급히 뒤돌아 그녀를 부축했다. 영혼까지 찢어진 듯한 자상이 그녀의 전신에 자리하고 있었다. 거뭇거뭇한 피가 마치 분수처럼 흘러나오는 그녀의 몸을 안아든 영웅의 손이 시뻘건 선혈로 물들었다.


"트리비아... 제발... 제발...!!"


슬픔과는 거리가 있어보이게도 휘영청 밝은 달이 떠올라 두 사람을 비췄다. 검푸른 밤하늘의 한가운데서 루이스의 눈물이 차가운 돌바닥을 적셨다. 자신의 상처가 아닌데도, 상처입은 그녀의 아픔이 선명히 느껴져왔다. 아직 숨이 붙어있으니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거친 숨을 몰아쉬는 트리비아를 등에 업은 채 그는 결정의 길을 타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거의 다 왔어. 조금만... 제발... 제발 조금만 참아줘...!!"


천만다행으로 루이스는 간신히 그녀의 숨이 멎기 전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심각한 상태의 트리비아를 병원 의료진들이 이동형 침대에 눕혔다. 산소호흡기 부착, 맥박 및 눈동자 체크, 모든 과정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바쁘게 움직이는 의료진들이 루이스의 눈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에겐 오직 트리비아의 생사만이 중요했으니까.


"...아냐, 아냐... 트리비아... 트리비아...? 눈 좀 떠봐... 제발... 으아아아!!!"


하지만 운명은 루이스에게 너무나도 무정했다. 심박수 0, 바이탈체커가 내는 경고음이 계속되자 루이스는 말리려는 의사와 간호사를 뿌리치고 트리비아에게 달려가 몸을 안고 세차게 몇 번 흔들더니, 더 이상 뛰지 않는 트리비아의 심장에 귀를 갖다대 보고는, 이내 무릎을 꿇고 머리를 감싸쥔 채 절망으로 가득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으, 으윽..."


한 치의 앞도 보이지 않는 공허 속에서 트리비아는 눈을 떴다. 어디선가 루이스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리로 가면 안 된다는 듯, 공허의 너머에서 손짓하는 존재들이 보였다. 저 쪽일까. 트리비아는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다, 문득 루이스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이 진짜일 거라 결론짓고는 등을 돌렸다.


"...아냐, 어쩌면, 내 운명은 여기가 끝일 지도..."


시간의 흐름이 멈춰버린 걸까. 이대로 어둠 속에 남겨진 채 파멸을 맞이할 수는 없었다. 그의 곁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러나 머릿속으로는 떠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단 걸 떠올린 건, 어째서였을까. 평소에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가겠다고 계속해서 이야기했던 것 때문에? 아니, 오히려 그의 곁에 있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방법이 없다. 이 어둠에서 탈출할 수 없었다. 그 순간 트리비아의 영혼은 한 줄기 빛조차 없는 공허에 빨려들어가 갈가리 찢어져버렸다.


"...잘 있어, 루이스..."


끝없는 어둠에 떨어지면서도 트리비아는 자랑으로 여기던 날개를 전혀 펼치지 않았다. 펼칠 수도 없었다. 어둠 속으로 끝없이 떨어져가면서도 트리비아의 머릿속엔 루이스에 대한 생각뿐, 다른 생각이 파고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지금 단 한 번의 소원이 있다면, 그저 루이스가 흔들리지 않고 잘 살았으면 할 뿐.

파르페르파의 포스타입입니다 찾아와봤자 별거 없어요 이거저거 할만큼 하는 포스타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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